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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정순왕후와 벽파가 프리메이슨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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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 리볼버오셀롯
추천 : 5
조회수 : 1533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3/01/23 17:14:07

출처 : http://blindbard.egloos.com/171144

 

노론, 그중에서도 특히 벽파가 조선 후기부터 무려 현대에 이르기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친 만악의 근원이라고 주장하는 이덕일씨의 주장을 반박하는 글입니다.

 

어떤 분의, 정말 고집스럽고 일관되고 용감한 주장 덕분에, 한 마디로 벽파스러운 주장 덕분에 많이 알려진 얘깁니다. 벽파라는 거대 집단이 정조의 개혁 정치를 막았고, 정조는 그들이 너무 힘이 세기에 손 대지 못 했다는 거죠. 결국 그들은 정조가 죽은 후 개혁 정치를 모두 뒤집습니다.

헌데... 이들이 그 정도의 힘이 있었을까요? 몇 가지 사례를 봅시다.

1. 김귀주 유배
오회연교 얘기하면서 한 거지만, 김귀주가 처음 홍봉한을 공격한 건 "세손 위협"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근거는 "세손의 말"이었습니다.

이 때 세손은 정순왕후를 찾아가서 홍봉한을 공격해 달라고 한 겁니다. 그게 아니더라도 홍봉한이 한 말을 정순왕후에게 전했다는 건 도움, 연계, 동맹, 뭐 이런 식의 정치적인 의도로 해석해야 됩니다. 홍봉한은 영조대 최고의 권신이었고, 그가 물러난 후 홍인한이 뒤를 잇습니다. 정조 엄마부터가 홍씨고 세손의 보호자를 자청했는데, 일단 호적상 할머니라고 쫄래쫄래 가서 뒷담화만 했을까요?

그런데 후에 정조는 이 일을 뒤집으면서 이렇게 말 합니다.
- 내가 자전(정순왕후)께 한 말을 감히 그대로 옮겼으니 뭔들 못 하겠는가?
- 그 때 홍봉한의 말이 [틀리지는 않았지만] 내가 자전께 한 말은 그런 뜻이 아니었다.
- 그 때 (바로 위의 상소를 올렸을 때의 일)은 김귀주가 정후겸과 손 잡고 선대왕(영조)을 흔들려고 한 것이었다.
- 홍씨라는 외척을 없애려고 다른 외척(김씨)를 크게 할 순 없다. 자전께서도 마땅히 그를 버릴 것이다.

구구절절 말 하지만, 결국 "외척이라서" 내친 겁니다. 그 후 어떤 분이 참 좋아하시는 노론들은 계속 그를 "죽이라"고 요구하지만, 정조는 악착같이 반대합니다. 팔자 흉언이 진짜라면, 정조는 역모를 일으키려고 한 자를 내쫓기만 하고 지켜준 겁니다.

그렇다면 이 때 정순왕후는 뭘 했을까요?

아무것도 안 했습니다.

자기 집안이 혜경궁 홍씨의 말대로 "과부와 고아만 있는 집"으로 전락했는데도 그녀는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았습니다. 혜경궁은 자기 집안의 위기에 늘 단식으로 맞선 것과 비교되죠.

2. 김귀주와 김종수
그런 면에서 비교해야 될 게 김귀주와 김종수입니다. 김종수에 대해서 정조는 이렇게 말 합니다.

"내가 그를 살려준 게 몇 번인지 모르겠다"

정조에게 "망나니"라는 별명을 얻은 김종수. 하지만 정조는 사사건건 자기에게 반대하는 김종수를 끝내 살려줍니다. 정순왕후라는 "막강한" 배후가 있는 김귀주. 반면 김종수는 정조의 원수 김상로의 집안입니다. 김상로는 정조가 내쫓고 후에 죽은 날조차도 기록돼 있지 않습니다. -_-; 김귀주는 내쫓았으면서, 김상로도 그 지경이 된 상황에서, 김종수가 살 수 있었던 것은?

정조가 그를 보호해서죠.

그가 힘이 있어봤자 외척인 김귀주보다 힘이 있고, 영조가 신뢰해 정승을 몇 번이나 역임한 김상로보다 더 힘이 있었겠습니까. 뭐 그가 후에 온건파로 사도세자의 존호까지 올리는 것도 있겠지만, 이건 후기의 일이고, 정조는 그를 내치려면 언제라도 내칠 수 있었습니다. 홍국영이 얼마나 빨리 몰락했습니까.

3. 심환지
그럼 강경파라는 심환지가 있죠. 근데 이 양반... 정조와 비밀 어찰을 주고 받았던 사이입니다. -_-; 여기서 정조는 그의 뒤에서 지령을 내리고, 심환지는 그걸 정말 충실히 따르죠.

정적이 많은 사람을 (김종수가 죽은 후 그의 장례식에 참가한 사람은 극히 적었고, 정조도 이를 탄식합니다) 끝까지 보호해주고, 가장 강경파라는 이를 뒤에서 조종한 정조. 이게 벽파라면... 힘이 있기나 한 걸까요?

4. 정순왕후
네. 정조가 죽은 후 정순왕후와 심환지는 그의 정책을 뒤집죠. 그런데... 이것도 힘이 있어서 한 걸까요?

심환지가 죽고 정순왕후는 순조 나이 15살에 수렴 청정에서 물러납니다. 이 때 벽파의 위기가 오는데도 말이죠. 하지만 김관주,김달순 등 벽파가 여전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수렴청정 후 몇 달 되지도 않아서 벽파 권유를 탄핵하는 상소가 올라옵니다. 그 내용은 순조와 김조순의 딸의 혼인을 막았다는 것, 정순왕후는 그 목표가 자기에게 미친다 생각하고 급히 수렴을 다시 내립니다. 하지만...

"수렴 청정 왜 또 해요?"
"아니 내가 할 말이 있어서"
"아니 전하께 말하면 알아서 갈 건데 왜 또 하냐고요?"
"아니 내가 할 말이 있다니까. 그 상소 있잖아."
"아니 그 놈들이 죄가 있으면 찢어죽여야죠. 근데 왜 또 하냐고요?"
"아니 일단 내 생각 좀 말 하고"
"아니 그니까 전하께 얘기하면 되지 왜 또 하냐고요?"
"아니 그러니까 내 얘기 잘 들어보라고!"
"아 전하께 하면 되지 왜 하냐고요!"
"아나 내가 수렴 거둬도 형벌 할 땐 참가한댔잖아!"
"형벌 뿐만 아니라 모~~든 일에 참가하셔야죠. 근데 그건 전하랑 얘기할 일이고 왜 또 수렴하냐고요? 덕이 높으신 분께서 이러면 안 되죠."
"덕이 있다고? 너 지금 거.짓.말 하고 있다."
"얼씨구 내가 이런 말을 들었으니 죽어야지. 얼렁 죽여 주소"
"너 진짜 왜 이래? 할 말 있대도. 내가 잘못하고 있는 거 아는데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 거라고."
"어이구 내가 이런 말 또 들었으니 죽어야지."

...

이 말을 한 건 대비가 수렴 청정을 할 때 무조건 따랐던 이시수였습니다. 거기다 옆에 있던 김관주도 똑같은 말을 하구요.

왕권이 강했던 왕들을 보면 알 수 있듯, 문정왕후를 보면 알 수 있듯 자리에서 물러나더라도 그 지지파가 정권을 장악하고 있으면 팥을 콩이라 해도 통합니다. 하지만... 정순왕후는 물러나자마자 "수렴 청정 물러나면 다시 정사에 관여하면 안 된다" 이거 하나 가지고 정말 단 한마디도 못 하고 물러나야 했습니다.

애초에 그녀와 벽파의 힘이 강했다면 이루어질 수 없는 일이죠.

4. 벽파의 몰락
그 이후 벽파는 정말 쉽게 몰락합니다. 처음에는 순조의 혼인을 방해했다는 죄로, 그 다음에는 팔자 흉언으로 정조의 승계를 막았다는 것으로요. 이 시간이 2년이나 됐을까요.

애초에 정순왕후의 김씨가 그렇게 권력이 강했다면, 김귀주가 그렇게 쉽게 물러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그런 면에서 이건 정조가 홍씨를 견제하기 위해 김씨와 손을 잡았다가 배신한 거라고 봐야 됩니다. 그들 역시 외척이고, 김귀주는 너무 강경한 인물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역시 강경했던 김종수는 끝까지 보호했습니다. 심환지에게는 뒤에서 지령을 내렸구요.
정순왕후가 정조의 뜻을 어겼다고 하지만, 그건 시파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안동 김씨는 정순왕후의 정책을 그대로 따랐고, 사도세자 추숭도 하지 않았으며, 천주교 역시 신나게 탄압했습니다. 그들이 물러나게 한 건 벽파라는 인간들 뿐이고 그 뜻을 정말 충실히 계승했죠.

영조 대에 김씨가 힘을 얻어 홍봉한을 공격한 건 사도세자가 죽고도 10년은 흘러야 했고, 그건 정조의 지원사격 아래 이루어졌습니다. 그러고도 패배했죠. 정조 때 역시 홍씨를 공격하려다가 자기도 같이 쓸려갑니다. 정순왕후는 아무런 말도 못 했고, 그 집은 "과부와 고아"만 남은 집이 됐죠.

수렴 청정기 동안 열심히 남인과 시파를 숙청했지만, 김조순은 계속 국구로 대우했고, 이시수 등 소론 시파계 인사들도 중용합니다. 그 이시수는 위에서 저렇게 정순왕후를 막죠.

그런 김귀주와 반대로 역시 강경했던 김종수는 계속 삽니다. 이렇게 본다면, 정조는 그들이 힘이 세서 없애지 못 한 게 아닙니다. 없애지 "않은" 거죠. 오히려 정조가 벽파를 키웠다고 봐야 됩니다.

벽파와 정순왕후의 힘은 명분. 정조는 겉으로는 일관되게 사도세자 추숭을 말 하지 못 하게 했습니다. 벽파는 이것만 이용했을 뿐입니다. 그리고 순조의 친정이 시작되고 안동 김씨가 본격적으로 나서자 "수렴 청정 반대"와 "순조의 혼인"이라는, "정조의 뜻"에 비하면 너무나도 약한 명분에 의해 쓸려나가죠. 그들이 힘을 얻은 건 정순왕후 자체의 능력으로 봐야지 그들 배후의 힘이 막강해서가 아닙니다.

벽파가 생기기 전, 청명당 때는 그들이 다수이긴 했을 겁니다. 홍씨 등 외척을 없앨 때 가장 활약한 게 그들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시파와 벽파가 분리된 후, 그들이 힘이 셌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힘이 있다면 그건 정조가 준 거라고 봐야죠.

벽파는 프리메이슨이 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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