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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게시물ID : humorbest_10700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Δt
추천 : 33
조회수 : 1785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5/31 00:28:53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5/29 23:4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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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를 회복한 인간은 동굴 속에서의 시간을 마치면 다시 날아오르려 한다. 어쨌든 생을 계속 하겠다고 마음먹은 것이 그 첫째 이유이며, 찢어진 살갗 사이로 새로운 의지를 날개처럼 돋아나게 하는 데 성공한 것이 그 둘째 이유이고, 별처럼 아득히 위대해 지겠다는ㅡ상처에 대한 반동이 그 셋째 이유이다.
 

새로 높이 돋아난 의지만큼 근사한 것은 또 없지만, 날아오르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날개가 아니다. 날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몸이 가벼워야 한다. 팽귄은 왜 날지 못하는가? 이것을 간과한 수많은 이들이 더 열심히 날개짓을 하지 못하는 자신의 의지를 비난한다.

 

그러면 인간은 가볍다고 할 수 있을까? 정말 그럴지는 몰라도, 끊임없이 과거와 미래의 틈바구니에 살아가는 인간은 그 둘이 지우는 무거운 짐을 지고 살아간다.
 

과거가 지우는 짐은 가볍지만 수가 많다. 후회, 미련, 분노, 앙갚음, 슬픔, 피해의식, 보상심리, 자기연민 같은 것들이다.
 

미래가 지우는 짐은 수는 적으나 무겁다. 두려움, 불안감이 그것이다. 심지어 미래는 "미래의 완벽한 자신" 이라는 이름의 족쇄까지 채운다. 이 족쇄는 너무도 질기고도 튼튼해 언젠가는 자신이 완벽해질 거라며 지금의 비행을 시작조차 할 수 없게 한다.
 

그리고 적지 않은 수의 사람이, 곧잘 가장 무거운 추를 비행의 필수품이라며 끌어안는 실수를 저지른다. 반드시 날아올라야 한다는 중압감은 모든 짐 가운데서도 가장 무겁다. 이 중압감을 끌어안고 있어서는 날 수 없다. 
 

이러한 모든 짐을 버릴 때 만이, 인간은 지금 여기에서 날아오를 수 있다. 그리고 이 모든 짐을 버렸어야만, 설령 자신이 상처받았었던 그 가시밭길로 다시 날아가더라도 그것을 추락이나 퇴행이 아닌 자유의지의 선택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몇번을 더 고통받아도 상관없다고 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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