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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한 여자로 산다는 거, 진짜 비참하더라고요.
게시물ID : humorbest_10154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윈디커벨
추천 : 249
조회수 : 29708회
댓글수 : 15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2/08 00:52: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2/08 00:40:19
제 나이 24, 엄마는 말합니다.
남들은 예쁜 옷 입고 직장생활 하며
남자친구도 사귀고 정말 청춘을 누리는데
넌 뭐냐고.
 
전 대답합니다.
뚱뚱해서 예쁜 옷 못입고
얼굴은 오죽 못났으니 남자친구도 없고
직장생활 하고 싶어도 스펙딸려 못하고
나도 청춘 누리고 싶지만 그러질 못한다고.
 
이렇게 또 엄마와 한바탕 하고
혼자 분에 못이겨 씩씩대며 방에 들어가면
수많은 생각과, 마음들이 뒤죽박죽 섞입니다.
확 죽어버릴까. 아님 어디로 그냥 떠나버릴까..
그러면서 늘 상상합니다. 더도말고 덜도말고 정말 딱
딱 체중미달이란 단어 좀 들어봤으면 좋겠다..
 
안해 본 운동이 없습니다.
필라테스, 요가, 핫요가, 플라잉요가
다이어트비디오, DVD, 유투브영상
집에서 쉽게 하는 스트레칭, 다이어트식단-
모든걸 도전해봤지만 남은건 요요현상 뿐이었어요.
 
초중고 시절에는
뚱뚱하다는 이유로 수없이 왕따도 당해봤고
미련스럽다, 그만 먹어라 라는 말을
일상언어로 취급할만큼 듣고 살았습니다.
 
중학교 1학년..
참 마음도 여리고 생각도 많아질 시기에
저는 왕따를 당하느라 급급했어요.
없어진 교과서 찾겠다고 쓰레기통 뒤졌고
사물함에는 늘 쓰레기들이 쌓여있어서
쉬는시간마다 열어보고 치워야 했습니다.
 
필통에는 학용품들이 매번 없어졌고
수업시간에는 남자애들이 "김뚱땡" 하며
목소리를 낮게 변조시켜 말하곤 했죠.
겉으로는 상처받지 않은 척, 괜찮은 척
내색부리지 않고 당당하게 수업을 들었지만
내심 선생님들이 혼내켜 주시기를 바랐습니다.
 
선생님들.. 참 모지시더군요.
말 못하고 속으로 '제발 혼내주세요.' 란 말만
계속 되풀이 하며 선생님과 눈을 마주쳤는데
못본척 시선을 홱 돌리시던 사회 선생님..
그 선생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합니다.
 
곤란하셨겠지요,
엮이고 싶지 않으셨겠지요. 이해해요.
 
그 이후로 쉬는시간이나 점심시간
야트막한 그 짜투리시간에는 남자애들이
복도로 가서 창문을 열고 교과서를 제게 던졌습니다.
아슬아슬하게 빗겨나가거나할때면
'아~ 잘 좀 맞춰봐!' 하며 자기들끼리 큰소리로 떠들곤 했죠.
 
참다 못해
내가 뭘 잘못했느냐며
의자를 집어던지고 책상을 뒤엎었던 날은
괴롬힘의 강도가 더 세지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포기했어요. 그냥, 난 뚱뚱하니까..
단지 그것만으로도 이렇게 살아야 하는구나..
 
아예 자신을 놓아버렸습니다.
부모님께는 말 한마디도 하지 못했어요.
6년내내 왕따를 당했는데도
속 깊은 말 하나 꺼내지 못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성적이 뚝 떨어졌고
부모님은 제게 학원을 다니라며
집 근처에 있는 학원을 등록해주셨어요.
 
왕따로 인해서
사람을 사귀는게 익숙치 못한 저는
학원에서도 겉돌게 되었고
아니나 다를까 놀림감이 되었습니다.
 
주선자는 수학선생님이셨어요.
팔뚝살 보라며, 턱 살 좀 보라며..
뚱녀 비슷한 별명을 제게 지어주시고
아이들 앞에서 과감히 그 별명으로 절 부르시고
농담거리로 절 놀리셨던 그 분..
 
저는 학원을 관둬야 했습니다.
제 행동 하나하나, 말투 하나하나
다 뚱뚱한 것과 연관되어 지더라고요.
 
그러다보니 먹는걸로
스트레스를 풀게 되었어요.
덕분에 왕따생활과 같이
위궤양을 달고 살았습니다.
 
또, 뭘 먹든지 남들이 먹는 양과 비교하며
일반 사람들 먹는 양보다 더 적게 먹었고
먹는 속도도 더 느리게, 더더 느리게
속으로 주문을 외우기도 했어요.
 
엄마따라 목욕탕을 가면
마치 서커스단을 보는 것 마냥
신기함 반, 놀라움 반으로
절 쳐다보았던 수많은 시선들..
사춘기가 된 후 부터는 대중목욕탕이라 하면 학을 뗐습니다.
 
그러다보니 성격은 늘 소극적이고
자기 의견 하나 피력하지 못하는...
그래놓고 쥐톨만한 자존심 하나 있다고
욱하고, 혼자 울고, 소리지르고, 물건 집어던지는-
참 괴상해서 어디다 말도 못하는 성격이 되어버렸습니다.
 
대학 시절요?
쓰디쓴 과거가 되어버렸어요.
20살, 살도 빼고 정말 예뻐지리라 다짐했던 날
그 날은 신입생 횐영회였고, 제가 강간당한 날이었습니다.
다이어리에 목표:45키로 라고 적어놨던 날이기도 합니다.
 
참 많이 울었습니다,
많이 괴로워했고, 죽기로 마음먹고
죽자살자 덤벼들기도 했습니다. 결과는 다 실패였지만요.
한동안 대인기피증과 우울증, 환청과 악몽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4년이 지난 지금, 전보단 나아졌지만 아직도 또렷하게 생각이 납니다.
무테 안경과, 등산화, 자기 몸보다 훨씬 컸던 체크 남방을 입고
검은 바지에 술냄새 가득했던 입 안.. 귓가에 퍼지던 그 숨결까지..
 
사실 강간 당한걸 부모님께 알리지 못했어요.
여름방학이 되자마자 바로 짐싸고 집으로 올라와
10월달까지 뻐기던 절 이상하게 보시던 엄마가 무슨일이길래
학교를 안가냐며 추궁했고, 전 말없이 참다 소리를 질렀거든요.
 
"나 강간당했다고!! 학교에서 강간당해서 못간다고!!"
 
그러니 도와달란 말과, 제발 날 좀 안아달라는 말은 삼켰습니다.
안나오더라고요, 이상하게.. 못했어요. 당한 게 너무 죄스러워서..
기숙사방에서 강간당하고 혹시나 싶은 마음에 화장실로 달려가
휴지로 처녀막을 확인하고, 역시나 피가 잔뜩 묻어있는 휴지를 보며
다시 방으로 들어가 오열했던 그 때 부모님께 문자가 왔었거든요.
 
[우리 첫째, 아빠가 사랑한단 말도 못해주고
그동안 잘해주지 못해 미안하다, 사랑한다. 아빤 우리 딸 믿는다.]
[몸 조심하고 밥 잘 챙겨먹고 공부 열심히 해서 방학때 놀러와, 사랑해 딸.]
 
한동안 그 문자들이
머릿속에서 뱅뱅 돌았습니다.
너무나 고통스러웠어요. 미쳐죽는다는게 이런거구나 싶을정도로요.
엄마에게 강간당한 사실을 알린 후, 저는 네이트X에 글을 올렸습니다.
많은 분들이 제 사연을 아시고 절 도와주길 바랐어요. 정말 그거뿐이었어요.
그런 마음을 하늘은 알았는지, 마침 도가니 영화가 사회적 이슈가 되었고
제 글은 제2의 도가니라는 별명을 얻으며 덩달아 이슈가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무료 변호사를 해주겠다며 연락을 취해주셨지만
결론은 그 얘 군대 보내는것과.... 전 다른 학교로 편입하는 것이었습니다.
스트레스가 정말 많았어요. 안그래도 뚱뚱한것부터 죄가 되는데
강간당한 과거까지 있다는거.. 정말 최악이잖아요. 어느 누가 거들떠나 보겠어요.
그래서 많이 힘들어했어요. 밖에도 한번 나가지 않고 방에만 틀어박혔어요.
 
하루는 엄마가 물어보시더라구요.
너 밖에 나갈 생각 없느냐고.. 없다 했습니다.
입고 나갈 옷들도 없고, 맞는 옷도 없고..
나가봤자 할 것도 없고, 무엇보다 난 이모양 이 꼴인데
친구들은 대학 선배들이 술도 사주고, 밥도 사주면서
제가 꿈꾸던 캠퍼스 생활 그대로 살고 있었거든요.
 
페이스북, 카카오스토리..카카오톡..
친구들은 너무나 잘 살고 있었습니다.
꿈을 향해 달려가거나, 하고싶은 일을 하거나
연애를 하거나.. 짝사랑을 하거나.. 동아리 활동을 하는 등
저와는 너무나 떨어진 삶을 살고 있더라고요.
 
또 다시 찾아온 우울증..
그 우울함을 떨쳐내기 위해 먹고 또 먹고..
75키로 80키로 85키로.. 살은 늘어가고
걱정 또한 늘어가고, 자괴감과 공포만이 제 친구가 되었습니다.
어쩌다 정말 친구들과 만나게 되면
말없이 고개만 숙인채 아이들 얘기만 듣고 집에 올때도 있었고요.
 
지금도 친구들을 만나고 있지 않습니다.
개인 사정 상 작년 여름에 휴학계를 내고
알바를 하려고 이력서를 들고 동네방네 뛰어다녔지만
뚱뚱하다는 이유로 다 거절당했어요.
 
6개월동안 집안에 틀어박혀 지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적으로 친구들 만나는 것도 꺼리게 되고
신세 한탄만 하게 됐네요. 다이어트도 제 맘대로 안되구요.
 
사이사이 뚱뚱한건
자기관리가 부족해서라는 글을 보면서
그렇구나.. 난 내 자신부터 글러먹었구나.. 하면서
혼자 상처받고 찌질이마냥 울기도 합니다.
 
써보니 행복한 적이 없었네요.
앞뒤 문맥 맞지않은 점 죄송합니다.
어디다 풀고 싶었어요..
어디라도 내가 이렇다라는 걸
속 편히 말하고 싶었어요.
 
난 이렇지만,
이 글을 읽은 당신에게는
늘 행복만 있었음 좋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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