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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결혼한지 3번째 설이 지났어요. 와이프한테 너무 미안합니다..
게시물ID : humorbest_10227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매일활기차게
추천 : 334
조회수 : 16182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2/22 14:14: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2/21 06:11:17

벌써 결혼한지 3번째 설이 지났어요. 그러나 이번에도 가족을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지금 마누라는 고등학생 2학년 때, 봉사 동아리에서 만나게 됬어요.
그때부터 많이 친해졌고... 3학년때 수능공부 같이 하면서 같은 대학 가자는 저의 소심한 고백에 웃으면서 좋다고 했고...
그렇게 저와 마눌은 같은 대학에 진학하고, 어쩌다보니 제 알오를 전역하는 것까지 기다려주게 됬습니다. 참 고마워요.
그런 좋은 마누라가 있는데 항상 고생만 시키네요.

장모 장인어른님께 전화해서 이번 설에도 못갈 것 같다고 전화하니... 한숨이 전화넘어 넘어오드라구요..
그러나 제가 사랑하는 장모님 장인어른님... 안온다고 별 말씀 안하시고... 힘내라, 미래를 위해서 담을쌓는다 라는 말씀만 3년째 반복해 주십니다.  
평소 제가 먼저 전화를 해야 되는데.. 제 마누라한테, 저한테 항상 먼저 전화해 주시고... 카톡해 주시고... 정말 감사합니다.

사실 제겐 현재 부모님이 안계셔요. 고아로 자라온 건 아니지만.
초등학생 때 버스기사 이셨던 아버지가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제가 ROTC로 중위를 막 달아갈 쯤에 심근경색으로 돌아가셨습니다.

중위 진급을 1주일 앞두던 설때, 당직사관으로 근무 중 당직병이 전화를 받고 제 전화인 것 같아 전화를 돌려준다고 하더라구요.
전화를 받으니 외삼촌 이었고.. 전화 받자마자 외삼촌이 "군생활 고생한다. 설날에도 힘내라." 라고 말씀하실 줄 알았는데
정말 뜻 밖의 통화 내용 이었습니다. 어머니가 쓰러지셨는데 병원으로 이송됬지만 돌아가셨다구요...
소위라 갈굼도 많고 뭘 어떻게 해야될지도 몰랐는데, 대대장님 숙소로 바로 전화해서 상황을 말씀드리니... 
새벽에 주무시던 대대장님이 올라오셔서는 제 대신에 당직사관을 볼테니 빨리 가보라고 하시더라구요.
부대의 위수지역은 강원도... 가야할 곳은 서울이라 위수지역 이탈인데도 대대장님은 그런 말 하는 저를 오히려 나무라셨습니다..

ROTC월급 얼마나 된다고... 전역 후 취업준비며 차후 결혼준비 까지는 내가 알아서 천천히 준비해보자 라는 생각으로.
그때 소위가 120만원 조금 넘던 시절에, 적금만 100만원을 넣어가며 군 생활했고
그 돈 한달한달 넣어가다가 쌓여있을 때를 보니... 이 돈으로 결혼을 하든 뭐를 하든 여태까지 나를 키워준 어머니가 행복하게 봐주셨다 생각해 가면서 적금넣고, 열심히 알오생활 하고 있었어요..  사명감 하나에 설날 당직사관도, 부대잔류도 힘들어도 참았어요.. 저보다 어머니가 더 힘드셨을 테니까요.

11년도 5월에 ROTC전역하고 나니 나이가 27이 되더군요.. 전역하고 취업준비하니 뭐하니 하다보니 2개월이 훌쩍 지나더라구요.
통신소대장 직책 살려서 어찌어찌 해서 모 통신사 대기업 하청업체로 취업하게 되었습니다.
그때는 자그마한 교환기 판매/유통 업체였어요. 교환기 전체를 제작하는 LG나 삼성탈레스에 '교환기 카드'를 납품하거나, KT에는 단국장치 부품 등을 납품하고 큰 공사던 작은 공사던, 회선을 매설하는데 필요한 재료들을 유통했습니다.

취업했다고, 여자친구 손 잡고 아버님 어머님께 인사드리러 가니 심장이 떨어질 것 같은 말을 듣고 왔습니다.
"헤어져라.", "그만 만나라." 가 아닌, "결혼해라. 최대한 빨리." 그때 장인어른의 웃음도 눈물도 없는 100% 진지한 표정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얘기 들은게 7월 중순인데 정확히는 11년 7월 16일 이네요..^^ 
"이제 막 전역하고, 이제 막 취업했으니까 정신도 없겠지.. 알아서 준비할 테니까 결혼식 날짜가 언제인지만 알려줄께." 라고 무섭게 말씀하셨습니다.

어째저째... 회사 좀 적응했다 싶으니 11년 11월 26일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언제 결혼할 지는 몰랐지만, 이렇게 빨리 결혼할 줄도 몰랐지만, 어쨋거나 결혼식장엔 아버지와 어머니가 안계시더라구요.
아버지 같았던 외삼촌 들도 오셨고 했지만 어머니가 없다는게... 또 한번 너무나 슬펐습니다.
장인어른과 장모님은 결혼식 끝나고 제게 "이제 우리가 부모님이야." 라고 말씀하셨는데, 그때 정말 눈물이 엄청나게 났습니다.
울면 안되는데 하면서... 눈물 콧물 다 빼가면서 울었어요. 식 진행되는 동안 참았던 눈물이 그때 다 나온 것 같아요.

다운로드.jpg
저와 와이프의 웨딩 사진입니다.^^


마누라는 결혼하고 임용고시 합격에 성공해서^^ 재작년부터 서울 모 고등학교에 문학교사로 근무 중입니다.
저는 회사가 빠른 시간에 발전해서 납품이 주가 아닌 이제는 인터넷 서버 개발까지 하게 되었고
군 유선전화망을 인터넷망으로 절체시키는 사업을 주 담당하도록 계약까지 성공했습니다. 제가 첫 입사했을때 비하면 회사가 정말 커졌어요.

하지만... 아직 인원은 부족해요. 개발직으로 있는 제가 맡을 필요도 없는, "긴급조치팀"에 편성이 되어버려서
결국 이번 설에도 제 부모님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정말 사랑하는 어머니와.. 아버지께 찾아가지 못했습니다.
설 3일간의 비상근무가 끝나고 오전 9시가 되면 집에 들어가서 와이프 얼굴 봅니다.. 빨리빨리 뵈러 가야겠어요.
근데 너무 늦었고... 다 같이 모일때 가야하는게 정상인데. 이렇게 가니 괜히 마누라 고생시키는 건 아닐까... 장인어른 장모님 걱정시키는 건 아닐까...
너무나도 죄송하고 또 죄송하고... 제 자신이 너무 형편없다고 생각이 들어요.

처음 봤던 고등학생 때부터 변함없이, 토라짐 한 번 없이 웃던 제 와이프가 이번 설 만큼은 정말 진지하게 "이번 설에는 꼭 같이가자." 라고 말했었는데 .. 하지만 전 이번에도 못가는 형편없는 남편이 되버리고 말았습니다.

오유 여러분은 설 잘 보내셨어요? 올해도 새해복 많이 받으시고.. 화이팅입니다.^^
올 추석때는 꼭. 다 같이 모일 때 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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