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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서 있었던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15532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5555
추천 : 19
조회수 : 4489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1/22 01:07:16
원본글 작성시간 : 2015/11/21 14:34:53
오래 전 요양병원에서 야간경비를 서던 때의 얘기다. 내가 근무했던 곳은 부속시설로 장례식장이 별도의 건물로 있었다. 계절도 이때다. 11월이었고 지금처럼 비도 많이 왔다. 우중충한 날씨마냥 장례식장의 이용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교대자가 있어 이틀에 한번씩 밤을 보내야 했는데 2주동안 장례식장 이용객이 없는 날이 없었다. 아침 7시에는 병원 앞뒤의 쓰레기를 줍고 아침을 먹고 병원 직원이 출근하면 퇴근했다. 밤 사이 비가 왔는지 땅이 젖었고 쓰레기도 축축해서 청소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장례식장 앞도 청소하는데 이용객이 있을땐 바닥에 마구 버려진 담배꽁초가 수북했다. 청소를 하고 있으면 아침잠 없는 환자분들이 오가며 인사도 한다. 몇몇분은 그렇게 얼굴도 익힌 상태였다. 그날도 한 할머니가 지나가기에 인사를 했다. 이 할머니는 전에도 몇번  본 적이 있는데 웃지도 않고 말도 없고 대하기가 묘하게 어려운 분이었다. 그랬기에 인사만 하고 다시 청소로 돌아가려는데 할머니가 가지를 않고 멈춰서는 것이다. 무슨 일인가, 내게 하실 말이 있나 해서 고개를 들었다. 표정이 없는 분이라 한번도 웃는 걸 본 적이 없었는데 싱글벙글 활짝 웃고 있었다. "저기 또 들어가더라." 표정만큼 기쁜 듯한 목소리로 장례식장을 가리키며 말했다. 한번도 본 적 없는 환히 웃는 얼굴과 목소리로 하는 말에 소름이 끼쳤다. 사람이 죽은 것이 그리 유쾌했을까. 입원 환자 중 사이가 나쁜 사람이 죽기라도 한 것인가 했는데 그것도 아니었다. 그 일이 있은 지 여러해가 지났지만 아직도 잊을 수가 없고 그 얼굴이 생각날 땐 등골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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