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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사용하는" 방법
게시물ID : humorbest_10452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Δt
추천 : 66
조회수 : 6919회
댓글수 : 1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4/20 15:53:25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4/18 15:4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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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내게 감정이란 감옥 속에 갇혀 있어야 할 죄수였다.

그것은 보통은 쓸모없고 현실에 막대한 손해를 끼치는 요소였다.

그러나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처음으로 감정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방법을 가르쳐 주었다.

처음 몇년간은 순조로웠다. 그 와중에 읽었던 니체의 책은 확신까지 더해주었다. 

니체는 숫제 그 감정이라는 독이 독하면 독할수록 더욱 아름다운 향유로 빚어낼 수 있음을 지적했다.

충동을 어떻게 해소하는가가 문제이지, 충동이 있다는것 자체는 축복이었다.
그렇게 감정을 어떻게 "사용하면" 되는지를 잘 안다고 생각했고, 그 방법을 아는 나의 에너지는 무한하다고 여겼다.


그러나 만일 니체가 쇼펜하우어의 가르침 뿐만 아니라 경고에도 귀기울였다면 말년에 그같은 비극을 겪지 않았을 것이다. 

인간을 고귀하게 만드는 것은 무엇보다도 파괴하는 용기와 재창조의 영원한 유희라고 했던 그는 말년에 정신병을 앓았다.

확실히 부정적인 감정으로 다른 찌질한 짓을 하는 것 보다는 인생에 도움이 되도록 자신을 조절하는 편이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 치환 행위를 영원토록 계속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감정이라는 죄수에게 노역을 시키는 데는 정신력이란 자원이 필요했고, 정신력은 결코 무한한 자원이 아니었던 것이다.

감정이 흉포할 수록 정신력을 지속해서 쥐어짜내는 과정은 굉장한 스트레스였고,
쇼펜하우어가 경고한 대로, 일생을 긴장 상태에서 보낸 영웅들은 
거의 예외없이 정신병이나 치매 상태로 노년을 맞이해야 했었음을 내 자신이 직접 체감할 수 있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상태가 정신이 나간 상태보다 더 나을 것은 무엇인가?
정신력이 유한하다는 것은 꼼짝 말고 움츠러들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라

언제 무슨일에 얼마만큼의 정신력을 쏟을 것인지를 정해야 한다는 뜻이다.


그러면 마지막으로 남는 문제는, 감당 못할 만큼의 감정은 어떻게 통제되어야 할까 였다.

모든 정신력을 소모하고도 통제하지 못하는 부정적인 감정은 어떻게 처리해야 옳을까?

글쎄, 최고의 문제 해결 방법은 문제가 일어나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다. 

그런 감정이 일지 않도록 상황을 내 손으로 바꾸는 수 밖에.


그래서 도망치는 것 밖에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움츠렸던 어린 시절에는 감정을 버리는 생존전략을 연습해 왔었다. 

마음을 정했다면 할 수 있는 일에만 집중하자. 


진실로 그 외의 나머지는 우리의 알 바가 아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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