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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 뚜따하던 노인
게시물ID : humorbest_10218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선셋_기냥
추천 : 67
조회수 : 15680회
댓글수 : 2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2/20 21:28: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2/20 20:55:09
벌써 4개월 전이다. 내가 4790K 사고 얼마후 일이다. 오버하는 김에, 뚜따를 한번 하기로 했다
용산 근처에 뚜따 대신해주는 노인이 있었다. 뚜따는 불안해서 대신 맡기기로 하니, 값을 굉장히 비싸게 부르는것 같았다
"좀 싸게 해 줄 수 없습니까" 
했더니
"고작 뚜따 한번가지고 에누리하겠소, 싸게 하려면 바이스 사서 직접 하시구랴"하는 것이었다
대단히 무뚝뚝한 노인이었다. 값을 흥정하지도 못하고 잘 따달라고만 부탁했다
그는 얌전히 뚜따를 하고있었다. 처음에는 바이스를 빨리 조이는것 같더니, 해가 저물도록 이리 조이고 풀고 마냥 늑장이다
"그만 바이스질 해도 좋으니 그만 리퀴드 프로나 바르고 주십시오"
라고 했더니, 화를 버럭 내며
"딸만큼 따야 뚜따가 되지, 똥써멀이 서두른다고 솔더링이 되나"
하던 것이었다. 나도 기가 막혀
"오버 할 사람이 좋다는데 뭘 더 조심한다는 것이오? 노인장, 차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니까요
노인은 퉁명스럽게
"그럼 직접 하시우, 난 안하겠소"
하고 내뱉는다. 지금까지 기다리고 있다가 그냥 갈 수도 없고, 차 시간은 어차피 틀린 것 같고 해서, 될 대로 되라고 체념할 수 밖에 없었다
"그럼 마음대로 따 보시오"
"글쎄 재촉을 하면 점점 코어가 다친다니까. 뚜따는 제대로 해야지, 따다가 코어 긁어서야 쓰나"
좀 누그러진 말씨다. 이번에는 다 따고 숫제 회로에 코팅은 안하고 궐련이나 태우고 있는것이 아닌가
나도 그만 지쳐 구경꾼이 되어버렸다
얼마후에야 리퀴드 프로를 바르고 이래저래 돌리며 IHS를 접합하고 주는것이었다
사실 따기야 예전부터 딴 CPU였다.
차를 놓치고 다른 차로 가야하니, 나는 불쾌하기 짝이 없었다. "그래서야 어디 장사가 될 텐가. 손님 본위가 아니고 순 제 본위다
그러면서 비싸게 부르기는. 상도덕도 모르고 짜증나는 노인이구만." 생각할수록 짜증이 났다
그러다가 뒤를 보니 노인은 태연히 스마트폰으로 쿨엔을 눈팅중이었다
바라보고 섰는 옆 모습이 어쩐지 노인다워 보였다. 부드러운 눈매와 흰 수염에 내 마음은 약간 누그러졌다. 노인에 대한 멸시와 증오도 감쇄된 셈이다
집에와서 CPU를 내놨더니 남편이 뚜따한번 참 잘했다고 야단이다. 집에 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전의 것이나 별로 다른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남편의 설명을 들어보니, 똥써멀을 바르면 조금만 오버해도 발열이 오르며, 써멀을 잘못 바르면 역시 발열이 생기고, 코팅을 잘못 하면 리퀴드프로때문에 CPU가 맛이 간다는 것이다. 이렇게 잘 된 뚜따는 처음이라는 것이다. 나는 비로소 마음이 확 풀렸다
그리고 그 노인에 대한 내 태도를 뉘우쳤다. 참으로 미안했다
그러나, 요새 CPU는 발열이 오르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 없다. 린필드 샌디 시절에는 CPU를 생산할때, 코어와 IHS사이를 열전도율이 높은 재질로
정성스레 땜을 한다. 이것을 솔더링이라고 한다. 
그러나 요새 나오는 CPU는, IHS와 코어 사이를 똥써멀로 채운다. 단가가 저렴하다. 그러나 열 전도율이 좋지 못하다
그렇지만 요새는 오버 하는 사람도 적은것을 비싼 단가 들여가며 솔더링 할 사람이 있을것 같지는 않다.
나는 그 노인에 대해서 죄를 지은것 같은 괴로움을 느꼈다. '그 따위로 해서 무슨 장사를 해먹는담' 하던 말은
'그런 노인이 나 같은 젊은이에게 멸시와 증오를 밭는 세상에서, 어떻게 제대로 오버클럭을 할 수 있담'이라는 말로 바뀌었다
나는 그 노인을 찾아가서 써모랩 바다에 녹투아 써멀 하나라도 건네며 진심으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 다음날 그 노인을 찾았다. 그러나 그 노인이 있던 자리에 그 노인은 있지 않았다. 
허전하고 서운했다. 내 마음은 사과드릴 길이 없어 안타까웠다. 맞은편 선인상가의 인텔 CPU 판매대를 보았다
박스의 외계인 흉상이 보인다. 아, 그때 그 노인이 저 외계인을 보고 있던거구나. 열심히 뚜따를 하다가 잠시 CPU 박스를 보던 노인의 거룩한 모습이 떠올랐다. 
나는 무심히 '그러믄 불도좆 사등가'라는 인텔의 싯구가 새어나왔다
오늘 집에 들어왔더니 아들놈이 스카이레이크 루머를 보고있다. 전에 린필드 오버하던때가 생각난다
사제쿨러 구경한지도 참 오래다. 요새는 사제쿨러 쓰는 사람도 볼 수가 없다. 3.6 국민오버니 바다니 애수를 자아내던 그 CPU들도 퇴역한지 오래다
문득 4개월 전 뚜따하던 노인의 모습이 떠오른다



아이고 나름 힘들게 방망이 깎던 노인 패러디 한다고 쓴건데 별로 재미 없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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