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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되돌릴 수 있다면....
게시물ID : humorbest_109133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63
조회수 : 6098회
댓글수 : 1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7/08 01:57:39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7/07 09:3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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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화장실에 갈 때 휴대폰을 가지고 들어가지 않거나, 꺼두는 편이다. 
온몸의 힘을 괄약근으로 집중하는 동안 얼굴은 사색(死色)이 되지만, 짧은 시간이나마 지난 일을 회상하거나, 지금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는
사색(思索)의 시간을 즐기는 편이다. 

오늘도 어김없이 화장실에서 나는 생각에 빠졌다. 
만일 '시간을 되돌릴 수 있는 전지전능한 능력자가 내게 나타나 시간을 되돌릴 기회 3번을 준다면' 나는 과연 무엇을 할까.

첫 번째 기회에 나는 첫사랑 그녀를 만나서 행복했던 그 순간으로 되돌아가고 싶다.
스무 살, 어린 시절 그녀를 만날 때 학생이라 어려서 돈이 없다는 이유로 그녀에게 맛있는 것도 그리고 그녀가 가지고 싶어하는 것을 한 번도 
선물해 준 적이 없다. 물론 그녀는 김밥 한 줄을 함께 나눠 먹을 때도 내 앞에서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웃어줬었다.
경제적인 여건이 스무 살 때보다 좋아진 지금 그녀를 다시 만난다면 그녀가 좋아하던 피자와 그녀가 가지고 싶어 하던 작은 인형이 달린 
가방을 사주며 사귈 때 부끄러워서 하지 못했던 "넌 참 눈이 예쁜 것 같아." 이 말을 해주고 싶다. 그리고 해맑게 나를 향해 웃어주던 그녀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보고 싶다. 

두 번째 기회에는 아들이 태어나던 그 날로 되돌아가고 싶다. 아들을 만난다는 설렘과 혹시라도 애한테 이상이 있으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움 반으로
정신없는 시간을 보냈다. 2014년 3월 3일 그날로 다시 되돌아간다면 그때 가졌던 두려움은 모두 잊어버리고 아들을 처음으로 만난다는 설렘과 
기쁜 마음으로 세상에서 아버지를 처음으로 보는 아들에게 웃는 얼굴로 "내 아들로 태어나줘서 고마워."라는 말을 우리 아들이 아빠에게 듣는 
가장 첫 말로 들려주고 싶다. 

마지막 세 번째 기회에는 11분 전으로 시간을 되돌리고 싶다. 거침없이 괄약근을 지나 변기라는 작은 웅덩이로 나오고 싶어 하던 성질 급한 
그놈 때문에 나는 촉촉한 물티슈도, 삼 겹 엠보싱에 순수 천연펄프로 만든 두루마리 화장지도 아니 벼룩시장 한 장도 준비하지 못하고 들어왔다.
양말도 신지 않은 지금 내 온몸을 털어봐도 성질 급한 그놈의 흔적을 지울 수 있는 것은 레종 3개비가 들어있는 담배밖에 없다. 
파란색 고양이가 그려진 담뱃갑과 담배를 감싼 얇은 종이 3장으로 격렬한 전쟁의 마친 전쟁터를 수습할 수 있을까...
출처 화장실은 책을 읽기도 좋은 장소이고, 오유를 보면서 입가에 미소를 지을 수 있는 가장 최적화된 혼자만의 장소입니다.
그런 소중한 화장실 이용한 뒤 다른 사람을 위해 쓰던 휴지는 남겨놓는 배려를 하시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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