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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불킥 똥썰
게시물ID : humorbest_10626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galou
추천 : 56
조회수 : 6886회
댓글수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5/19 19:27:29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5/14 01:33:16
200X년 미대 입시준비생일때의 일입니다. 

건X대학교에 시험을 치러갔었어요. 
뭔가 거사를 치루기 전에는 유리직장 때문에 화장실을 꼭 가야해서 
언제나 제게는 왼쪽- 남자화장실 오른쪽- 여자화장실이라는 고정관념이 있음.

한치의 의심도 없이 왼쪽으로 들어간 나.

시험 시작시간은 꽤 남아있어서 사람도 없고 한산.
화장실 들어가서 신나게 일을 보는데

제가 출생은 서울이라도 지방에서 오래살아서 건어물대학같은 점보코끼리 대학은 처음가보는거라 ㅂㄷㅂㄷ하더이다.
바닥에도 물기하나 없고 화장실 대변칸 벽도 결이 아름다운 천연목재틱한 재질에 
프랑스에 가본적도 없지만 상젤리제에서나 맡을 법한 플로라 꽃향이 가득하고
장인이 몇백번의 시도끝에 구워내고 유레카 외쳤을 것 같은 깨끗한 그리고 유선형의 변기.
 한겨울이었음에도 앉았을때에 마치 엉덩이가 델거 같은 뜨뜻함에
놀라 뒤를 돌아봤더니 비데가 귀하던 시절에 풀전력으로 비데가 돌아가고 있고. 
(여담인데, 촌놈이라 비데에서는 엉덩이세척 눌러야되는데 2년전까지만 해도 비데 있는 화장실 가면 "비데니까 비데버튼 눌러야지!" 하고
물범벅 되고 그랬음; 최근에 일본에 와서야 비데는 여성용이고 남자용은 오시리버튼이라는 걸 알고 충격) 

마치 화장실 변기칸이 미래도시의 캡슐 호텔과도 같이 보여 우아함마저도 느끼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변도 아주 스무스하게 빠졌고



똥.jpg


모든것이 완벽했는데.

웬 여성들의 목소리가.... 여성들이 화장실에 들어와서 시험용으로 바케스에 물을 떠가는 상황.
"어험. 왜 아녀자가 이런데서. 휴게소 아지매들도 아니고"
하고 물을 내리려다 문틈으로 보여오는 광경이....

없다!?


남자화장실이라면 응당 있어야할 그것이 없음.
"소변기!"
그리고 시험시간이 가까워 오자 급 늘어난 여성분들....
다들 물 뜨느라 줄서서.... 왁자지껄

급 땀이 삐질삐질.

인생에서 이런 위기가 있었나 싶을 정도였습니다.
한번도 대장부로 태어나 양심에 찔리는 일 없이 살아왔다 자부했었는데
하늘이 나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나.. 하고

물을 내리면 모두가 제가 있는 칸을 주목할 거 같아서 물도 못내리고
플로랄 향만 가득하던 화장실은 어느새 내 똥내로 구려지고.
앉아서 거의 반시간을.... 땀을 삐질삐질 흘리며. 한겨울임에도 불구하고 겨땀이 폭발해서 진짜 죽을지경이었음.
코트라도 입고 왔다면 은폐라고 했을텐데. 코트도 시험장에 벗어두고 와서.....

찰나. 그래. 실수는 실수다. 실수해서 지적당한다면 실수를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자.
지금까지 20년(재수생이었음) 그렇게 살아오지 않았나!
남자답게 행동하자. 하고 결의를 굳게 다진 저는 옷매무새를 다듬고 벽면에 붙은 "PUSH" 물내리기 버튼을 눌렀습니다

그런데











"끼룩끼룩끼룩  뿌우우우~ 끼룩끼룩 째째째짹  삐약삐약~  부엉부엉"






이게 뭐야!
저는 대패닉.
문틈으로 보이는 시선으로 화장실에 있는 모든 여학생들이 내쪽을 주목

헉.....
큰일났다. 
(나중에 알고보니 그게 당시에는 여자화장실에만 있던 에티켓 버튼이라고 하더군요;)

겨우 낸 용기는 다시 길을 잃고...
머리를 싸매고 (손도 안닦았는데) 고뇌하기를 수십분.
(거의 화장실에 한시간 쳐박혀 있었음)

"잠시후 시험이 시작됩니다." 
방송이 흐르자
더이상 앉아만 있으면 안된다는 결심이. 시험을 안칠수는 없지 않은가! 하고 자신을 다독이기 시작함.

그리고 당당하게 물을 내리고 

벌컥(물 마시는 소리 아님)
하고 문을 열었음.

시험 시작 직전이라 물을 뜨러오던 행렬이 줄고 줄어 마지막 한 여자분만 남아있었어요.

"그래. 사람이 없어서 실수로 들어왔다고(실제로도 그랬지만) 변명하자." 하고 고개를 떳떳이 들고 여자분 뒤를 지나감.
여자분이 거울을 통해 잠시 눈이 마주쳤는데....


다시 그냥 하던거 하심......


나는 왜? 지금까지 썡 고생을 한것인가.


이미 재수생상태라 머리가 어깨까지 오던 때여서인가....
아무도 신경을 안쓰더라는 

bEHk_0960526-01.jpg
<당시의 본인 사진>

근데 친구들이 닮은 여자를 봤다며 보내준 사진하고 막 섞여서 
본인도 누가 본인인지 모르는 참사가.  1프로 정도 확률도 본인이 아닐 가능성도 있음
(저때는 금발이었던 것 같은 기억도)





어쨌든 뭐 그냥 다 해결됐고. 액땜? 한 셈 치자며 연필을 잡았는데









내 앞자리에 아까 눈 마주친 여성분이 와서 앉더라....


말한마디 못하고 손만 덜덜덜 떨다가
건어물 대학교는 장렬하게 떨어졌다는 전설입니다.
아직도 가끔 생각나면 막 웃기고 이불 차고 하는// 그런 경험담.

여러분 화장실 들어갈때는 팻말 꼭 확인하고 들어갑시다. 
왼쪽 오른쪽 경험상 바뀌어있는데가 꽤 있더라구요 ㅠ
대부분의 경우 누가 있거나 위화감을 느끼고 중간에 말텐데. 시험 목전이라 뇌가 가출했던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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