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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펌] 유해발굴썰..
게시물ID : humorbest_108397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냉기돌풍
추천 : 76
조회수 : 8927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6/22 14:35:20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6/21 23:2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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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해발굴 감식단 홈페이지


유해발굴시즌에 운좋게 한달정도 유해발굴 했던 적이 있었음..

무조건 조기취침에 아침데 제대로 못먹기 일쑤 매일 산은 두시간씩 타야되고 힘들었는데 의미있고 후임들은 좋아라했음 시간잘간다고...

덕분에 유해발굴 끝나고 나서 체력등급이 다들 엄청나게 치솟아서 체력미달이 하나도 없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남



장소는 비밀이라 말못하겠고  산중의 산이었음

처음에는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다가 어느 덤불속을 헤치고 들어가는데 여기서부터는 그냥 길이 아니라 길을 만들어야함

말그대로 발 잘못딛으면 최소한 중상인곳도 있었고 한눈팔고 걸어가다가 나뭇가지에 눈찔리거나 얼굴 베이고 진흙탕된곳은 그냥 

진흙범벅이 되서 기어오르다시피 가야했는데 실수로 발을 잘못딛어서 미끄러지는날에는 뒤따라오던 인원들도 밀려서 어어어 하면서

저아래로 쭉 미끄러짐.. 다시 기어올라와야되는데


지금도 이렇게 찾아오기도 힘든 오지를 오르던 참전용사분들은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곳은 정말 바위에 총탄이 박힌채로 50년이 넘는세월동안 녹슬어있는 그런곳임...

이미 작년,제작년에 먼저 유해발굴을 시작했던곳이라 그런지 잘 모르겠던데

작년에 먼저 갔다온 선임말로는 벌초하는데 이미 철모나 수통같은게 이곳저곳 나뒹굴고 있었다고함


알기로는 아직 전투가 있었던 곳으로 추정되는곳의 단 10분의 1밖에 발굴이 안되었음... 그 10분의 1지역을 매년 와서 파고 또파고

처음에는 호가 있었을 곳으로 추정되는곳을  몇명이 가서 사각형으로 호 모양으로 팠다는데

나때는 그냥 아예 인원들이 1m간격으로 자리잡고 천천히 올라오면서 다 발굴함...

솔직히 그것마저도 아쉬웠던게 깊이 파봐야 50cm임... 1m,1.5m아래에 유해가 묻혀있을수도 있고 그런데 인력,시간 부족으로 

유해가 나온다거나 그러지 않는이상 그냥 50cm정도 파면서 올라가는데 그것도 쉬운게 아님


먼저 해당 발굴지역에 가면 덤불 + 잔나무로 가득해서 먼저 그걸 반나절~한나절동안 다 정리해야됨

먼저 톱이랑 정글도로 자르고 뿌리는 삽으로 파버리고 삽으로 안찍히면 일일히 톱으로 썰어야됨 

그리고 시작하는거임... 




분위기가 정말 음산함...  하늘은 엄청 맑고 투명한데 (고산지대에서 보는 하늘은 정말 우리가 평범하게 도시에서 보는 하늘이랑 차원이 다름...)

그 나무들을 베어내기전까지는 정말 누가 낮은 목소리로 음-- 하면서 목소리를 낮게 깔면서 목소리를 내는듯한 느낌도 들고

거기에 이름모를 새들이 호로꾸 호로꾸 하고 울어대는데 한낮에 가도 무섭고 침울함... 무서운건 둘째치고 침울했음...


땅은 진짜 흙냄새가 물씬 풍겨져오는 그런 흙임 기름진 흙이라는게 이런 흙이구나 느껴질정도로 새까만곳도 있고

어떤곳은 황무지에 돌덩어리가 무지하게 많음... 그 돌덩어리가 무지하게 많은곳에서도 통신선이런게 무수하게 나옴...

산이 삼각형 모양으로 있으면 한쪽면은 흙이 새까맣고 부드럽고 한쪽면은 위에 말한대로 그냥 황무지 돌덩어리... 

다행히도 우리중대는 흙이 새까맣고 부드러운 곳이었는데 


우리가 보통 개미들이랑 마주치면 개미들은 도망가기 바쁘지 않음?

여기 개미들은 지가 지나가다가 몸을 일으켜서 공격함... 자리깔고 누워서 쉬고 있는데 얼굴 옆으로 개미가 한마리 지나가길래

내쫓을려고 손으로 탁 쳤는데 전혀 도망갈 기색없이 몸 일으키면서 물어뜯으려고 덤비는데 거기서 보았던 개미들은 다 그랬던거 같음...




벌채가 모두 끝나고 나서야 어둡고 적막하던 곳이 탁 트인것마냥 밝아지는데 그때부터는 산꼭대기까지 삽질하면서 올라가는데

그냥 삽한번 찍고 퍼내고 퍼내고 파내려가기가 무섭게 탄피,총알이 무수하게 쏟아져나옴...

나중에는 총알보면 챙길것도 없이 그냥 휙휙버릴정도로 많이 나오는데 그중에서 권총탄이 좀 레어하고 전부다 녹슬어 있지만

탄두 분리하면 화약이 쏟아져나옴... 불도 붙여봤는데 펑! 하고 폭발하는건 아니고 잘탐... 물론 총알 자체를 불로태워버리면 폭발하면서

총알 나갈수도있겠지만... 그런 멍청한 짓은 안했음


수류탄도 나오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 지금 우리가 훈련소에서 던지는 동글동글한 수류탄이 아닌

각져있는 수류탄인데 .. 이거 어떤 병사가 삽질하다가 실수로 쎄게 찍었는건지 아님 일부로 찍은건지... 연기난다고 해서 애들 구경가는데

그거 폭발했으면 어떻게 됬을지 끔찍...; 근데 난 연기난게 더 신기했음...


이미 한번 발굴했던곳을 확실하게 마무리짓는 작업인데도 유해 총 50구정도 나왔던거 같음...

나도 파다가 막 전투화랑 탄박스더미가 쏟아지길래 유해발굴병 불렀더니 그거 작년에 발굴한 인원들이 한곳에 모아둔거라고 해서 실망했음

탄박스 열어봤는데... 뭐가 나왔는지는 비밀 

라면봉지랑 컵라면 맛다시 맛스타도 나옴 작년,제작년에 발굴했던 인원들이 먹고 버린듯했음



한때 인터넷에서 우스갯소리로 무슨지역은 나중에 전쟁나면 땅파서 모신나강 줏어서 쓴다더라... 하는

모신나강은 엄청많이 생산되었다라는 식의 약간 과장된 글이 떠돌았던걸로 기억하는데

어차피 땅파서 주워봤자 나무로된부분은 다 썩고 철은 다 녹슬어서 쓰지도 못함... 누드빼빼로마냥 구멍안에 흙으로 꽉꽉 다져져있음..

유해발굴 하면서 총은 못주워보고 착검할때 쓰는 창 하나 줏었었는데(그 국지도발때 총에다가 꽂아서 쓰는 뾰족한거 탐침봉이랑 비슷함)

발굴병이 필요없대서 나무에 다트던지듯이 던져봤는데 팍 꽂힘... 나중에 점심시간때

그거 들고 후임한테 보여줬더니 후임이 한시간뒤에 고등어자반같이 생긴걸 붕붕 돌리면서 들고오길래 자세히보니깐 박격포였음;; 

어디서 캐온건지... 좀 또라이같았음


박격포탄 한보따리 나오고 ... 총알은 그냥 말로 할 수 없을만큼 많이... 나중엔 고르지도 않을정도로 

그리고 수통 전투화도 이상하리만큼 많이 나왔음 중대별로 백켤레씩은 나온듯...  


선임말과는 달리 군번줄이나 철모,수통은 거의 안나오길래 발굴병한테 물어봤는데

발굴병 말로는 나중에 전쟁끝나고 쇠붙이 돈되니까 사람들이 산에서 보이는거 막 가져가고 그랬다고 함... 진실인지는 믿거나 말거나...


그렇게 모신나강? 소련제 무기도 나오고 그랬던걸 보면 중공군,북한군,국군끼리 서로 얽히고 얽힌곳일텐데

유해가 나오면 어떻게 신원파악을 하나... 이런 물음에 주변 정황이랑 유품,그리고 유전자 감식을 통해서 구분한다고 함

유품같은거 안나오면 거의 유전자 감식을 통하는데 후손이나 가족들의 유전자를 받아서 유전자 감식을 해야하는데 

아직까지도 그런게 구분이 안되는 유해들이 많다고함... 


유해가 온전하게 나와도 유품이 안나오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어떤 유해는 말그대로 산산조각나서 10m 옆에서 다리뼈나오고 그러는 경우도 있었음...

아예 일부분만 찾고 돌아가는 유해도 있고... 하루종일 그주변 샅샅히 뒤져도 신체 일부분밖에 찾지 못해서 그것만 관에 담아서 내려갈땐

괜히 기분 막막하고 죄송스러웠음...



옆중대에서는 그냥  벌초하는 도중에 유해 발굴한 케이스도 있었음... 묻히지도 못하고 반백년의 세월동안 비에 젖고 바람에 쓸려오신거임...




진지공사를 그런 강도로 한달동안 하라고 한다면 영창보낸대도 안했을거임...

처음 하루 이틀 하고 일어나서 걷는데 온몸이쑤시고 허리아프고 다리는 땡기는데 그날 가는데 산만 두시간 탈 생각에 지쳐서 가끔은 

비라도 왔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음... 아침에 비온다고 하던날 다들 기대하는 눈치였는데 잠깐 비오고 그쳐서 아침먹고 트럭타고 가야됬음

다들 쉬고싶어하는 맘은 있었어도 막상 가면 유해 하나라도 더 찾으려고 누가 시킬거 없이 묵묵히 작업했었는데

유해발굴단에서 온 간부,병들이랑 다들 친하게 지냈었고... 그밖에 추억도 많았었는데 
 
 
처음에 땅 파면서 가장 걱정되던게 지뢰나올까봐... 그게 제일 걱정이었음 

땅에 묻혀있는데 그냥 삽으로 툭쳤다가 폭발하는 사례 없었냐고 물어봤는데 없었다함.. 지뢰 그렇게 쉽게 안나온다면서...

나중에는 막 병사들이 이상한거 들고와서 이거 터지냐고 갖고와서 물어보는데 어떤넘이 대전차지뢰 발굴했다면서 가져왔는데 보니깐

ppsh같이 탄창같이 생긴 동그란거였음 그런 산꼭대기에 대전차지뢰가 있을리가...  

버드와이져같이 생긴 맥주병도 나오고 탄클립도 무수히 나오고... 



나중에는 복토작업이라고 해서 다시 원상태로 흙을 퍼다가 팠던자리 묻는 작업을 하는데

조금만 더 깊숙히 파지 못해서 복토에 다시 묻혀지는 유해가 있지는 않았을까... 하필이면 복토하는날 비가 추적추적 내렸던걸로 기억함

복토 마치고 조금 쉬다가 부대로 복귀하려는데 문득 반쯤 묻힌 안경이 옆으로 덩그러니 서있길래 집어들었는데 반으로 쪼개져있었음...

그걸 들고 있자니... 이제 이곳은 유해발굴이 끝나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곳인데 평생동안 그곳에서 잠들게 될 버려진 유품들을 보니깐 

비도 오는데 마음이 한없이 무거웠었음...

하필이면 부서져 산산조각난 안경조각이라 마음이 더 무거웠었음

출처 유해발굴단 홈페이지 또는 오늘의 유머.
작년 3월경 오늘의 유머 "디시브"님이 올렸던 글이었는데... 검색해도 나오질 않네요.
캡춰해둔게 있어서 붙혀넣기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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