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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Carol
게시물ID : humorbest_12008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꽃보다륜미
추천 : 30
조회수 : 4402회
댓글수 : 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2/06 23:17:06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2/05 01:14:28
movie_imageYI67NNYI.jpg
(상당부분 스포성이 있습니다.)



















케이트 블란쳇, 루니 마라가 출연하고
토드 헤인즈 감독이 연출한 '캐롤'을 보고 왔습니다.

정말 눈부신 걸작이네요.
어떤 장면과 어떤 연기들을 보면
잊을 수 없는 기억과 소름을 안겨줍니다.

(범위를 넓게 잡아)허다하게 나왔던 멜로,
(범위를 좁게 잡아)퀴어영화들이 나왔지만
이처럼 정서적인 힘이 강하고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선을 훌륭하게 잡아낸 작품도 찾기 힘들듯 합니다.


이 영화는 원작이 있습니다.
'리플리'를 만들었던 패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자전적 소설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실제로 작가인 패트리샤 하이스미스가
백화점에서 일할 당시 어떤 강렬한 경험을하고
그 힘에 이끌려 바로 집필 해서 나온 책이
'소금의 값'이라는 소설입니다.
(저도 원작은 읽어보지 않아 자세하게까진 모릅니다.)

그 책이 나왔던 시기와 원작의 영화적 시대를
생각하면 결코 쉽게 나올 수 없는 작품이기도 하지요.
왜냐하면 대사로도 나오는 '올드스쿨'처럼
상당히 보수적인면이 강한 시기이면서
냉전과 베트남전쟁으로 어지러운 시대상이기도 했기 때문입니다.
(정확한 시기가 나오지 않지만 50년대로 짐작할 수 있습니다.)

얼핏 단순하게 퀴어영화라고 치부할 수도 있으나
동성애에 관한 특별한 언급이나
시대적이고 정치적인 발언을 하지 않습니다.

이 둘의 순수한 사랑만이 있을 뿐이죠.


어떤 부분에선 토드 헤인즈가 적역으로까지 보입니다.
지난 10여년간 가장 독창적이고 독보적인 작품세계를 구축했던
'토드 헤인즈'는 커밍아웃 동성애자입니다.

그런 그가 전작들에서도 보여준
'포이즌', '벨벳 골드마인', '파 프롬 헤븐' 같은 작품들을 보면
어떠한 생각으로 작품들을 표현했는지 잘 보여주기도 하죠.

'캐롤' 역시 시대적인 질감을 미학적으로도
너무나 훌륭하게 담아낸 작품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이런 미학적인 카메라 사용을
미국 감독들이 실험적으로 많이 쓰는것 같습니다.
그 생각과 신념은 영화와 잘 녹아들었을때 탁월한 선택이라 봅니다.)
슈퍼 16mm로 촬영을 했는데 이는 요즘 거의 쓰지 않습니다.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에서나 쓰는 카메라를
1950년이라는 시대와 맞추면서
화면이 거칠어 보이지만 그 질감과 사랑이라는 이야기를
눈부실 정도로 아름답게 표현합니다.

물론, '파 프롬 헤븐'같은 영화도
1950년대 시대상이긴 하지만 상대적으로 덜하게 보이죠.
두 영화가 서로 비슷한 점이 있으면서
완전히 다른 부분도 존재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흥미로운 점이 있습니다.
('파 프롬 헤븐' 뿐만 아니라
토드 헤인즈의 다른 영화들도 마찬가지 입니다.)


루니 마라가 연기한 '테레즈'는
사진작가의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사진에 필요한 것이 필름과 렌즈라는걸
생각한다면 이 또한 우연은 아니겠죠.

렌즈는 보는 것일 테고 필름은 담는 것일 테지요.
(이 필름은 영화의 'Film'과도 연결지을때
무척이나 인상적으로 다가오기도 합니다.)

'캐롤'과 '테레즈'가 상대를 보는 그 시선들이야말로
아마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압축된 정서일 것입니다.

함께 여행을 떠나게 되는 장면들에서도
명확한 계획이나 명소를 돌아다닌다거나 하는
장면없이 떠돌아 다닙니다.

그 여행의 핵심은 바로 둘이 함께있는 것일테지요.
(첫 섹스장면이 있은 후 바로 다음날
테레즈가 '여기 어디라고 했죠?'라고 뭍는 것이 그 반증일 것입니다.)
무슨 계획을 잡아 무엇을 할지가 중요한게 아니라
함께 여행을 떠난다는 것 자체가 이 둘에겐 크나큰 행복이라는 점입니다.

유독 '테레즈'의 시점쇼트가 많이 잡힙니다.
테레즈가 캐롤을 어떠한 감정으로 계속 바라보고 있는지를
시각적으로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반면, 캐롤의 시점으로는 잘 보여주지 않죠.
(캐롤의 시점쇼트는 초반에 종종 나옵니다.)
그것은 이미 테레즈에 대한 감정을 스스럼 없이 드러내는
적극적인 인물이기도 하기 때문에 그럴것입니다.

클로즈업이나 줌인이 많은것도
상대방을 향한 둘의 시선이 어떻게 다가오는지를
잘 표현해주기도 합니다.

어두운 터널을 지나 밝은 빛을 지나오는
둘의 모습은 터무니없이 아름답게 보입니다.


카메라의 각도가 휘어지거나 비스듬하게 내세운것도
(레버넌트 쓸때도 이야기 했지만)단순하지 않을것입니다.
비뚤어져 있는 시대속에서도 강렬한 사랑을 하는
이 둘의 모습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아마 엔딩이 더 밝게 다가오는 것도
그런 이유들 중 하나 때문이겠죠.




케이트 블란쳇과 루니 마라의 연기는
말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훌륭합니다.

아카데미에서는 수상을 하지 못하겠지만
이변으로 둘에게 준다해도
저는 전혀 불만이 없습니다.

이 두 여인이야 말로
영화의 핵심이자 정서 그 자체일테니까요.


그나저나, '브로크백 마운틴'이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올랐는데
'캐롤'이 작품상과 감독상 후보에 없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 정도이네요.

'브로크백 마운틴'이 나왔던 그 해에도
작품상은 '브로크백 마운틴'이 받아야 한다고 생각을 했는데,
(소더버그 감독의 '크래쉬'가 받았었죠.)
10년이 지난 올해 같은 경우에는
노미네이트 자체가 안되어 있다는 점에서

아카데미 주최측과 회원들이 얼마나 보수적인지를
다시한번 보여준 셈이 되고 있습니다.
(안그래도 백인잔치라고 조롱하고 있는데
여성적이고 동성애적 영화라는 점에서 후보에 올리지 않은것 같군요.)


어찌되었든 두 여인을 통해 사랑을 느끼게 해준
토드 헤인즈 감독님께 경의를 표합니다!
(만약 제가 아카데미 회원이었다면
작품상 투표는 '캐롤'에 갔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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