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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으로 비추어 본 언어 숙달의 시간과 단계
게시물ID : humorbest_11179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퀀텀
추천 : 40
조회수 : 4997회
댓글수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9/08 19:01: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9/08 09: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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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 계신 분들은 노동절 휴일을 잘 보내고 있으십니까? 미국에서 새로운 학기가 시작되고, 의회가 활동을 재개하고, 본격적인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milestone인 노동절이 어느새 다가왔네요. 아래 글들을 읽다보니 언어 숙달에 관련된 게 몇 개 있어서, 저도 제 경험을 슬쩍 공유해 볼까 합니다.

한줄 요약: "얼마나 오래 있었냐는 생각보다 중요하지 않다. 첫 3년을 얼마나 알차게 보냈느냐가 더 중요하다."
저는 공대 학부 신입생으로 미국에 왔었습니다. 영어 실력은 그냥 토플 점수 무난히 맞는 정도였었고, 읽는거 조금 하고, 듣는거나 말하는 건 참 절망적인 수준이었습니다. 처음에 클래스에 갔을때 아무것도 안 들리고, 그냥 멀뚱멀뚱 학생들 구경하다가 끝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과 수업은 어차피 개념을 따라가는거니, 당장 알아듣지 못해도 나중에 따라잡는게 가능했습니다. 근데, 문과 수업은 그러기 어렵더군요. 우선 매번 나오는 읽기 숙제를 소화하는게 쉽지 않습니다.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어려운 판에 속도까지 내야 하니 하루하루 손에 땀나면서 책 잡은게 다반사였어요. 거기에 매주 에세이나 한쪽짜리 rundown 써야하고, 수업에서 토론에 참가해야하는데, 제가 생각을 정리하고 참가하려고 하면 토론 주제는 저 멀리 딴 곳으로 가있어서 항상 버스 놓치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렇게 고생을 더럽게 함에도 불구하고, 문과 수업들을 틈틈히 들은 이유는, 영어 실력을 키우는데 문과 수업만큼 좋은게 없다는 걸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직도 기억하는건, 제가 첫 학기에 처음에 써서 낸 역사 수업의 숙제를 낼 때 받은 점수는 "not graded" 였습니다. 종이에는 빨간 글씨와 선들이 다닥다닥 그어져 있었구요. 그렇지만 끈질지게 교수들을 괴롭히며(?) 고쳐나가면서, 조금씩 제 영어 실력을 키워나갈 수 있었습니다. 미국 학교의 장점은 교수들이 노력하려는 학생한테는 굉장히 호의적으로 도와주고, 학점도 reasonable하게 준다는 겁니다. 학기를 하나하나 끝내면서, 들리는 단어와 문장들이 늘어나고, 제가 말하고 쓰는 어색한 표현이 줄어들고, 조금씩 발음이 다듬어 지는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경험했을 때 영어를 "좀 한다"는 수준이 되려면 첫 3년을 알차게 배우는게 중요한거 같습니다.
- 1년 동안은 널리 쓰이는 단어, 표현 등을 듣고, 읽고, 말하면서 내재화 (internalization) 하는데 할애하고
- 그 다음 1년 동안 내재화된 언어 구사력를 계속 연습하면서 머리 안에 영어가 차지하는 영역을 (expansion) 조금씩 늘리면서
- 그 다음 1년 동안은 그 넓어진 영역을 바탕으로 쓰기와 "고급 영어"를 조합하는 (integration) 바탕을 만듭니다.

영어가 머리 안에서 차지하는 영역은 유동적이고, 영어를 쓰지 않으면 그 영역은 줄어듭니다. 그 영역을 늘려가는 시점에 가속도를 내서 많은 표현을 연습하는게 요점입니다.

경험을 통해서 느낀건 언어 실력이 느는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읽기 -> 듣기 -> 말하기 -> 쓰기

쓰기가 가장 나중에 꽃을 피웁니다.

나중에 졸업할 때 유학한 친구들을 볼 때 첫 2-3년을 알차게 보낸 친구들이 정말 영어를 잘하더군요. 나중에 가더라도 그 친구들의 영어실력은 쉽게 죽지 않았었습니다. 그렇지 않은 친구들은 영어 실력이 쉽게 늘지 않았었구요. 물론 첫 3년을 알차게 보내지 않더라도 영어 실력은 늘읍니다만, 비약적으로 늘기는 어려운 거 같았었습니다.
출처 글쓴이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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