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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난 개발자의 아내라서 힘들었을 울 마눌님...
게시물ID : humorbest_112510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내맘의눈
추천 : 75
조회수 : 7724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09/25 19:44:28
원본글 작성시간 : 2015/09/25 14:31:04
사실 이 이야기들는 H/W개발자가 아니면 쉽게 공감 할 수 없는 이야기는 한데...
걍 재미로 읽어 주시길 바래요...

저 아래 개발자와 운전면허 이야기를 되씹어 보다가 옛날 집사람과의 이런저런 에피소드들이 생각이 났습니다.
집사람은 아주 상식적인 사람인데 눈썰미가 뛰어나서 한번만 보면 그대로 따라하는 대단히 감각적인 사람이자
감성적인 성격의 여자사람입니다...

반면에 저는 H/W, F/W개발을 오랫동안 해 와서 일반인들과는 다른 습성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집사람을 만나기전까지는 제가 그렇게 이상한 사람인줄은 몰랐어요... 맨날 같은 부류의 사람들만 봤으니까요...

짧은 연애끝에 동거를 먼저 시작을 했는데...
정말이지 엉뚱한 곳에서 서로의 차이점이 드러나기 시작을 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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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점을 잡아주지 않으면 방향판단을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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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출근용 속옷과 양말을 소파에 올려 놓곤 했었는데 그날따라 없더군요...

"자기야 양말 어디있어? 안 보이네..."
"장롱서랍 첫번째에 있어~"

장롱문을 열었습니다.
하단에 서랍이 3개가 있더군요... 한참을 응시를 하다가...

"어디? 위에서 첫번째? 아래서 첫번째?"

네...
그냥 세개의 서랍을 모두 열어 보면 될 것을... 저는 물어 보았습니다...ㅋ

그런류의 트러블은 집안 곳곳에 있었습니다.

"냉장고 첫번째 칸 분유 좀 갖다 줘..."
"어디 첫번째? 안쪽? 채소실인가... 문짝에서 첫번째?"

사실 제가 이렇게 시점을 먼저 따지는 이유는...
H/W설계시 부품의 1번을 확인하는 습성이 배어 있어서 입니다.

어떤 부품이 있을 경우 어떤 회사는 위에서 바라 본 모습(TOP View)을 기준으로 1번을 그려놓고...
어떤 회사는 아래서 바라 본 모습(뒤집어서 바라 본 모습 : Bottom View)을 기준으로 1번을 그려놓기 때문에
항상 시점을 확인하는 것이 습관화 되디가 보니 일상생활에서 시점을 잡아 주지 않고 몇번째라고 하면
한참을 고민을 하는 거죠... 상대방은 뭘 기준으로 삼았을까...

참고로 같은 H/W엔지니어인 친구를 만날 일이 있어서 약속장소를 설명 할 때 보면 가관이 아닙니다.
"응.. 그 건물을 바라봤을때 왼쪽 첫번째 골목... 50M쯤..."
시점을 잡아 주는 것이 습관화 되어있습니다.

그런데 집사람도 몇년간을 저의 어버버에 시달리더니 포기하고 시점을 잡아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하더군요...
"싱크대 위쪽 선반에,  왼쪽에서 2번째 칸..."

미안해 마눌님...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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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디오테이프의 앞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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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구시대의 유물이 되었지만 비디오테이프를 빌려 보던 시절...
열심히 보다가 마눌님이 한마디 합니다.

"앞으로 좀 돌려 봐..."

네...
전 앞으로 돌렸습니다. FF

헌데 바로 고함소리가 터 집니다...

"어? 왜 뒤로 돌리는거야?!
"앞으로 돌리고 있잖아..."
"거긴 뒤지... 어떻게 앞이야..."

바로 비디오를 멈추고 어디가 앞인가에 대해서 논쟁이 벌어 졌습니다.

"봐! FF! Fast Forward 이게 앞으로지..."
"영어는 모르겠고 테이프의 시작지점이 앞이야!"
"앞으로 진행 될 내용이니까 앞은 FF지..."
"아니지... 처음 시작하는 곳이 앞이지..."

결국 합의를 보지 못했습니다.
다만 집사람은 물리적 공간을 먼저 머리속에 먼저 떠올리고, 
저는 시간적 공간을 먼저 떠 올린다는 사실만 확인 했죠...

그 후로도... 지금도 가끔씩...
비디오 재생시 앞으로 가 보라고 하면 한참을 생각하다가 아내의 공간개념에 맞춰서 뒤로 돌려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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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든 설명은 Diagram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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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거지만 기분상으로는 신혼초였던 어느날...
집에 일찍 귀가를 했더니 집사람이 처음 보는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더군요...

"재미있어? 무슨 내용이야?"
"어... 저 여자가 재혼을 했는데... 현 남편의 딸이 좋아하는 남자가 전 남편 딸을 좋아해...
그런데 그 남자가 사실은 현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낳은 애인데... 그 여자는 또
이 여자하고 동창이야... 어쩌고 저쩌고.. 브라브라..."

설명을 듣는데 머리가 지근지근 아파 오더군요...

그래서...
집사람에게 살포시 보드마카를 쥐어 줬습니다.
"너무 복잡하다.. Diagram으로 함 그려 봐..."

네...
동거를 시작하면서 제일 먼저 장만한 살림살이가 화이트 보드였습니다...ㅋ

미안했었어... 마눌님...
그때는 내가 팀장이 된지 얼마 안 되어서 팀원들로 부터 화이트보드의 Diagram으로 설명을
듣는 것에 재미를 붙였을 때였거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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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에겐 인간의 감각이 없어.. 모든 것은 숫자로 변환이 되어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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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몇년을 동거를 하다가 정식으로 결혼식을 올리고 사랑하는 애기가 태어 났습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제게 또다른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애기 목욕 시키게 물 좀 받아 줘..."
"어~ 온도는?"
"약간 따뜻하게 해야 해..."
"약간 따뜻하게...???"

일단 욕실로 들어 갔습니다.
물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손을 넣어 봤습니다. 약간 뜨겁더군요...
찬물을 틀었습니다. 이번에는 조금 차가운 것 같더군요..
다시 뜨거운 물...
다시 차가운 물...

그렇게 한참을 쪼그리고 앉아서 수도꼭지를 이쪽저쪽으로 옮기고 있으니까,
마눌님이 한소리 합니다.

"또 시작이군... 나와! 내가 할테니까..."
"아니.. 약간 따뜻하게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있어야지..."
"알았어.. .됐으니까 나오라고..."
"..."

저려오는 다리를 간신히 펴면서... 
제게는 인간의 감각이 없다는 것을 인정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얼마전에도 에어컨을 언제 틀어야 할 것인가를 집사람과 논쟁을 하다가 결국은
디지털 온도계를 만들어서 거실에 걸어 놓고 몇도 이상이 되면 에어컨을 틀기로 간신히 합의를 봤었는데...
디지털 수온측정계도 사야하나 심각하게 고민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디지털 수온계를 사면 당신은 그거 들여다 보면서 0.1도만 변해도 물을 틀었다잠궜다 할거라는
집사람의 핀잔에 디지털 수온계를 포기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왜 이 세상은 모든 것이 숫자로 표시가 되어 있지 않을걸까...
신이 원망스러웠습니다.

그렇게 별난 개발자를 남편으로 둔 아내가 어느덧 두 아이의 엄마가 되었네요...ㅎ
이런 차이점에 익숙해 지다가 보니까... 
나중에는 그런 충돌이 일어나면 '또야?'라는 표정으로 서로 피식 웃게 되더군요...

돌이켜 보면 재미있기도 한데... 미안하기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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