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나와 나타샤와 흰둥이
게시물ID : humorbest_109742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52
조회수 : 3965회
댓글수 : 1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7/21 00:34:26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7/20 11:17:00
옵션
  • 창작글
가난하던 사회 초년생 시절 한 여자를 만났다.
그녀는 정상적인 남성이라면 보호해주고 싶은 보호본능을 자극하는 연약한 외모였다.

그녀는 시집을 읽는 것을 좋아했다. 
그녀는 내게 첫 선물로 백석 시인의 시집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선물했다.

시를 그리 좋아하지 않던 나는 
그녀가 선물한 시집을 읽으며, 감정 이입되어 가난한 나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했다. 
그녀를 생각하며 눈이 내리는 날 그녀를 떠올리며, 그녀를 위해 해줄 것이 없는 나 자신을 원망하며 소주를 마셨고
그리고 가난해서 그녀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기에 매일 그녀를 위한 시를 썼다. 
가난한 나의 넋두리를 담은 시를 그녀는 좋아했다.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시처럼 폭설이 내린 어느 날, 그녀가 나의 누추한 자취방으로 놀러 온다고 했다.
비좁은 공간을 청소하고, 홀아비 냄새를 없애기 위해 온 방 안과 내 몸뚱어리를 페브리지로 샤워했다. 

드디어 그녀가 나의 자취방에 왔다. 그녀는 단둘이 있는게 어색할 거 같아 그런지 흰둥이를 데려왔다. 
흰둥이는 선홍빛 잇몸을 선보이며 그녀에게 다가서는 나를 위협했다.

'자식.. 잇몸이 선홍빛인걸 보니 아주 건강하군...' 

그녀와 단둘이 한 공간에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그녀는 방 한편 나의 책장에서 책을 구경하고, 흰둥이는 계속 나를 경계하는지 
선홍빛 잇몸과 송곳니를 내보이며 으르렁대고 있었다.

그녀와 시와 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방안에 우리 둘의 사랑으로 가득 채우고 있을 무렵,  내 머릿속에는 '저놈의 개새끼만 없었으면' 
하는 음탕한 생각으로 가득 차고 있었다.  
술에 취한 주인을 살리기 위해 온 몸으로 불을 끈 오수의 개처럼 흰둥이는 털을 바짝 곤두세우며 활활 타오르는 젊은 남녀간 사랑의 열정을 
온몸으로 식혀내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충견이지 몰라도 내게는 여전히 "빌어먹을 개새끼" 였다. 

"저기 **아 배고플 텐데 우리 중국집에서 점심 시켜 먹을까?"

"응. 오빠 먹고 싶은 거 시켜."

그동안 한 장, 한 장 소중하게 모은 쿠폰 50장이 드디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저기 짜장면 두 그릇 하고요. 쿠폰 50장으로 탕수육 소 자 교환 되죠?"

"주말에는 쿠폰 사용 안 된다고 적혀 있는데 못 보셨나봐요. 주말에는 안됩니다."

"아... 그동안 50 그릇이나 시켰는데, 안되나요.?"

결국 추가 비용을 발생시키며 탕수육 소 와 짜장면 두 그릇을 주문했다. 쿠폰으로 찌질한 모습을 보여 그녀에게 부끄러웠지만, 그녀는
대수롭지 않은 듯 내게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녀와 짜장면과 탕수육을 함께 먹을 때 흰둥이는 그녀 옆에서 그녀가 가져온 사료를 먹고 있었다. 태어나서 먹은 짜장면 중
그날이 가장 맛있는 짜장면이었다. 그녀와 흰둥이와 함께 점심을 마치고 함께 벽에 함께 등을 기대고 앉아 책을 읽었다. 
흰둥이는 정신을 집중하다 지쳤는지, 내 책상 의자 밑에서 잠들어 있었다. 
책 내용이 머릿속에 들어올 리가 없었다. 그녀도 그랬는지 그녀와 눈이 마주쳤고, 내가 그녀를 향해 다가갈 때 그녀의 눈이 살짝 감기는 것을
보았다. 첫 키스를 한 그 날 창밖에는 눈이 계속해서 내리고 있었다.

서로 어색한 시간이 흐를 때 그녀는 내게 잠시 화장실에 간다고 했다.
순결한 그녀를 화장실에 보낸 뒤 내 머릿속은 음탕하고 추한 생각으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키스 했더니 가슴을 만지고 싶어졌고, 
더러운 성욕이 내 육신을 넘어 정신까지 지배할 찰나 그녀의 가방에서 살짝 보이는 편지 봉투가 보였다.
내게 쓴 편지였다. 살짝 뜯어 본 편지의 내용은 가난해도, 그리고 못생겨도 왜 나를 좋아해 주는지에 대해 썼고, 
편지 마지막의 "내가 가난한 당신의 행복이 되고 싶습니다." 문구에 나도 모르게 음탕한 생각으로 방안을 채웠던 나 자신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화장실에 들어간 그녀는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도 그녀는 나오지 않고 있었다. 
나는 책상 밑에 잠들어있는 흰둥이를 보며 '흰둥이도 언젠가는 나를 좋아해 주겠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스르륵 잠이 들었다.

눈을 떴을 때, 내 자취방에는 그녀도 흰둥이도 없었다. 단지 깨끗하게 정리된 책들과 곱게 접힌 이불이 있었다.
그녀는 '음탕했던 나를 실망하며 인사도 없이 갔구나' 생각했을 때, 내게 쓴 편지봉투에 "오빠 정말 미안해" 라는 포스트잇이 붙어 있었다. 
순수하고 여린 그녀를 상대로 더러운 생각을 했던 그녀를 실망하게 한 나 자신이 한없이 부끄러워졌다.
그리고 세수와 소변을 보기 위해 화장실을 갔는데.....

평소와 다르게 굳게 닫힌 변기 커버를 여는 순간. 

'이게 사람이 싼 거여, 당나귀가 싼 거여...'라고 생각들 정도로 크고 거대한 물에 불린 그것이 있었다. 

눈 내리는 오후, 철물점에서 뚫어뻥을 산 뒤 '그녀도 사람이었구나'라는 생각을 하며 웃으며 변기를 뚫었다. 
그렇게 행복한 마음으로 변기를 뚫어 본 것은 아마도 처음이었다.
그리고 책상에 앉아 그녀에게 전화했다.

"여보세요~"

그녀는 전화를 받고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다 그녀는 말보다 울음을 먼저 터뜨렸다.

"괜찮아. 우리 집 수압이 약해서 매번 막혀. 내가 먼저 말해줬어야 되는데. 미안해."

"오빠.. 정말 미안해. 어떻게 해보려고 했는데, 도저히 안 되더라고. 미안해." 

"괜찮아. 나는 그냥 갔길래 내가 무슨 실수 했나 생각했.. 아아익.. 개새끼가."

순간 그녀에게 친절하게 말하다 나도 모르게 욕을 하고 말았다. 
책상 아래 내 발밑에는 흰둥이가 참지 못하고 저지르고 간 개똥이 있었다. 

수화기 너머로 그녀의 울음소리가 더 커지고 있었다. 
출처 지금은 누군가의 아내가 되었을 그녀와 그녀의 애견 흰둥이


** 바보 운영자님 혹시라도 이 글을 보신다면 모바일(참고로 저는 안드로이드 입니다.) 에서도
똥게 아이콘을 만들어주세요. 개인적으로 오유 아이콘 중에서 똥게 아이콘이 가장 귀엽다고 생각합니다.

똥게 아이콘이 생길 때까지 글을 쓸 예정입니다. 제발!!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