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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스압][스포][리뷰] 팬스가와 페미니즘
게시물ID : humorbest_11599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스톤골렘
추천 : 49
조회수 : 7562회
댓글수 : 1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5/12/01 23:28:37
원본글 작성시간 : 2015/12/01 21:32:25



팬스가와 페미니즘

2015.12


01

01.jpg

이 정신나간 애니에 진지한 리뷰라니

정신나간 애니에 진지한 리뷰야말로 진정한 정신나감

제가 차단당한다면 수위조절에 실패해서 산화한 것으로 생각해 주세요.

 

만약 내가 페미니즘적 관점에서 스토리를 써야 한다면 부조리한 현실세계를 충실히 반영하는 가상세계를 만든 뒤 주인공을 그 세계와 맞짱뜨도록 할 것이다. 스스로가 그런 종류의 이야기구조가 바람직하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팬티 & 스타킹 w/ 가터벨트 (이하 팬스가) 는 그런 진지한 이야기 구조를 가질 생각이 전혀 없다. 개그물이니까. 그러나 그런 이야기 속에는 왠지 모를 독특한 페미니즘적 느낌이 존재한다. 이건 일종의 사고事故로 인해 발생한 것으로 보이는데, 전통적으로 여성을 주요인물로 등장시키는 가이낙스와 이야기를 거꾸로 뒤집어서 치는 개그요소, 그리고 정신나간 실험정신에서 비롯된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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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째 찍는 스샷이 죄다 정신나간 것 같은 느낌이

 

진지하게 쓰려고는 하는데 조금조금씩 하고 싶은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정리는 못 하겠고, 그냥 작품 전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을 따로 따로 써보고, 그 뒤에 에피소드 별로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고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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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스가는 5년 전 가이낙스가 만든 정신나간 애니메이션으로, 주인공인 아나키 팬티아나키 스타킹(믿을 수 없겠지만 이름이 팬티,스타킹 이다. …… 참고로 신부 이름이 가터벨트이고 남자주인공 이름은 브리프, 타고 다니는 차 이름은 시스루.) 어떤 경위인지 천계에서 쫒겨나 다튼 시티라 불리는 지상에서 살고 있는데, 다시 천계로 돌아가기 위해선 고스트를 잡고 헤븐 코인을 모아야 한다. 그래서 매 에피소드별로 각자의 무기로 고스트를 잡는다는 내용 의 마법소녀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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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화 오프닝시간 포함 시작한지 250초만에 7대 죄악 중 네 개를 저질러버리는 패기를 보여준다. 이 시점에서 나는 이 애니도 일종의 통념을 거꾸로 뒤집어서 개르를 치는 스토리 중의 하나군이라고 단순히 생각했다. 맞는 생각이었지만, 실제로 나온 결과는 그렇게 간단히 말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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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발 벽안 쪽이 언니 아나키 팬티. 그렇다고 머리가 나쁘다는 설정은 아닌 것 같지만 그런 느낌의 장면이 몇 번 나온다. 평소에는 당찬 언니의 이미지가 강하다


굳이 더 간단히 표현하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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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 발렌타인.

 

그리고 위에서 이미 확인하였듯이 남자를 심하게 밝힌다그것이 하나의 퍼스널리티가 될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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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왼쪽이 동생 아나키 스타킹. 단걸 좋아하는 얌전해 보이지만 입에 담을 수 없는 험담을 내뱉는 동생. 둘의 조합이 마치 어디에서 만나본 것 같은 조합이라, 그것이 이 정신나간 이야기에 설득력을 더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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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먼저, 이야기의 무대가 되는 다튼 시티에 대해 이야기해 보자. 팬스가의 페미니즘적 분위기는 배경설정으로부터 상당한 영향을 받았다. 이야기가 마무리될 때 까지 어떤 성적 차별이나 편견은 찾아볼 수가 없다. 물론 진지하게 설정된 것은 아니라서 여기저기 구멍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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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만약 팬티가 현실세계에 존재했으면 작품 내에서처럼 멀쩡히 연예활동을 하고 돌아댕길 수가 없다. 하루밤동안 관계를 맺는 남사가 몇 명인지도 못 셀 정도인데 이상한 소문이 안 날리가 없다. 그러나 팬스가에서 그런 프라이버시따위는 깔끔하게 무시된다. 전라로 동네를 돌아다니거나, 과거에 찍었던 포르노가 유튜브에 올라와도 멀쩡히 연예활동을 한다. (오히려 에피소드를 거듭할 수록 인기가 조금씩 올라가는 것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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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이 글이 수위를 넘길지 안넘길지 모르겠다

 

이런 종류의 세계관을 몇 번 만난 기억이 있는데, 대개 남자아이돌 팬픽이나 순정만화같은 데서 본적이 있다. 이런 종류의 세계관은 철저히 여자주인공의 로맨스에 집중해서, 남성의 비중이 아예 없거나 왜곡되어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팬스가의 경우도 남자주인공인 브리프 이외의 남자가 등장하는 것이 드문 수준이다. 다만 마이너와 메이저의 차이가 있는 것처럼 작품 몰입을 방해할 정도의 왜곡이 나타나지는 않는다.

 

 













2. 


캐릭터의 성격을 살펴보자면 가장 쉽게 페미니즘적이다라고 말할 수 있는 근거는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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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략) 그런 스토리의 재미는 물론이고 인기있는 점이 또 하나. "싸우는 여성 캐릭터가 멋지다" 와 여성 캐릭터에 집착 여성 팬이 끊이지 않아요.

 

열혈 여왕 님 아첨하지 않는 여자는 남자보다 강하다

 

 실제로 빠지고있는 여성 팬들의 목소리를 들어 보면, "세일러 문에 빠지고 세대의 사람이 봐도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강하고 멋진 여자가 가득 있기 때문에"나는이 아이가 좋다! " 같은 동경을 가질 수있다 "(24 세 여성)라고 말하는 의견도있다"

 

(중략)강렬한 너무 개성의 그녀들이지만, 공통되는 것은 "남성에게 아첨하고 강하다"한다그녀들의 그런 모습이 여성도 무심코 반해 버리는 포인트 인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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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joshi-spa.jp/56981

 

 

 

평가를 따져보자면 작년의 킬라킬과도 많은 부분이 겹친다.

 

 

 

 

 

 



 

 

사실은 위 기사가 킬라킬 기사다.

 

 

 

 

 



 

 

(기사제목 : 여자도 반하는 '킬라킬')

 

 

 

 

 



 

 

팬스가때도 똑같은 내용의 기사를 본적이 있는데 찾지 못해서 이걸로 대체했다.

 

싸우는 여성 캐릭터 라는 표현에 주목하고 싶다. 리그베다위키 엔하위키미러 나무위키의 싸우는 미소녀항목과 투희鬪姬항목의 내용이 흥미롭다. 나무위키에선 투희를 페미니즘과 관련하여 이렇게 설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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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라킬의 마토이 류코.

 

남성보다 신체적으로 연약한 여성이 남성과 대등하게, 혹은 더 뛰어난 전투 능력을 보여주는 모습 덕분에 패미니즘적인 창작물을 대표하는 캐릭터상이기도 하다. 인류 역사에서 사냥이나 전쟁 등의 무력행위는 남성의 전유물이었으며, '남성이 하는 일은 여성도 얼마든지 할 수 있다'는 패미니즘 운동의 이론을 창작물에 적용해 여성도 남자 못지않게, 남자보다 더 훌륭하게 싸울 수 있다는 모습을 화끈하게 보여주는 것이 패미니즘적이라는 것이다. ”

 

앞의 기사와 같은 논조의 내용이다.

 

그런데 싸우는 미소녀 항목에는 정신과 의사 사이토 다마키의 의견을 빌어 다음과 같이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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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문화에서 등장하는 싸우는 미소녀들은 굉장한 전투 능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름답고 가냘픈 지극히 여성스러운 외형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는 작품의 현실성과 설득력을 포기해서라도 이상적인 궁극의 여성상을 추구하려는 의도로 풀이될 수 있다. 이를 두고 다마키는 자신의 저서에서 싸우는 미소녀를 남성들의 기호에 따라 남근(fӕləs)화 된 여성이라고 정의하기도 했으며, 그는 도검과 총기류 같은 남성의 전유물이라 여겨지는 무기를 들고 처절하게 싸우는 미소녀에게서 남성들은 묘한 모성애를 발견한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싸우는 미소녀란 남덕들의 나르시시즘 투영에 의해 만들어진 팔루스. 일종의 페티시로도 이해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 킬라킬과 팬스가에 등장하는 강한 여성의 이미지는 어느 쪽인가? 강인한 여성의 이미지를 통해 여성의 권리를 드러내고 있는가? 아니면 강인한 여성이라는 이미지를 가지고 모성애를 자극하여 남성들의 욕구를 충족하려 하고 있는가? 혹은, 둘 다의 역할을 하고 있는가?

 

 

 

내 생각에 캐릭터가 페미니즘적이냐 아니냐를 결정짓는 것은 그 캐릭터가 얼마나 자주적이냐이다.(혹은, 어떻게 쓰이냐이다.) 캐릭터 몸매가 어떻다거나 남성들이 그걸 어떻게 바라보냐는 상관 없다. 신체적으로 나약하고 갸냘픈 여성 캐릭터지만 온갖 고난과 역경을 스스로 맞서며 이겨낸다면 그건 페미니즘적 캐릭터이다. 강력해 보이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항상 남성의 도움이 필요하다거나, 신체의 강인함은 단지 여성을 남자들의 싸움터에 같이 올려놓기 위한 장치일 뿐으로, 평소 행동은 (남성작가 상상의 한계로) 남성과 다를 바가 없다가 남성들이 필요할 때만이 여성성을 드러낸다면 그건 페미니즘 캐릭터가 아니다.

 

그런 관점에서 킬라킬과 팬스가의 주인공들은 분명한 페미니즘적 캐릭터이다. 남자의 도움을 받아야 하거나, 혹은 역으로 신성시되는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가지며 그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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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출광? 웃기는군. 이 모습은 카무이가 가장 힘을 발휘하는 모습

그걸 세속적인 가치기준으로 창피하게 생각하다니 그야말로 속물의 증명

나 키류인 사츠키, 자신의 야망을 성취하기 위해서라면 천하에 유방을 드러내서라도 창피는 커녕 망설임도 없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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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은 이런 생각을 했다. 밝히는 여자를 인정한다면, 역으로 밝히는 남자에 대해서도 나쁘다고 할 수가 없는 것이 아닌가? 가끔씩 재수없는 남자캐릭터를 까기 위해서 쓰는 여자나 밝히는 쓰레기같은 표현을 쓰면 안 되는게 아닌가 하고 말이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난 내 성의식에 문제가 있음을 확인했다. 내가 밝히는 남자를 말하면서 떠올린 건, 흔히 야동같은데 나오는 변태대머리아저씨 같은 이미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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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태대머리아저씨랑 팬티의 다른 점은 성별을 제외하고 무엇이 있는가? 거기엔 너무 간단하지만 큰 차이가 있다. 그건 팬티는 상대방 이성을 존중한다는 것이다. 팬티는 남자들을 같은 사람으로서 존중하고 대한다.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해야 한다. 그러나 변태중년남성아저씨는 AV배우를 존중하지 않는다. 사실 그 아저씨는 그 않는역할로 나온다. 여성을 홀대하면서 지배욕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야동에 대해서도 할 이야기가 많은데 더 자세하게 말하면 수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이 글이 폭주해버릴거 같으므로 생략합니다.)

 

그러니까, 이렇게 말하는건 좀 부끄럽지만 나는 팬스가를 통해서 내 성의식이 얼마나 야동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는가를 깨달았다고 해야겠다. 야한 걸 좋아하는 그 자체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건 인간이 남자랑 여자로 나뉜 상황에서 너무 당연한 것이다. 문제는 그래서 그런 자신을 상대방에게 어떻게 표출해낼 것인가이다.

 

 















4. 


모자란 글이 너무 길어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딱 한 가지만 더 쓰고 마침.

 

 

성스러운 처녀설정은 굉장히 오랜 시간동안 온갖 소설과 영화와 드라마에서 쓰여졌다. 어떤 경위를 통해서 처녀성을 잃은 여성에 대한 상징성 말이다. 순수성을 잃은 여성으로 보는 시각. 나는 중학교때 처음 이런 시선이 있음을 깨달을 때부터 병신같다고 생각했는데, 많은 경우에서 처녀성은 강제로 빼앗길 뿐더러 그와 동시에 전혀 회복할 길이 없다. 처녀성의 정의상 그건 일생동안 잃어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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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스가의 작가는 이 생각에 뺨따구를 때리는 설정하나를 데려왔는데,......대체 작가는 이 시나리오를 쓰면서 무슨생각을 하고 있었길래 이 미친 가능성을 생각해낼 수 있는지 모르겠다....... 바로 성스러운 비처녀이다. 이건 앞에서 언급했던 통념을 거꾸로 뒤집어서 개그를 치는 방법에서 착안한 것 같다. 이 세계에선 천사는 비처녀만 될 수 있다. 팬티는 작중에서 처녀막이 재생됨으로써 비처녀성을 잃는다. 즉, 처녀성을 얻고, 천사 지위를 박탈당한다. 대체 어쩌다가 그렇게 되는건지는 모르겠고 작가도 그걸 설명할 생각이 전혀 없으며 뭐 어쩌려고 이런 정신나간 설정이 나오는지는 일단 모르겠지만 그렇단다.

 

그런데 그 이유나 방법이 어찌됐든 간에, ‘성스러운 처녀설정을 거꾸로 뒤집으면 재미있는 상황이 발생한다. 그건 바로 이번에는 상실을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방법은 매우 간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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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과 관계를 가지면 된다.

 

그렇게 팬티는 브리프와 공중 섹..... 관계를 가지고 다시 천사로 돌아온다. 이게 팬스가의 결말이다


이야기의 마지막에서, 가장 성차별적이라고 할 수 있는 기믹을 기가 막힌 방법으로 정신나간 방법으로 깨부순 것이다


그래서 난 이 애니가 좋다.



팬스가 시즌2를 바라며 글을 마칩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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