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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국 (長人國)
게시물ID : history_2926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르엠(가입:2013-08-30 방문:881)
추천 : 21
조회수 : 2812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1/07 22:4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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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인국 (長人國)


(신라 탑 부조)

신라 태화(太和) 연간에, 신라에서 왜국섬으로 가는 배 한 척이 출발하였다가, 그만 풍랑을 만나 엉뚱한 곳으로 흘러가고 말았다. (태화는 진덕여왕이 만든 연호로 647년~650년을 말함) 모두들 소식이 전해지지 않았으므로 죽었다고 생각하고 슬퍼하였다. 그런데, 수십일이 지나서 이 배에 탔던 사람 몇이, 수십명의 여자들과 함께 어울려 갑자기 다시 돌아왔다.

모두들 의아하게 여겨, 어떻게 살아 돌아 왔으며, 같이 데려온 여자들은 누구인지 물었다. 그러자, 수십명의 여자들과 한 자리에 앉은 한 사람이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저희는 신라와 당나라의 여러 물건을 싣고 왜국섬으로 향하고 있었습니다. 좋은 바람을 타고 남동쪽으로 향하여, 풍도를 지나 왜국섬에 이르기를 바랬건만, 그만 바람이 동쪽으로 불고 말았습니다. 거세게 바람이 몰아쳐 우리는 어디로 가는지도 몰랐으나, 다행히 배는 크게 부서지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배에 타고 남아 있던 사람들의 목숨은 대체로 부지 할 수 있었습니다.

며칠이나 거센 바람을 따라 떠다녔는데, 어느날 갑자기, 바람이 없어지고 물결이 잔잔해져 버렸습니다. 모두들 이상하다고 생각하며 어리둥절해 하고 있는데, 배에 타고 있던 누군가 소리치기를,

'육지다!'

라고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고개를 돌려 보니, 문득 바다 저편에 희미하게 섬 같은 것이 보였습니다. 우리는 이제는 목숨은 건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하여, 크게 기뻐하였습니다. 잔잔한 물결을 따라, 배가 움직이고 있었는데, 때는 해질 무렵이었습니다. 이때, 한 뱃사람이 말하기를,

'해가 져서 어두워 지면, 섬이 어느 방향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그때에 다시 큰 바람을 만나 배가 떠내려가면, 우리는 다시 큰 바다를 떠돌지 모릅니다. 그러니 해가 지기 전에 섬에 도달하는 것만이 살길입니다.'

하였습니다. 우리는 모두 그 말이 옳다고 여겼습니다. 그래서 배를 섬에 대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여기고, 모두가 죽을 힘을 내어 배를 젓고 배를 붙들었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섬의 한켠에 배를 댈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기운이 빠져 모두 바닷가에 쓰러져 드러누웠습니다. 바닷가 앞은 높은 절벽으로 가로 막혀 있었는데, 올라갈 수는 있어 보였으나, 쉽지는 않을 듯 하였습니다. 그런데, 가만히 보니, 절벽 위에 사람의 집 지붕 같은 것이 여럿 보이는 것 아니겠습니까?

'사람을 만나면 하다 못해, 썩어가는 돼지 먹이라도 얻어 먹어서 목숨을 부지하고, 또한 방향과 위치를 알아 신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이것이야 말로, 하늘이 우리에게 살길을 내리는 것입니다.'

누군가 그렇게 말하니, 우리는 배를 곯고 바닷물을 마셔 죽어가는데도, 갑자기 기운이 솟아 마구 절벽을 기어 올라 갔습니다.

절벽을 기어 올라가니 커다란 집이 보여서 우리는 그 쪽으로 걸어갔는데, 그 집 문이 열리면서, 사람들이 걸어 나왔습니다. 아아, 그 때, 그 사람들의 모습을 처음 보고 저희들이 얼마나 놀랐는지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습니까?

그 사람들은 키가 보통 사람들의 서너배는 되어 보였으며, 까만색 털로 뒤덮힌 이상한 옷을 입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우리들을 보자 좋아하여 웃어대는데, 그 이빨을 보니, 마치 톱날처럼 거대하고 날카로웠습니다. 그리고 손을 뻗어 우리쪽으로 달려오는데, 손에는 커다란 손톱이 있어 마치 갈고리처럼 크고 날카로워 보였습니다. 우리는 놀래서 갑자기 자리에 멈춰 서기도 하고, 혹은 주저 앉기도 하고, 다시 절벽 쪽으로 도망치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이내 이 커다란 사람들에게 다 잡혀서 집 안으로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커다란 사람들은 뭐라고 지껄여 댔으나 무슨 말인지는 전혀 알아들을 수 없었습니다. 이들은 우리들을 살펴보고 기뻐하더니, 우리를 집안에 가두어 두고, 돌로 된 커다란 문을 잠근 뒤에 어디론가 가 버렸습니다.

살 길을 찾았다고 좋아하여 앞다투어 섬으로 올라왔건만, 이처럼 황망한 일을 당하니, 우리는 저마다 슬프고 괴로워서 말을 하는 자가 드물었습니다. 간혹 그 중에는 흐느껴 우는 사람도 있었고, 무슨 일이 일어날지 두려워서 부들부들 떨고 있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때까지 겪은 일은 앞으로 일어날 일에 비하면, 사소한 것에 불과하였습니다.

한참 후에, 다시 그 커다란 사람들이 나타났습니다. 이들은 무리를 불러모아 그 숫자는 수십명을 훨씬 넘었습니다. 이들은 우리를 이리저리 살펴보고, 살이찌고 포동포동한 사람들 여러명을 골랐습니다. 우리들 중에는 당나라 사람들이 꽤 있었는데, 그 당나라 사람들이 커다란 사람들에게 붙들려 갔습니다. 그 사람들이 당나라 말로 뭐라고 소리지르며 괴로워한 그 목소리는 아직도 생생하게 들려오는 듯 합니다.

커다란 사람들은 집 앞 마당에 크게 판을 벌여 놓고는 커다란 솥에 물을 펄펄 끓이고 있었습니다. 이내 이들은 붙잡은 사람들을 끓는 물속에 처박아 넣어 버렸습니다. 아아, 온몸이 뜨겁게 삶기면서, 내지르는 그 끔찍한 비명소리를 어찌 잊을 수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열 명도 훨씬 넘는 사람들이 비참하게 산채로 끓는 물에 삶아졌습니다. 우리들은 놀라서 울기도 하고, 차마 그 모습을 보지 못해 귀를 막고 고개를 돌리기도 하였습니다.

커다란 사람들은 잠시후 물에 삶은 사람을 꺼냈습니다. 그 처참한 익혀진 사람의 모습은 꿈에 나올까 두렵습니다만, 모여 있던 커다란 사람들은 게걸스럽게 그 사람을 뜯어 먹었습니다. 날카로운 톱 같은 커다란 이빨로 사람의 몸을 찢어 발겨가며 먹는 그 모습은 너무나 끔찍하여, 우리 중에는 혼절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자신도 같은 신세가 될까 두려워 저마다 빌고, 주문을 외는 자도 있었으니, 참으로 비참해 보였습니다.

그때에 이르러, 나는 생각하기를,

'바다에 있을 때에는, 오직 이 섬에 오는 것만이 살아남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이 섬에 오려고 그토록 힘을 쏟았건만, 도리어 이 섬에 오는 것은 비참하고 고통스럽게 죽으러 오는 길이었을 뿐이었다. 이 얼마나 어리석고 가련하며, 또한 어리석어서 가련한 일인가. 

이야기를 들으니, 어느 집에서는 부모가 자식이 병이 들었을 때, 수은과 유황이 약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갖은 고생을 다하여 자식의 병을 고치고자 수은과 유황을 구해서는 자식에게 먹이며 반가워 하였으나, 마침내 그렇게 먹인 수은과 유황의 독으로 자식이 급사하여 대성통곡하였다한다.

자식에게 독을 먹이면서, 마침내 약을 구했다하여, 기뻐하고 또 자식의 병이 나을 것임을 고대하던 그 간곡한 마음을 떠올려보면, 이또한 오늘의 내가 그만큼이나 어리석어서 가련하구나."

하였습니다.

사람들을 삶아 뜯어 먹던 커다란 사람들을 술을 푸지게 퍼먹으면서, 닭과 돼지를 먹기도 하였습니다. 이들은, 닭과 돼지는 불에 굽지도 않고, 그냥 살아 있는 닭과 돼지를 그대로 붙잡아 뜯어 먹었습니다. 사람을 발라 먹은 뼈다귀 위에 돼지 피와 닭 피가 흩날리니, 그 모습에 대경실색하여, 우리 중에는 구역질을 하는 사람도 생겼습니다. 그 머리 끝과 발 끝까지 덜덜 떨리는 처참한 모습에 우리는 깜빡 정신을 잃을 정도였습니다.

한참을 그같이 잔치를 벌인 커다란 사람들은 술을 지나치게 많이 마신 탓에, 술주정을 하며 비틀거리기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은 골아떨어져 잠이 들기도 하였습니다. 우리 중 누군가 이 때 가만히 말하였습니다.

'이대로 있으면 어차피 저들의 먹이가 되어 시신조차 제대로 남기지 못하고 뜯겨질 뿐이오. 저들은 지금 술에 취해 골아 떨어 졌으니, 지금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것이 가장 좋소.'

모두들 그 말이 옳다 여기고, 우리는 집 뒤쪽을 향해 전력을 다해 도망치기 시작하였습니다.

정신 없이 도망쳐 집 뒤쪽으로 오니, 넓은 마당이 있었습니다. 그런데는 거기에는 30명 정도의 여자들이 모여 앉아서 베를 짜고 있었습니다. 그 행색이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았기에, 우리는 그들에게 물었습니다.

'우리는 이곳에서 도망하려는 중인데, 그대들은 누구입니까?'

그러자, 여자들이 답하였습니다.

'저희들은 배를 잃고 바다를 떠다니다가 이곳에 흘러들어온 사람들입니다. 매번 배가 떠내려 올때마다, 저 커다란 사람들이 남자들은 모두 잡아 먹고, 여자들만 남겨서 이렇게 모아 놓습니다. 저들은 우리에게 검은 실로 베를 짜도록 시킵니다.'

우리들이 다시 답하기로,

'지금 저들은 술에 취해 쓰러져 있기에, 그틈에 우리는 여기까지 왔습니다. 절벽 아래에 배가 있습니다만, 험한 절벽을 급하게 내려갈 방법이 있겠습니까?'

하니, 여자들은,

'오직 지금만이 도망칠 기회입니다. 저희들이 도망칠 길을 안내하겠습니다.'

하였습니다. 그러더니, 여자들은 실꾸러미를 짊어지고 베를 짜는데 쓰던 칼과 가위를 들고 길을 앞장섰습니다.

여자들은 겁을 내지 않고, 성큼성큼 커다란 사람들이 있는 쪽으로 다시 돌아갔습니다. 그리고, 여자들은 들고온 칼과 가위로 술에 취한 커다란 사람들의 목을 마구 찔러댔습니다. 여자들의 천 자르는 칼날에 술취한 커다란 사람들의 검붉은 피가 사방에 튀었습니다. 술에 취한 커다란 사람들이 그 때문에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일시도 주저함 없이, 실 자르는 가위 칼로 사람을 찔러죽이는 여자들의 표정을 보니 맺힌 한이 짐작되었습니다. 이 여자들이 이 섬에 붙들려 지내면서, 이 무서운 사람들에게 대체 어떤 해괴한 일을 당했으며, 또한 얼마나 큰 고통을 받았겠습니까?

우리는 여자들을 따라, 바닷가의 절벽으로 갔습니다. 여자들은 들고 있던 명주실을 이어, 줄을 만들고는, 그 줄을 타고 바다로 내려 가자고 하였습니다. 우리는 서로가 줄을 몸에 묶어 절벽 위쪽에 연결해 두고, 빠르게 절벽을 내려가기 시작하였습니다. 깊은 밤에 제대로 보이는 것도 없는 와중이었으나, 우리는 곧 다시 커다란 사람들의 동료들이 나타나 우리를 뜯어 먹어버릴 것만 같아 두려워, 모두들 땀이 뻘뻘 나도록 재빨리 움직였습니다.

모두 바닷가에 내려온 뒤에, 우리는 온 힘을 다해 배를 밀어 다시 바다로 나아갔습니다. 바다로 나간 뒤에 보니, 절벽 위에서 고함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절벽 위에는 수백명의 커다란 사람들이 화가 나서 고함을 지르며 우리를 쫓아오고 있었습니다. 소식을 듣고 그 사람들의 우두머리가 병졸들을 끌고 몰려온 듯 하였습니다. 그 숫자가 매우 많았는데, 우리를 잡아 죽이려고 순식간에 절벽을 달려 뛰어내렸습니다.

이들은 바닷가까지 왔으나, 우리 배가 바다로 멀리 나왔으므로, 따라오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배를 타거나 바다를 건널 줄은 모르는 듯 하였습니다. 이들은 그러자 분을 이기지 못하고, 길길이 날뛰며, 마치 호랑이나 늑대처럼 마구 소리질렀습니다.

우리는 섬 근처를 반대쪽으로 돌아나가 보기로 했는데, 한참 가보니 마침 그곳에 신기하게도 우리 신라 군사들이 사용하는 깃발이 보였습니다. 우리 배의 사람들은 모두 그 깃발을 보고, 신기루나 귀신의 조화가 아닌가 어리둥절할 정도였습니다. 곧 저마다 깃발을 보고 기뻐 눈물을 흘리며 외치기를,

"신라 깃발입니다!"
"성상께서 보내신 군사들의 깃발입니다!"

하였습니다.

저는 이제야 말로 참으로 살았다 하고, 신라 군사들의 깃발이 있는 곳으로 가 보았는데, 그곳에는 험준한 곳에 강철을 사용해서 만든 굳센 요새가 하나 있었습니다. 그곳의 병졸에게 사연을 말하니, 답하기로,

'이곳은 신라의 철관(鐵關)으로, 그 커다란 사람들이 오지 못하게 지키는 곳입니다. 그들은 장인국이라 불리우는 곳의 사람들인데, 보통 새나 짐승을 잡아 먹습니다. 그러나 간혹 사람을 잡아 먹으려고도 하기 때문에, 성상께서 병사들을 보내고, 또 강한 활과 궁노 기기들을 관문에 설치해 놓고, 이렇게 지키도록 한 것입니다.'

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와 섬에서 만난 많은 여자들은 목숨을 건져, 다시 병졸들의 소개로 서라벌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이 어찌, 성상께서 베푸신 크신 은혜 아니겠습니까?"

이야기를 들은 사람들은 모두 믿을 수 없어 하였다. 그래서 한 사람이 물었다.

"건원(建元), 개국(開國) 연간에 새로 차지한 땅이 넓다고는 하나, 내 어떤 병졸에게도 동쪽 섬 장인국에 관문을 만들고 지키고 있다는 말은 듣지 못하였소. (건원, 개국은 법흥왕과 진흥왕이 만든 연호로, 536년에서 567년 사이를 말함) 어찌 그 이야기를 믿으리오?"

그 말을 듣고, 같이 있던 여자 중에 하나가 그들이 절벽을 내려 올 때 썼다는 검은 색 실로 뭉쳐 만든 줄을 꺼내어 보였다. 사람들이 모두 돌려가며 보았는데, 일찌기 본 적이 없는 물건이었다.
- 원본 출전 "기문(紀聞)"


*3. 장인국
이 이야기는 "기문"에 실린 장인국 이야기를 바탕으로 해서, "당서"의 장인국 이야기를 합쳐서, 이야기를 꾸민 것입니다. 우리측 책으로는, 18세기 조선 학자인 안정복이 쓴, "동사강목"에 개요가 인용되어 있습니다.

본래 기문의 신라에서 출발한 당나라 사신이 바닷가 섬에서 겪은 모험담으로 되어 있고, "당서"의 이야기는 신라와 "철관"으로 경계를 이루고 있는 산이 험준한 나라의 이야기로 되어 있습니다. 두 이야기에 소개된 나라의 이름이 "장인국"으로 같고, 나라에 대한 묘사가 같으며 신라와의 관계를 언급하는 점도 동일하기 때문에, 두 내용을 하나로 엮어서 더 풍성한 이야기로 꾸몄습니다.

중간에 수은과 유황을 약이라고 생각하여 일부러 먹는 이야기는 당나라 임금 이염(李炎)이 신선, 도술을 좋아하여, 이상한 약을 많이 구해 먹었던 이야기에서 소재를 가져온 것입니다. 이염의 행각을 신라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고 또, 그로 인한 조치 때문에 신라 뱃사람들이 고생하는 내용은 "입당구법순례행기"에 부분 부분 나옵니다.

이 이야기는 "신라기이 외국편" http://gerecter.egloos.com/3660215 에 포함된 3회 이야기 입니다.


출처 http://gerecter.egloos.com/m/366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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