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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경때 겪었던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08705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붉은달의밤
추천 : 48
조회수 : 7313회
댓글수 : 1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6/28 16:06:43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6/25 00:4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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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지금은 어떤 제도로 흘러가는지 모르겠지만 내가 복무하던 때의 우리 경찰서 방범순찰대는
3개 소대가 돌아가면서 파출소에 상주했었다. 즉, 몇개월간 파출소에서 먹고 자면서 근무를 했었던 거다.
2개 소대가 파출소에 상주하고 나머지 1개 소대가 자대인 경찰서 옆 방범순찰대 건물에 상주하는 시스템이다.
 
파출소의 근무는 낮에는 순찰을 명목으로 사람 좀 많은 곳에 가서 경범죄스티커(주로 침뱉는 행위, 담배꽁초나 쓰레기투기행위)를
발부하여 할당량을 채우고 할당량이 채워지면 남은 시간에는 눈에 안띄는 곳에 숨어서 놀았다.
뭐, 어짜피 직원들도 우리들을 필드에 풀어논 사냥개마냥 풀어놓고 놀러가기 바빴으니..
밤에는 순찰을 돌 때도 있고 초소에서 쉴 때도 있었는데 몇몇 FM인 직원은 열심히 돌아다니기도 했었다.
 
내가 처음 배치를 받은 파출소는 산복도로에 있는 파출소로 주변 대부분이 거미줄같은 골목들이 쳐져있는 달동네였다.
물론 관할의 끝쪽인 산 밑은 그나마 좀 번화가 같은 곳이어서 숨통이 그것도 아주 조금일 뿐
그 번화가의 대부분은 다른 파출소 관할이어서 낮에는 관할을 침범해서 스티커를 발부하는 일이 많았고
밤에는 대부분 이 달동네의 거미줄을 줄타기하듯 누비고 다녔다.
 
대부분 이런 달동네에는 존재하 듯 몇몇 폐가도 있기 마련인데 오늘 이야기 하려고 하는게 이 폐가에 얽힌 이야기다.
 
내가 처음으로 상주지원을 나가게 된 파출소에는 2소대의 수경1명과 상경1명, 일경1명이 있었고 우리는 1소대를 밀어내고
들어가게 되었는데 그 인원은 수경1명과 상경1명, 이경1명이었다. 물론 이 이경이 나였다.
 
그렇게 파출소에서 상주하며 질나쁜 상경1명의 구박과 괴롭힘에 힘든 하루를 보낼 쯤
2소대의 김수경이 내가 불쌍했는지 스티커할당량을 채우고 남는 시간에 나만 데리고 순찰을 돌겠다고 선언했었다.
안그랬으면 또 갈굼의 시간이었을테니 빼주는 것이었다.
 
그렇게 둘이서 달동네를 돌아 돌아 순찰을 돌다가 근처 그늘에서 숨을 돌리고 파출소에 복귀할때 쯤
갑자기 김수경이 한 골목앞에서 멈춰선 후 나를 돌아보며 말했다.
 
"야, 너 밤에는 절대로 혼자 이골목에 들어가지 마라. 이골목은 파출소로 직행하는 지름길이라서 좋은데
낮에는 혼자다녀도 괜찮지만 밤에는 절대 혼자서 들어가지마. 위험하니까"
 
나는 그저 길이 험하거나 해서 알려주는 줄 알고(궁금하지만 물어보거나 토달면 피곤해지니까) 알겠노라 대답하고 말았다.
지금 생각해보면 김수경의 조언을 정말 귀담아 들었어야 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몇달이 지나고 겨울이 되었을 때 나는 강경장이라는 사람과 순찰을 돌게 되었는데
날이 너무 추워서 우리는 순찰을 포기하고 잠시 초소에 들어가서 몸을 녹이기로 했다.
초소에서 몸을 녹이던 우리는 잠이 몰려와 너나 할 것 없이 졸기에 바빴을 무렵
파출소에서 집단폭행으로 잡혀온 사람들 덕에 난리가 나서 순찰자들을 급히 귀환시키는 무전이 왔다.
 
강경장과 나는 파출소로 걸어가던 중 지나가던 순찰차가 우리 앞에 섰다.
 
"강경장님 타요~"
 
추위에 떨면서 걷던 나는 얻어타고 간다는 생각에 쾌재를 불렀지만 그것도 잠시
 
"야. XX아~ 넌 걸어와야겠다. 자리가 없네. 딴데 세지말고 바로와."
 
강경장은 이말만 하고 차에 타고 사라져갔다. 차안에는 순찰차 당번인 두사람과 뒷좌석에 타구역 순찰자인 김순경과 싸가지상경이
타고 있어서 한명만 더 타면 만석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버려졌다.
 
속으로 씨발을 외치면서도 나름 눈치볼 사람도 없어져서 춥지만 편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렇게 터벅터벅 걷다가 추위가 너무 심해져서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빨라질 때 쯤..
눈앞에 김수경이 말했던 그 골목이 나왔다. 지름길인 이곳으로 가면 2~3분 안에 파출소 도착이었다.
돌아가면 그 추위 속을 10분을 넘게 걸어야 했다.
 
그렇게 골목이 점점 다가올 동안 갈등을 겪을 때 회색코트를 입은 여인이 다른 골목에서 나와 그 골목으로 슥 들어갔다.
그 여인이 들어가자 나도 모르게 고민이 사라지고 여자도 지나다니는 골목인데 뭐 어때라는 심정에 나도 그 골목에 발을 들였다.
발을 들이고 나서 안 사실이지만 그 골목은 되게 조용했다. 바람도 불지 않고 멀리서 들리던 차소리 같은 잡음도 들리지 않았다.
너무 조용해서 불안할 정도였다. 밖에서 볼 때는 그럭저럭 환했던 것 같은데 들어와보니 많이 어두웠다.
돌아갈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지금 생각하건데 이미 들어선 순간부터 나는 돌아갈 수도 없었으리라..
 
그렇게 파출소를 향해서 한발한발을 내딛었지만 이상하리만치 파출소로 가는 골목은 나오지 않았다.
낮에는 꽤 많이 지나다니는 골목이었는데도 말이다. 골목을 굽이 굽이 돌면서 느낀 것은 모든 건물이 뒤로 돌아서 있다는 것.
건물로 들어서는 대문들이 하나도 없다는 거였다. 거기에 이미 시간은 30분을 훌쩍 넘어서고 있었다.
무전기로 고참들을 불러봤지만 먹통이었다. 왜 뭣같은 상황은 항상 영화와 같은지..
 
초조한 마음에 발걸음이 점점 빨라질 때 쯤..
 
막다른 골목에 도달했고 그 골목 끝에는 골목에 들어선 후 처음으로 보는 대문이 있었다.
초록색 페인트가 벗겨지고 그 틈으로 검붉은 녹이 삐져나오는 오래된 대문. 눈에 익은 대문..
그 집의 대문은 관내에 있는 폐가 중 하나였다.
몇달 전에 태풍이 올 때 폐가점검이 있어서 직원과 함께 관내의 폐가들을 둘러본 적이 있어서 기억이 났던 것이다.
그 폐가도 유일하게 골목 끝에 있었고 다른 집들과는 다르게 직원이 밖에서 대충 훑어보고는 서둘러 떠나서 더 기억에 남았었다.
 
그런데 그 폐가일 것이었던 집에 불이 들어와 있었다. 안에는 사람 기척도 느껴졌고 대화소리도 들렸다.
다시 사람이 살게 된건가하고 나도 모르게 다가갔고 대문이 조금 열려있어서 그 틈으로 안을 옅보게 되었다.
이놈의 호기심이란.. 절대 해서는 안되는 짓거리였는데.. 이글을 읽는 사람들은 이런 호기심은 객기이니 부리지 말자..
 
대문 틈으로 보인 것은 마루 앞에 서있는 한 남자였다. 그 남자는 손에 네모난 칼을 들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뭐라고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꼭 대화하는 느낌이었다. 그렇게 중얼거리더니 그 남자는 칼을 열심히 내려쳤다.
틈에 가려서 무엇을 내리치는지 안보였다. 좀 더 자세히 볼려고 대문을 살짝 밀었는데
 
"끼---익!!"
 
정말 세상 모든게 얼어버린 듯한 시간이었다. 녹이 쓴 대문인 것을 봐놓고도 그렇게 멍청한 짓을 해대니..
왜 싸가지상경이 나를 괴롭히는지 충분히 이해가 가는 반성의 시간이었다.
 
그렇게 반성과 후회의 마음이 자리잡던 내 마음 속에는 이윽고 모든 마음을 날려버리고 새하얀 백지가 자리잡았으니..
눈앞에는 그 남성이 피뭍은 칼을 들고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고 그 남성 밑에는
아까 봤던 회색코트의 여자가 분리되고 있었다. 토막나고 있었던 것이다.
새하얀 백지가 더 희다 못해 투명해지려 하며 현기증이 나 휘청거릴 때 그 남성의 씨익 웃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눈을 덮을 것 같은 덥수룩한 머리. 피가 튀겨서 더 창백하고 무서워 보이는 하얀 얼굴. 이상하리 만치 길어보이는 웃는 입술..
그리고 목에 걸린 피묻은 밧줄.. 밧줄.. 밧줄 끝이 위로 향해서..
 
그때서야 정신이 퍼뜩 들었다. 잘못됐다. 잘못되도 한참 잘 못되었다. 도망가야한다. 도망가야한다.
나는 덜덜 떨리는 몸을 필사적으로 부둥켜안고 달리기 시작했다. 한참을 달렸지만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뒤어서 쫓아오는 소리가 들렸으니까..
숨이 턱끝에까지 차올랐지만 죽을 수는 없었다. 차리리 죽더라도 숨막혀 죽고 싶었다.
계속 미친 듯이 골목을 돌고 또 돌았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나가는 길이 없었다. 차라리 해라도 떴으면..
한시간도 넘게 뛰어다닌 것 같은데.. 나를 찾는 무전도 없었다.
파출소 사람들이 원망스러웠다. 그렇게 미친듯이 뛰고 뛰는데..
 
"야!! XX이!! 뭐하는 거야!! 이새끼가!!"
 
갑작스런 고함에 정신이 번쩍들어서 고개를 들어보니 눈앞에는 김수경이 엄청 화가난 얼굴로 서있었다.
엄청 화가난 얼굴이었지만 세상에 그보다 반가운 얼굴이 또 있을까..
나는 눈물 콧물이 범벅된 얼굴로 엉엉 울면서 김수경님을 연발했다.
 
후에 들은 얘기지만 강경장이 파출소에 도착하고 30분이 지나도 내가 오지 않아서 무전을 쳤지만 받지도 않아서
부소장이 김수경에게 찾아오라고 지시를 내렸고 김수경이 강경장과 헤어진 곳으로 오던 중에
내가 들어갔던 그 골목 입구에서 계속 제자리 뛰기를 하고 있었다고 했다.
눈을 하얗게 뒤집고서..
 
나는 그렇게 파출소에 끌려갔고 부소장은 나에게 온갖 험악한 욕으로 랩배틀을 시전해줬다. 그래도 좋았다. 살았으니까.
랩배틀에 지친 부소장은 쉬는 타임을 가졌고 이윽고 김수경에게 물었다.
 
"이새끼 어디서 잡아왔어?? 뭐하고 있던??"
"저기.. 4번지에 있었습니다.."
"4번지?? 흠.. 알았다. 이새끼 데리고 올라가. 그리고 둘다 근무는 안서도 되니까 옆에서 잘 지켜봐. 헛짓 못하게."
"네. 야. 올라가자"
 
그렇게 나는 갑작스레 조용해진 파출소와 4번지라는 말에 조금 위축된 부소장을 뒤로 하고 숙소로 올라왔다.
올라와서도 질려서 부들부들 떠는 내게 김수경이 전말을 이야기해줬다.
 
그 골목입구에서 파출소로 오는 길 중간에 왼편으로 돌아들어가면 나오는 폐가는 옛날에
젊은 부부가 살았는데 부인이 바람을 피고 밤늦게 돌아왔고 이 사실을 눈치챈 남편이 홧김에
부인을 죽이고 토막내버리고 남편은 목메달아 죽었은 뒤에 그 집에 사는 사람들은 계속 아프거나 죽어나가서 폐가가 되었다고 했다.
그리고 김수경이 마지막에 한 말에 나는 떠는 것 조차 멈춰버렸다.
 
"야. 내가 그렇게 밤에는 혼자 그 골목으로 가지마라니까. 에휴. 혹시 회색코트입은 여자가 들어가서 따라들어갔나?
그 회색코트 입은 여자가 그 부인이야. 그거보고 따라들어가서 곤욕치른 경찰 많아. 거기가 왜 4번지 인줄 알아??
원래는 324번지인데. 그 이후로 홀려서 들어간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와서 결찰들은 죽을 사자 써서 4번지라고 불러.
옛날에는 한 순경이 혼자 들어갔다가 그 폐가에서 허공에 총쏘고 남은 한발로 자살도 했어. 앞으로는 절대 들어가지마."
 
아 씨발.. 그럼 김수경 뒤에 총들고 있는 순경은 누군데??
 
나는 그대로 기절했고 다음날 방순대로 복귀해서 갖은 얼차려로 정신무장을 당해야만 했고
그 이후로 누군가 조언을 하면 일단 듣고 보며 호기심은 서랍에 넣어두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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