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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진료 = 양심적인 진료? (양심적인 치과의사 글을 보고)
게시물ID : humorbest_106373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로포즈
추천 : 60
조회수 : 5233회
댓글수 : 3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5/21 10:35:14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5/20 04:14:40
와이프가 아직 퇴근을 못하고 집에 없는 관계로 음슴체.
 
 
 
아까 양심적인 치과의사라는 내용으로 글이 하나 올라왔었음.
http://todayhumor.com/?humorbest_1062755
댓글을 보다보니 양심적인 진료가 보험 진료인 것처럼 되어 있어서 그 부분에 대해 글을 남김.
 
우선 본인은 의료게시판에 서식하는 그저 흔한 의사임을 밝힘.
 
 
 
 
보험진료 = 양심적인 진료?
 
이건 성립할 수 없음.
 
우선 무엇이 양심적인 진료인가 생각해봐야겠음.
의사들은 개별 환자에게 맞는 최선의 치료를 선택하는 것이 양심적이라고 생각함.
단언컨대 이 부분은 전세계 누구, 어떤 의사라도 동의하리라 봄.
이 문제로 수백만명의 의사들이 피튀기는 콜로세움을 매일 벌임.ㅇㅇ
여러분들도 나한테 맞는 방법으로 일단 병이 낫는 것이 최고 아니겠음?
 
그럼 최선의 치료가 보험치료냐? 근데 그게 아님.
 
왜냐하면
어떤 치료 방법이 보험이 되냐 안되냐를 정하는 사람들이 있을거 아니겠음?
근데 그 사람들이 최신 의학지견을 따라가지도 못할 뿐더러 그 정하는 사람들에 의사의 의견이 거의 반영되지 않음.
물론 보험이 되는 치료가 많긴 함. 흔히 보이는 감기, 고혈압, 당뇨 같은 질환들. (의사들끼리 보험과를 감물잡이라고 하는 뭐 그런 말도 있긴함ㅇㅇ)
 
어떤 병의 가장 좋은 치료방법이 보험이면, 의사들도 환자들에게 권하기도 쉽고, 환자들도 편하게 선택하고 윈윈임.
 
당신 이러케 하면 됩니다. 보험됩니다. 하면 환자도 꺄르륵 하고 좋아하지 않겠음? 치료도 잘되고?
근데 그게 아닌 경우엔 괴리가 생김.
이럴때 그럼 그 환자를 보고 있는 전문가인 의료인의 판단이 존중되어야 맞는데 그렇지 못하는게 문제.
 
 
비유적으로 요즘 오유에 흔한 갇히는 일로 이야기를 해보겠음.
http://todayhumor.com/?humordata_1495159
 
당신 오징어가 방에 갇힘.
이 상황에서 당신에게 가장 좋은 건 이 방을 나가는 거임
문고리 구멍 사이로 동생이 ㅋㅋㅋㅋ대면서 넣어주는 귤을 계속 받아먹는게 좋은 게 아님.
근데 의료보험이 귤을 넣는건 보험으로 해주고, 문을 여는 건 보험으로 처리가 안하고 있음.
이 상황에서 보험이니까 귤을 계속 받아 먹을거임? 아니잖슴.... 돈이 안들어서 좋아보이긴 하겠지....
(이 넣어주는 귤을 대증치료라고 하는데 이건 대부분 보험은 잘 됨. 결국 환자에게 완치를 할 수 있는 접근은 아닌 경우가 많음...)
 
이 문제가 근데 매일매일 심심치 않게 일어남.
 
그러니까 보험진료 = 양심적인 진료가 될 수가 없음.
이게 되려면 보험으로 포괄하는 범위가 지금과는 달라져야 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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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의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겠음.
과연 보험진료만 하고 교과서적으로 진료만 하면 생존이 가능한가?
근데 그것도 역시 안됨.
 
실질적인 예를 들어봄. 예전에 어떤 어그로랑 싸울때 했던 예시임.
 
당신이 의대를 막 졸업했음. 이제 바로 그 '히포크라테스 정신'에 입각하여 배운대로 교과서적인 진료를 하기로 함.
하루에 8시간 주5일 환자 1명마다 15분씩 진료하기로 함.
살인적인 의대/의전원 등록금 땜에 지금 모아둔 돈이 없음. 일단 밑바닥에서 시작한다고 가정함. (사실 빚만 없어도 땡큐임 ㅋㅋㅋ)
 
의사들에게 대출은 일단 잘해줌. (왜냐 ㅈㄴ 결국 못 갚는 놈들이 많음..ㅋㅋㅋ ㅠ)
개업을 위해 5억을 빌리기로 함.
그 중 4억은 건물 보증금과 내부 인테리어로 한다고 치고, 나머지 1억은 각종 의료기기 빌리고 내부 기자재 등 준비하고 등등 잡비로 썼음.
나 혼자 일할 수 없으니 간호사..는 비싸니까 간호조무사를 둘만 고용한다고 침.
최저시급보단 약간 더주고 월 140씩 준다고 가정 1인당...
 
자, 그럼 당신이 월 버는 돈은 얼마일까?
주말 제외하고 대충 한달에 22일 일한다고 치자.
하루에 8시간 1명에 15분하면 시간당 4명씩 하루 32명 봄.
한달에 32x22=704명 봄.
환자 1인당 병원이 받는 돈은 1만원이 약간 안됨. (재진기준)
러프하게 월 700번다고 가정하겠음. 700ㅋㅋㅋㅋㅋㅋㅋㅋ
 
자. 지출은 얼마일까?
간호사 두 명 월급 나감 총 280나감 420남음
대출금 일단 이자만 갚겠음. 5억 빌린 것의 연이자 5프로만 해도 2500임. 대충 월 200이라 침. 그럼 220남음.
이 220으로 월세내고, 전기요금, 수도요금, 기타 관리비 등등 내야함.
(방금 포털 사이트에서 '보증금 4억 월세' 란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월세가 440나오네 ㅋㅋㅋㅋ)
결혼? ㅋㅋㅋㅋ 내집마련???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ㅋㅋㅋㅋ 이렇게 망하기 쉬우니까 은행에서 나름 돈은 잘 빌려줌 ㅋㅋㅋㅋㅋㅋ
괜히 신규개업의 30~40프로가 빚더미에 망한다고 하는게 아님 ㅋㅋ
 
이 상황에서 당신의 선택은 어떤 거임?
간호조무사를 '열정페이'로 부리든지, 위의 링크에 있는 이른바 '양심적인 선생님'처럼 간호조무사 없이 1인 운영을 하고, 그래도 감당안되면??
보험진료를 포기할 수 밖에 없음. 안 그럼? 먹고는 살아야지?
당신이 진짜 이 상황에서 비보험진료를 하는 사람을 욕할 수 있음? 
 
그래서 양심적이고 교과서적인 진료와 보험진료는 우리나라에서 양립할 수 없는 거임.
그래서 미용과 같은 비보험진료가 의사들 안에서는 인기일 수밖에 없는 거고...
 
아덴만 영웅, 위대한 의사 이국종 교수라든가 무슨무슨과 명의라든가 그런게 나오면, (그래서 막 추천도 받고 베스트도 가고 그러면 ㅋㅋㅋㅋ)
의사들 입장에서는 무척 씁쓸함.
나도 그렇게 진료하고 싶은게 왜 없겠음? 근데 그렇게 하면 먹고 못 사는데?
 
 
이래서 맨날 의사들이 수가를 올려야 한다고 하는 거임. 보험진료를 해도 먹고 살 수 있게...
근데 사람들에게선 너님 돈 벌려고 그러지? 하는 이야기만 나옴. 노답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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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함.
 
양심적인 진료=보험 진료 이런 프레임은 엄청 위험함.
이유 1. 보험 진료가 최선의 치료가 아니다.
이유 2. 보험 진료만 가지고 먹고 살 수가 없다.
 
보험이 포괄하는 범위라든가 수가의 문제, 보험료 인상 뭐 그런 문제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으니 이 글에서는 언급하지 않겠음.
나중에 또 이야기할 기회가 있길...
 
아 마지막으로 제발 어느 병원 갔다가 이런 대접 받았다 그러니 의사들 다 x놈들임.
아 제발 안해줬으면 좋겠음... 암 걸림 ㅇㄱㄹㅇ
 
 
댓글 환영함.
 
마누라 아직도 안옴. 밤새나 봄...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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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1. 원 글이 자유게시판에 올라간 관계로 자유게시판에도 올립니다.
 
ps2. 이 글의 내용은 의사, 치과의사, 한의사 모두에게 아마 동일하게 적용될 겁니다. 경중의 차이가 있을 수는 있겠죠...
 
ps3. 스르륵에서 망명하신 선생님들 환영합니다. 이런저런 문제로 점점 대중과 거리가 멀어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의사들이 메겟이나 닥플에서만 놀고 있죠... 전 좀 오픈 커뮤니티에서 대화를 할 필요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대화 나눠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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