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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사용하는 렌즈 이야기, 렌즈를 찾는 데 도움이 되실수도 있는 팁
게시물ID : humorbest_108497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빛.샘
추천 : 32
조회수 : 2708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6/24 13:26:30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6/24 01:34: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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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취미로 사진을 고른 지 햇수로 9년이 넘었어요.
나름 오래 찍었다 생각했는데 실력은 모자라고 사실 그렇게 오래 찍은 것도 아닌 것 같네요.
 
혹시나 이 렌즈 저 렌즈 고르느라 고민하시는 분들께, 제 시간과 돈을 버려가며 겪었던 경험을 보여 드리려 합니다.
저는 어떤 사진을 찍기를 원했으며, 그래서 어떤 렌즈를 고르게 되었는지를 말씀드릴까 해요.
 
 
제가 추구하는 사진은 '주변의 자연물을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으로'담는 것입니다.
제가 처음 사진을 시작할 땐 사진 커뮤니티나 500px같은 곳의 굉장한 풍경사진들을 많이 참고했었어요. 그러다 요즘은 인스타그램의 '디자인된' 사진들을 많이 참고하고 있습니다. 제가 엄청나게 멋진 풍경을 찍으러 가기엔 시간도 돈도 없고, 언어와 예약의 압박을 견디기가 힘들었어요. 그래도 지구 반대편이든 버스 타고 잠깐 나갈 수 있는 곳이든, 풀과 나무와 꽃은 한결같이 아름다워서 가까운 곳의 사진을 훨씬 많이 담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멀리 있는 것보다 가까이 있는 것들을 어떻게 하면 잘 담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어요.
 
차분하고 정돈된 느낌을 위해, 이전보다 구도에 대해서 더욱 신경쓰게 되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내가 손을 대지 않고도 정돈되게 담을 수 있을까 이리저리 돌려보곤 해요.
그리고 하나의 주제를 잡을 때는 주제가 모든 것을 압도하는 사진을, 전체 장면을 담을 때는 한쪽 끝부터 반대쪽 끝까지 나뭇잎 하나도 놓치지 않는 자세한 사진을 원하게 되었습니다. 이 느낌을 더 끌어올리기 위해 색상과 톤을 연구하고 있어요.
 
그리고 순간을 위해 오래 기다릴 시간이나 인내심이 아직은 부족한 것 같았어요. 항상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여기서 조금만 더 기다리면 이런 순간이 펼쳐질 텐데'와 '이거 기다리는 동안 다른 곳에 가면 다른 순간이 기다리고 있을 텐데'로 생각이 갈렸죠. 전 보통 후자쪽이었던 것 같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가끔 이거다 싶으면 조금 기다려도 보고, 천천히 걸으면서 다양한 것들을 담기를 좋아합니다.
 
 
이러한 사진을 바란다는 것을 분명히 알게 되면서, 이러한 렌즈들은 피하게 되었습니다.
 
 
 
1. 85mm 이상 망원
분명 망원화각의 이점은 커요. 의외로 자연물을 찍을 때는 원래 그렇든 인위적으로 막아놨든 발을 들여놓을 수 없는 구간이 있으니까요. 못 들어가는 곳에 아름다운 광경이 펼쳐져 있다면 출입금지구역 따위 무시하고 들어가든가,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데 그게 마음이든 몸이든 쉽지 않죠. 그런 때 망원렌즈 생각이 절실해져요.
 
망원렌즈를 쓸 때마다 느꼈던 거지만, 진지하게 제가 이걸 '목적과 상황에 맞게 활용하겠다'라는 느낌보단 '신기해서 갖고 논다'는 느낌이 자꾸 들었습니다. 게다가 결정적으로 이 화각대 렌즈는 무겁죠. 안 무거운 망원렌즈는 화질이나 밝기 중 하나 이상을 포기해야 하고요. 무슨 통나무 들었다 놨다 하는 것도 아니고 중간에 가다 귀찮아서 촬영을 포기하게 되어서 결국 다 팔아버렸습니다.
 
 
 
2. 21mm 이하 광각
분명 예전에는 풀프레임 디지털카메라를 산다면 반드시 써보고 싶은 화각이었어요. 그런데 막상 풀프레임 카메라를 산 뒤에 써보니 흥미가 싹 사라진 화각입니다. 이 화각대는 숲 사진을 찍는 데 거리를 벌리기 힘든 순간에 유리하게 쓰일 수 있었죠. 전봇대 만한 나무의 전체 모습을 담으려는데 움직임이 제한된다면 반드시 이 렌즈 생각이 나더라고요.
 
예전에 '광각은 장면을 담는 데 유리하다'는 내용이 들어 있는 글을 봤습니다. 글을 보고 예전 사진을 돌아보니 제가 광각으로 찍은 사진들은 대체로 사물의 디테일 보다는 장면 전체를 보게 만드는 느낌이었습니다. 제가 풍경을 담을 때는 장면을 담은 듯하면서도 피사체의 세세한 면을 담는 것을 선호하는데, 그런 면에서 이 화각은 디테일을 생략해 버리고 전체적인 장면에 집중하게 만들어서 별로 좋아하지 않게 되었어요.
 
 
 
3. F1.4 이하급 밝기
일단 최대 개방값은 밝으면  밝을수록 좋아요. 심도를 늘리는 것은 쉬우나, 낮추는 것은 장비 한계 이상으로 불가능하니까요.
피사체와 카메라의 거리가 가깝고 배경과의 거리가 피사체와 멀다면 흉내는 낼 수 있겠지만, 같은 조건에서 더 밝은 렌즈를 갖다 대면 오히려 더 쉽고 더 효과가 극대화되죠.
 
하지만 자연물은 특정 사물 하나만 날 좀 보라고 툭 튀어나와 있거나 종잇장마냥 얇게 있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심도는 .4렌즈를 써도 언제나 2.0 이상을 사용하게 되는데... 어차피 얕은 심도를 잘 쓰지 않을 거라면 .4 렌즈가 무슨 소용이겠냐 싶었죠.
물론 있으면 좋고 사고 싶지만 비싸요. 그리고 제가 쓰는 마운트에 아직 밝은 렌즈가 거의 없어서 이미 렌즈군 구성을 다 마쳤어요. ㅡ,.ㅡ
얕은 심도가 아쉬울 순간은 오히려 화각의 아쉬움보단 훨씬 덜했습니다. 셔터스피드 확보 문제라면 풀프레임 센서를 쓰면서 해결보았고요.
 
 
 
4. 마크로
거시세계만큼이나 미시세계도 정말 엄청난 분량이 존재하죠.
자연물을 그냥 찍는것과 접사는 엄연히 다른 영역이더라고요. 일단 풍경사진 수준의 엄청난 인내심을 요구하는 느낌입니다. 그리고 그냥 찍을 땐 전혀 신경 안쓰던 입김 수준의 바람도 신경써야 하고요.
근데 이건 도전해봐야 할 영역인 것 같아 언젠가는 시도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어안 같은 특수렌즈는 역시나 마음에 담아두고 있진 않네요.
 
 
 
 
결국 저는 이런 기조로 장비를 맞추게 되었습니다.
 
1. 줌렌즈보다 단렌즈, AF/MF는 아무래도 상관없음
전 순간을 포착하는 것을 즐기기 보다, 한 장 한 장 신중하게 사진을 담는 편이에요. 그리고 제 사진은 한 쪽 끝부터 반대쪽 끝까지 모두 화질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 면에서 줌렌즈보다는 단렌즈가 유리했어요. 다만 줌렌즈가 없으면 귀찮은 순간이 있어서 줌렌즈를 아예 팔아버리진 않았죠. 지금도 벤치... 아니 제습함에 모셔져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주로 찍는 피사체는 대체로 움직일 일이 없어요. 풀이 발이 달려서 찍으려고 하면 도망가버리고 그러진 않으니까요. 그래서 AF/MF는 아무래도 상관없었습니다. 지금 카메라의 AF가 불만이라 오히려 MF가 더 편할 지경이에요. ㅡ,.ㅡ
 
 
 
2. 가볍고 범용적인 표준 화각대 위주로
광범위 줌렌즈와 망원 고정 줌렌즈와 초광각 렌즈 등을 써보고 나서 여태껏 찍은 사진들의 EXIF를 뜯어 보니, 전 대부분 순간에서 24-80 이상 구간을 벗어나질 않더라고요. 그래서 결국 렌즈를 싹 다 정리하고 표준 화각대 위주로 들였습니다.
일반적인 상황에서, 표준 화각대 정도면 거의 대부분의 상황을 담아낼 수 있었어요. 그리고 여러 화각대 렌즈를 갖고 있던 때에도 어쨌든 결국 같이 들고 나가는 건 표준화각이었죠. 망원은 무겁고, 광각은 범용적이질 못했어요.
 
가끔 더 못물러나거나 더 못들어가서 담지 못하는 안타까운 순간이 있긴 하지만 그렇게 절박하진 않아서 다행이죠.
 
 
 
 
 
그래서 저는 현재 이러한 렌즈들을 사용합니다.
 
1. 50mm 1.8~2.0급 단렌즈
제가 필름이나 크롭 디카 시절에 거의 붙박이로 썼던 렌즈입니다. 일단 싸니까 돈없던 시절에도 이 렌즈 하나면 화질 하나는 정말 만족스러웠죠.
단렌즈의 해상력이야 말하면 입만 아플 정도고, 50mm 이상부터는 조리개를 확 열어 주제를 잡으면 배경이 확 날아가기 시작하죠. 시야 내 펼쳐진 장면의 느낌도, 특정 주제만 강조할 때의 느낌도 모두 좋았어요.
 
하지만 35mm 렌즈를 들이고 나서는,  거의 주제를 강조하는 필살기 용도로 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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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35mm 2.0급 단렌즈
전 항상 35mm 화각에 의문을 갖고 있었죠. 아예 광각도 아닌것이, 표준도 아닌것이 하는 느낌이었어요.
몇 번 친구한테 35mm 렌즈를 빌려다 좀 찍어보니 뭔가 심상치 않아서 그냥 질렀죠. 질러서 본격적으로 써보니... 정말 범용적이더라고요. 50mm 렌즈보다 최소초점거리도 짧아서 더 다양한 상황에 쓰일 수 있겠더라고요. 50mm 이상 렌즈처럼 주제에 집중하고 배경을 날리고자 마음 먹으면 충분히 배경이 날아가고, 제가 모든 것에 집중하겠다고 마음 먹으면 한쪽 끝부터 반대쪽 끝까지 나뭇잎 한 장의 디테일도 놓치지 않으면서 장면을 잡아낼 수 있었어요.
 
요즘 이 화각이 거의 메인 화각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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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4-70mm 줌렌즈
35mm처럼 24-70 표준 줌렌즈도 별로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많았었죠. 제가 사진을 처음 시작할 때 50mm 단렌즈만 갖고 시작해서 더 그런지 모르겠네요. 표준 줌렌즈를 세 달 이상 갖고 있어본 적이 없었는데, 이 렌즈를 들이고 여행을 갈 수 있던 기회가 있었죠. 짐 무게를 대폭 줄여주는 범용성때문에 사용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지금 렌즈 중에 24mm급 광각이 없다보니 이 렌즈를 팔지 못하고 있지요. 단렌즈들과 화각이 겹치지만 팔기엔 불편할 순간이 반드시 올까봐 계속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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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처럼 진짜 사보고 팔다가 통장이 눈물흘리지 않더라도, 돈을 아끼면서 그럭저럭 쏠쏠하게 내가 원하는 렌즈를 찾아보실 수 있는 팁같지 않은 팁을 드리자면...
 
- 디카가 처음이라면 일단 번들렌즈부터 시작하세요.
보통 줌렌즈를 쓰면 최소화각과 최대화각만 쓰게 되긴 한데요, 보통 번들렌즈의 환산 27-82 수준의 화각이면 표준영역부터 광각과/준망원대 맛보기 수준으로 모두 맛보실 수 있습니다.
번들렌즈만 쓰신다면, 컨셉 잡아서 하루에 특정 화각대만 써보시는 것도 방법이에요. 줌렌즈 몸통에 보면 화각별로 숫자가 적혀 있는데, 한 구간에만 맞춰놓고 찍어 보시면 단렌즈 쓰는 기분 느끼실 수 있어요.
 
- 찍은 사진이 어느 정도 쌓였다면, 여태껏 찍은 사진들을 돌아 보세요.
내가 어떤 사진을 주로 찍었고, 어떤 피사체에 관심이 있었는지를 돌아 보세요. 그리고 이미지뷰어라면 기본적으로 갖고 있는 exif 보기 기능을 이용해서 내가 몇mm 화각대를 주로 이용했는지 살펴 보세요. 렌즈를 더 사고 싶으시다면, 어떤 렌즈를 사시는 게 나을지 도움이 되실 수도 있어요.
 
- 다른 사람의 작품을 보고, 내가 여태껏 찍었던 사진과 비교해 보세요.
예전에 135mm 단렌즈로 엄청난 작품을 만드는 분의 글을 봤습니다. 저보고 135mm 단렌즈 들고 그렇게 담으라 한다면 전 못할 거라 확신해요. 일단 135mm 써본 경험이 없는 건 그렇다 쳐도, 유부징어가 아니라... 일단 눈물 좀 닦고요.
돌아보다 '이거다' 싶은 작품이 있다면, 그 사람이 같이 달아 놓은 해시태그에 화각에 대한 내용이 있나 보세요. 없다면, 다운받을 수 있다면 다운받아서 exif 정보를 보시고, 아니면 인스타그램이나 플리커 등등에서 화각을 검색해 보세요. 이 화각으로 이런 걸 담을 수 있구나 하는 느낌이 오실 겁니다.
 
- 렌즈의 밝기(최대개방값)을 원하신다면, 이전에 불편했던 순간을 떠올려 보시고, 무게를 생각하세요.
보통 줌렌즈는 밝을수록 무게가 급증합니다. 단렌즈도 밝고 망원일수록 무게가 더 무거워지고요. 나는 가볍게 번들렌즈 들고다녔는데 배경 확 날아간 사진 보시고 이거 짱좋아보여 하고 무거운 렌즈를 들이시면 실망하실 가능성도 있어요. 무게 문제는 제품이 전시된 곳이든 친구에게 빌리든 해 실물을 들어 보시면 도움이 되실 겁니다.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 주로 찍으신다 해도 렌즈 밝기가 능사는 아닐 수 있어요. 밝은 렌즈는 조리개를 확 열었을 때, 초점이 맞는 영역이 얇아집니다. 그래서 나는 빙수 앞쪽 얼음부터 팥고물까지 다 담고 싶은데, 팥알 한 알갱이에만 초점이 잡히고 나머지가 다 흐리멍텅한 상황이 올 수도 있어요. 물론 극단적인 얘기지만, 이것도 여러 사람들이 찍은 사진을 보시고, 여태껏 찍으셨던 사진들을 돌아보시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샀다 팔았다 하면서 수업료... 아니 중고가 하락으로 돈 날리면서 렌즈군 구성 끝냈는데 지름신이 와버렸네요 Aㅏ...
손에 꼭 맞는 장비 맞추셔서 멋진 사진생활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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