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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울증 탈출 후기 - 1
게시물ID : humorbest_11003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또랑이아빠
추천 : 62
조회수 : 8642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7/27 16:02:49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7/24 16:09:45
저는 2011년 겨울에 조울증과 공황장애 진단을 받았습니다.
 
당시 이미 수차례 자살 시도가 있었고, 공황발작 때문에 방밖에 나가지 못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지독한 골초이기 때문에 가끔 새벽에 아무도 없는 틈을 타서 담배를 2~3보루씩 사는 일이나 자살시도를 위해 등산 밧줄을 들고 야산에 주기적으로 탐색한 것 외에는 한발자국도 나가지 않았습니다. 수도 없이 자살시도를 했지만 참 불행인지 다행인지 동네 뒷산에는 키 180짜리 성인 남자가 목을 멜만한 나무가 없었습니다. 항상 심야에 나가서 잘보이지도 않았구요....
친구들, 대학, 군대 동기들과 연락을 모두 끊었고 당시 4년 사귄 여자친구가 끝까지 저를 놓지 않아 문자나 통화만 하는 정도 였습니다. 그녀도 1년 정도 얼굴을 못봤었습니다.
 
저는 제발로 정신과에 찾아간 타입입니다. 어느날 방안에서 고3때 쓴 일기장을 보니 저의 모습이라고는 상상도 안될만큼 활기차고 미래지향적이고 자신감이 넘치는 내용이었습니다. 그때 알았습니다. 이게 정상적인 변화일리 없다고. 어차피 죽을 거라면 혹시아나 기적적인 변화가 있을지 죽기 전에 딱 한번만 병원에 가보자.
 
어머니 차를 타고 토하면서 겨우 갔습니다. 어머니 지인이 하는 병원이었는데. 초진에 거의 1시간 정도 대화를 하고 바로 입원했습니다. 입원 후 몇가지 검사를 하고 처음에는 공황장애와 우울증 판정이 나왔습니다. 의사 선생님이 짧으면 4주 길게는 1년 정도 약을 먹으면 좋아질 거라고 하셨습니다. 한 일주일 정도 입원을 했는데 퇴원할 때 쯤에는 정말 세상이 달라보였습니다.
 
 혼자 '아 명의구나 세상이 달라보이네...' 이런 생각을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이것도 오래전 일이라 자세히는 기억안나지만 별일 다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나가는 사람이 처다봤다고 시비걸어서 싸우고 밥먹다 밥상 걷어차고, 이제 다 할 수 있어, 어두운 거를 지워야해 하면서 방에 있던 책과 컴퓨터를 다 버리고 그러다가 8층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그냥 충동적이었습니다. 우울증일때 자살 못했으니 이제 할 수 있지 않을까? 담배피면서 그런 생각이 문득 들어서 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결국 한달만에 다시 입원했고 거의 6개월 채웠습니다.이때 우울증 진단이 조울증으로 바뀌었습니다. 병원 생활은 단조로웠습니다. 약주는대로 먹고 오전에 주치의 선생님이랑 30분? 정도 이야기하고 조금 기다렸다가 교수님 오시면 또 한 10분정도 이야기하고 산책하고 낮에는 프로그램 뭐 카드가지고 이야기 만드는 거랑 명상치료 음악치료 미술치료 이런걸 단체로 했습니다. 환자들끼리 서로 그림, 이야기 보면서 토론 같은거 하고 운동도 조금씩하고...계속 피검사하고 뇌파?머리에 이상한거 붙이고 하는 검사하고 인지능력검사? 뭐 모니터보고 퍼즐같은거 푸는 거하고 간간히 질문지 검사 또 하고...어쨌든 뭘하든 규칙적으로 생활하는게 다시 몸에 베이게 되었습니다. 퇴원할 때 쯤에는 그냥 무감각했던 것 같습니다. 약물의 영향이라기 보다는 그냥 상실감 같은게 컸습니다. TV보면서 웃고 드라마보면서 울고 감정이 전보다는 풍부해졌지만 왜인지 장래를 생각하거나 무언가를 해야겠다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았씁니다. 일부러 회피한건지 그냥 의욕이 없었습니다.
 
퇴원 후 처음으로 한건 여자친구를 정리한 겁니다. 미래가 불투명한데 그녀를 책임질 자신이 없었습니다. 조금 힘들었지만 시간이 약이더군요. 그 후로 3년동안 큰 문제는 없었습니다. 다만 나는 아무것도 하지 못할거야 라는 생각은 여전히 지배적이었고 공황발작은 약물치료를 시작하고 나서 거의 없어졌지만 사람들이 자꾸 나만 처다 보는 것 같고 특정 장소들에 예기 불안이 생겨서 외출이 힘들었습니다.
 
어... 쓰다보니 너무기네요 공부해야되는데...지우기는 아까우니 나중에 시간되면 사회적응과정이랑 재발사건 그리고 지금 돌아보면서 드는 감상들을 적겠습니다.
출처 나의 잃어버린 7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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