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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롤 기념 소개글 - PENTAX Auto110
게시물ID : humorbest_10745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책먹는승냥z
추천 : 31
조회수 : 1647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6/06 17:31:54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6/06 01: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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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뭐든 '처음'이 붙으면 특별하다고 하데요.
나에게 올 거라 생각지도 않았고, 다신 올 수 없는 그 순간은 참 달달쌉쌀한 것 같아요.

필름카메라를 쓰다보면 한 대에 딱 한 번, '첫 롤'이라는 달달쌉싸구리한 녀석을 만나게 됩니다.
오래도록 상대방을 생각해서, 정말로 전하고 싶은 말을 고르고 골라 적은 손글씨 편지같은,
그런 '처음'을 오랜만에 겪게 해준 카메라가 있어, 소개글을 적어볼까 합니다 :)




auto110_c1.jpg

이 작은 녀석은, 일본의 한 골동시장을 산책하다가 우연히 발견하고 지갑을 탈탈 털어서 데려왔습니다.
작동하는지 어쩐지는 확인해볼 생각도 않고,
그저 '펜탁스다! 째깐해! 뭐야! 필름카메라네! 우왕!' 하면서 신났던 기억이 납니다.

그렇슴다. 저는 펜탁스를 좋아합니다. 그냥, 좋아요.
이유를 물으신다면 좋으니까 좋다고 하는 것 뿐인데 왜 좋으냐 물으시면 좋아서 좋다고 말씀드릴 수밖에 없는...
장금이의 홍시같은 브랜드입니다.


auto110_c2.jpg

판매하던 할아버지께서 110필름을 사용한다고 설명해주시면서,
요즘 시대에 110필름은 구하는 거나 현상하는 게 어려울 거라고 미리 언지를 주셨지만
공교롭게도 저는 110필름을 판매하는 곳+현상하는 곳을 알고 있었습니다...
미리 입양준비를 마치고 기다렸다는 듯 앞에 선 느낌이었어요.

마침 골동시장에서 가까웠던 로모그라피샵에 가서
컬러네가티브 110필름(ISO 200)을 구해다 찡겨보았습니다.
작은 창 너머로 보이는 빨강이 예-뻐요.



auto110_c3.jpg

아이폰5S보다 작습니다. 귀요미.
카메라 뒤에 딱 붙여서 찍은 건데, 심도가 얕아서 조금 거리를 두고 찍은 것처럼 보이네요;
옆태를 찍는 걸 깜빡했는데, 엄지 한마디 정도로 도톰도톰합니다.

이 카메라는 현재의 PENTAX의 Q시리즈가 지닌
"작지만 본격적인 카메라"의 출발점이었다고 하네요.



auto110_c4.jpg

작은데 본격적인 게 뭐냐- 하면 바로,
요렇게 렌즈가 따로 마련이 되어있습니다.
즉, 요 쪼그만 놈의 렌즈를 교환할 수 있다는 겁니다.

이름엔 오토가 붙어있는데, 자동카메라는 아닌 묘한 놈입니다.
째깐한 렌즈의 링을 돌려 초점을 수동으로 맞춰야하고,
필름도 한 컷 찍으면 다음 컷으로 감아줘야 합니다.
캐논의 오토보이를 생각하면 약간 이름사기같습니다.

위의 사진들에서 본체에 낑겨진 렌즈는 24mm 2.8의 렌즈로, 처음 구매할 때 본체와 세트로 판매되고 있었고
위에 보이는 50mm 2.8은 에비스의 오래된 필름 카메라 전문점에서 우연히 발견하고 데려왔습니다.

이 외에도, PENTAX Auto110에는
18mm 렌즈/각종 필터/전용 와인더/전용 플래시/플래시용 케이스/카메라 케이스의 추가 구성이 존재합니다.
야후옥션같은 데 보면 컴플리트 키트가 나와있어서, 작정하면 구할 수 있긴 하지만
렌즈교환이라던가 악세사리활용이 매우 서투른 편이라 일단 덮어뒀습니다.



auto110_c5.jpg

쨘.
렌즈를 바꿔 끼우면 요런 느낌이 됩니다.
24mm 렌즈는 떼어놓고 보면 페트병 뚜껑마냥 작아 보입니다.


이걸 사람이 들고 실제로 찍게 되면, 

auto110_sam1.jpg

요런 느낌입니다.
셀프샷은 없고, 검색하다보니 이 처자가 참 예뻐서 일웹에서 모셔왔습니다 '_')*
(출처:중고카메라샵 SX70 FOREVER 블로그 http://blog.sx70.jp/archives/54541777.html)

카메라 소개는 이쯤 하고, 현상/스캔한 첫 롤에서 마음에 드는 사진을 붙이며 글을 맺습니다.
길고 재미없는 글 끝까지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auto110_1.jpg

[ 첫 롤 첫 사진. 필름 사고 나오다가 마주친 고양이님. ]




auto110_3.jpg

[ 봄날씨라고 좋아서 돌아다니다가 발견한 보송보송 매화. ]



auto110_4.jpg

[ 노랗고 몽글몽글한 꽃이 쏟아지던 골목 어귀. ]




auto110_5.jpg

[ 오후 햇살이 방 안에 보드랍게 비쳐 들 때는 그림자 놀이. ]




auto110_6.jpg

[ 첫 롤 마지막 사진. 나른한 시간, 나른한 빛. ]






출처 저..접니다 '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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