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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겨울, 눈치게임의 추억.
게시물ID : humorbest_12302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32
조회수 : 5070회
댓글수 : 1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4/02 21:48:06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4/01 09:38:08
"...현재시각 20시 50분!!! 취침 후 30분 기상 전 30분 절대 유동병력없다!!! 각소대별로 인화단결취침!!!" 
(21시에 취침하는 부대였음. 
밤에도 안재우고 낮에도 안재울거라 취침시간을 1시간 땡기는걸로 수면시간 충분히 보장하는것처럼 위장하는 그런 부대-_-)

"인화단결취침!!!!"
"인화단결취침!!!!"

다른 소대들은 그렇게 인!!!화!!!단!!!결!!! 취침!!! 안녕히 주무십시오!!!라고 외치고,
병장들은 담배를 입에 물고 주머니에 동전을 짤랑거리며 아무리 마셔도 피곤에 쩔어 잠들어버려 한낱 단것일 뿐인 자판기로 향하고,
상병들은 적당히 눈치보다 병장들 뒤를 따르거나 내무실 문을 잠그고 결산을 하고,
일병들은 상병장들 나갔나눈치보다가 얼른 환복하고 침구류안까냐고 구박하고
이등병들은 뭐...


그러나. 우리 소대는 달랐다.
분대장이 척척척!!! 전투화소리를 내며 복도를 가로질러가는동안, 모두들 분대장만 보며 제자리에 앉는다.
분대장은 그대로 걸어가서 소대원들을 한번 휘익 둘러보고 행정반을 향한 내무실 문을 닫는다.

내 신병때 악마의 화신들 있을때처럼(진짜 이등병때는 우리 소대도 어마어마했음-_-...)
전투화 하이바가 날아다니며 강아지망아지송아지를 찾고 고향에 계신 부모님안부를 물으며 갈구는게 아니라...

"1!!!!!!!!!!!!!!"
"2!!!!!!!!!!!!!!"
"짝!!!!!"
"4!!!!!!!!!!!!!!"
"5!!!!!!!!"
"5!!!!...."
"오...ㅆㅂ...."

"얏호!!!!"
"야!!!! 승자들 다 나와!!! 담배피자!!!"
"야. 동전있냐??? 자판기 천원짜리 또 안먹더라."
"여기 있슴다. 얼른 나가지 말입니다."

분대장이 문을 닫음과 동시에 소대내무실에서는 369와 결합한 눈치게임이 펼쳐졌다.

3,6,9가 들어가면 숫자말고 박수.
계속 이어져가면 마지막 남은 3명이 벌칙수행이라는 심플한 규칙이었는데, 
이 게임 특성상 단 한번도 끝까지 간적이 없었다.
전반야며 휴가 당직 상황병으로 인원이 빠져나가서 많아야 스물 둘셋 정도가 점호를 받는지라
11,12정도 가야 많이 가는거고, 대개 7,8 이 쯤에서 게임이 끝났다. 1에서 바로 걸릴것도 같은데 그런 경우는 딱 한번 봤다.
7,8쯤 넘어갈려고 하면 슬슬 마지막 3명에 안걸릴려고 긴장감이 폭발직전까지 올라가기 때문에, 
동시에 외치거나 3,6,9에서 박수가 아닌 숫자를 외치던가 하는 실수를 하여 게임이 끝나기 때문이다.

동시에 외치는것도 대개 2명이 아니라 3~5명이 동시에 걸려대기 때문에 벌칙수행하기도 적절했다.
간혹 단독으로 걸리면 술래 앞뒷군번 한명씩 지명하여 같이 벌칙을 수행하는 규칙도 있었다.



중대에 우환이 생겨 모두가 울상을 지으며 지내던 어느날.
천성이 개구쟁이스머프인 어느 고참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게임은 
짧게 유행할거라 생각했는데 겨울내내 진행되었고,
이걸로 최소한 우리 소대는 분위기가 확실히 좋아졌다.



이 게임의 벌칙은 소대 2~30여명 침구류. 그 벌칙수행자들이 다 깔기ㅋ



열외자는 전역 이틀 남아 내일 밤 늘씬하게 모포말이당할 예정인 민간인(진) 말년아저씨와 신병대기중인 신병, 점호보고한 분대장빼고 전원.
병장들이고 그 병장들마저 눈치보는 소대실세 상병말호봉이고 뭐고 다 공평하게 참여했고,
지들이 뒤끝없이 하자고 해놓고 뒤끝쩔던 야자타임이나 당연하지 때와 같은 후폭풍도 없었기에 
이 게임은 오늘 첫 후반야 나가는 신병도 걸리지말자는 굳은 결의와 긴장감말고는 부담감없이 참여할 수 있는 게임이었다.

후임급들 보다는 역시 병장들이 한두명 걸려줘야 분위기가 확 살았고,
고참급들은 허리베기니까 침구류 울퉁불퉁 안하게 팽팽하게 깔아놔ㅋㅋㅋㅋㅋㅋ라며 담배를 챙겨 자판기로 향했고,
후임급들은 벌칙수행하는 고참들 눈치를 살피며 얼른 자판기로 뛰어나갔다.

그리고 그들이 침구류를 다 깔때쯤이면 커피도 마시고 담배도 다 핀 소대원들이 
ㅋㅋㅋㅋㅋㅋ ㅆㅂ 속도보소 ㅋㅋㅋㅋㅋㅋ거리며 내무실로 들어왔고, 
자판기 위를 더듬으면 200원 X 걸린 사람 수 만큼의 돈을 누군가 남겨놓기 마련이었다.




천성이 간사하고 남의 눈치 살피는데는 도가 튼 소인배같은 나는 내 맞고참이나 맞후임이 단독으로 걸려서 나를 지목하지 않는 한, 
그 눈치게임에서 잘 살아남는 편이었는데,(딱 한번 단독으로 걸려봄. 박수쳐야하는데 숫자외쳐서)
정통스트레이트곧은일직선같은 성격에 전형적인 두뇌없음파인 내 동기는 정말 잘도 걸려댔다.

다시 말했듯이 단독으로 걸리면 술래가 지목한 맞고참 1명, 맞후임 1명이랑 같이 벌칙수행이지, 
동기는 해당사항이 아니므로 나는 이 놈 덕분에 더 안걸리는것 같았다.
그냥 이 놈이 전반야나가지 않는 이상 나는 커피 한잔 쭈욱 마시고, 막사 뒤편에서 고참들한테 결산(...)받고 들어오는 편이었고,
동기는 또 걸리면 걸린대로 성실하게 벌칙을 수행하는 원칙주의자라, 
그 한겨울에 벌칙수행하고 나오면 온 몸에서 김을 뿜어내며 나오곤 했는데, 후임들은 그 모습에서 공포를 느껴야했다.
(나는 땀냄새난다고 놀리다가 동기에게 로우킥 맞음ㅋ 킥복싱하고 온 애라 제대로 맞으면 진짜 다리가 꺽임)




"아무래도 이건 아닌것 같다!!!"
그 즈음 사회에서는 눈에도 안들어오던...온열기에 들어있는 따듯한 병베지밀에 빠져 PX에 또 돈을 꼴아박던 그 겨울.
3일 연속 눈치게임 벌칙수행자가 된 동기놈은 사준다고 데려와놓고, 아. 지갑이 없네ㅋ라며 나에게 얻어먹고는 버럭 짜증을 냈다.

그 모습이 가히 오늘 하루 운수좋게 삼십원을 벌어놓고 술에 취해 기분이 오락가락하는 김첨지 꼴이었다.
얻어먹고 헤헤헤 처웃다가 갑자기 버럭 짜증을 내는 이 놈을 보고 
이봐 치삼이 그리 아줌마가 걱정이 되면 어서 집으로...야. 너 이런 대사할 여자친구없잖아. 라며 나도 짜증을 냈다.

"야. 넌 왜 맨날 안걸리냐???"
"뭐가??? 초소에서 자빠져자는데 너는 걸리고 나는 안걸리는거???"
"...뭐 그것도 있네. 그 눈치게임말이다."
"미친...왜 조증걸린 사람처럼 오락가락하나했네. 내가 잘하는게 아니라, 니가 졸라게 못하는거야."
"야이ㅆ...야 뭐 비결없어?"
"비결이 어딨어. 내가 먼저 콜해도 뒷번에 니가 걸리고, 그냥 있어도 앞에서 니가 걸리는데. 그래. 니가 비결이네."
그 말에 이 놈은 또 버럭하고는 눈 앞에 놓인 내 지갑을 확 나꿔채가더니 콘칩을 사와서는 잘먹을께.란 말도 없이 입에 털어넣고는 우적우적 씹으며 화를 삭힌다. 

입천장 다 까지겠군. 오늘 저녁 반찬 괜찮은건데...




"전달하겠습니다. 중대원들은 20시 30분까지 각 내무실에서 점호대기해주시기 바랍니다."
오늘은 다행히 일이등병들 집합당할 껀수없이 하루가 마무리되어가고 있어서 모처럼 소대 분위기가 훈훈한데다.

침상 건너편을 보니
이 게임의 벌칙수행랭킹 원투쓰리.

3개월째 이 게임에 참여하고도 아직까지 룰을 이해못하고 있는 병장 2호봉 심병장.
눈치게임룰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데, 369게임 룰을 이해못해 박수와 숫자가 동시에 튀어나오는 상병 3호봉 김상병.
그냥 바보. 내 동기. 
이 셋이 나란히 앉아있었다.

셋이 동시에 걸리나, 한 명이 단독으로 걸리나 
사실상 벌칙열외대상이 된 나를 비롯한 몇몇 인원들은 미리서 이따가 자판기커피사기 가위바위보를 할 생각에 부풀어 있었고,
소대내무실은 유가폭등으로 보일러 가동안하는 날임에도 훈훈하기 그지없었다.


그날 점호도 평소와 다를바없었다.
당직사관은 환자유무 확인하고 괜히 시덥잖은 이야기하고는 옆 소대로 넘어갔고,
병장들은 당직사관의 눈을 피해 슬쩍 뒤로 물러나앉아있고,
상병들도 슬슬 짝다리로 서며 다리를 풀었고,
나와 같은 일병들도 살짝 까딱거리며 다리를 풀었고,
이등병들이야 시선은 반대편 관물대 반합만을 쳐다보며 서있었다.
중간에 살짝 벌어진 커튼 사이로 불빛이 훅 비쳤다.
차량으로 투입하는 초소인원들이 교대하고 들어올 시간대였기에 특별히 신경은 쓰지 앉았다.
엔진소리가 조금 다른것 같다??? 이 정도???

"현재시간 20시 45분!!! 취침 후 30분 기상 전 30분 절대 유동병력없다!!! 각 소대별로 인화단결취침!!!"
"어우 ㅆㅂ 똥마렵다. 문닫고 나갈테니까 즐겨라. 으아아아아아아아!!!!!!"
매운거 먹으면 강제관장(...)당하는 연병장(성이 연씨라서 연병장ㅋ)이 바로 휴지를 꺼내들고 화장실로 내달리며 문을 닫았다.

"1!!!!!!!!!!!!!!!!!!!"
느닷없는 김상병의 시작.
"2!!!!!!!!!!!!!!!!!!"
기다렸다는 듯이 심병장의 바톤터치.
"짝!!!!!!!!!!!!!!!"
마치 강철의 연금술사의 에드워드가 호문클루스와 플라스크 속의 난쟁이를 상대할때 비장하게 연금술을 펼치는듯 손을 맞부딪히는 동기...

청소 전에 셋이 모여 뭔가 쑥덕거리더니 이런 역적모의를 하다니...

다들 벙쪄있는동안, 그 셋은 내무실복도로 뛰어내려와 서로 얼싸안으며 승리를 만끽했다.
"헉!!!! 4!!!!!!!!!!!!"
얼른 정신을 차린 내가 4로 빠져나갔고, 그 소리에 나머지 인원들도 서로 번호를 외치며 빠져나오는 순간...




승리의 환호성과 패배의 절망감에 동시에 휩싸인 내무실 문이 벌컥 열렸다.

당직사관은 지통실에 인원보고하느라 이 시간에 들어올리 없고,
장트라볼타라는 만성장염인만의 호칭과
장루이스라는 똥싸는 시간과 소변보는 시간이 같을 정도로 빠르게 싼다는 두 가지 타이틀을 
모두 획득한 아까 뛰어나간 연병장말고는 들어올 사람이 없다.

그랬어야 했다.
연병장이 들어왔어야 했다.



"와!!!! 연병장!!!! 드디어 우리 셋이 이겼슴다.....
소대차렷!!!!!!!!!!!!!!!!!!!!!! 충!!!!!!!!!!!!!!!!!!!!!!!!!!!!!!!!!!!!!!!!!!!!써!!!!!!!!!!!!!!!!!!!!!!!!!!!!!!!!!엉!!!!!!!!!!!!!!!!!!!!!!!!!!!!!!!!!!!!"
느닷없는 심병장의 우렁찬 경례.

누가 들어왔냐면, 뜬금포로 부대장님이 들어오셨다-_-




불시에 순찰을 나오신 부대장님을 태운 1호차 운전병아저씨는 평소처럼 본부와 그나마 제일 가까운 우리 중대로 향했다.
부대장님도 잠시 멍하니 계시다가, 야야. 경비중대는 지금 점호할건데...아니다. 여기가서 점호하는거 보고 다른데 가자.며 왔단다.
그 점호 중에 커튼 너머로 보이던 차량 불빛이 그거였다. 엔진소리가 다른데???라고 느꼈던 그 불빛.
우리 중대 두돈반은 멀리 움직이는 차량불빛을 보고 1호차네. 지금 가면 피곤하겠네.라며 집결지에서 워키토키켜놓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겨울이라 종종 점호시간에 들어오게 되는 경계근무교대인원들은 점호끝날때까지 밖에서 기다렸기때문에 행정반에서도 교대인원인갑지하고 있었고,
점호끝나고 탄받으러 나간 당직부사관은 부대장님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행정반은 난리가 났고 부대장님은 당직사관은 일단 인원보고해라.라며 상황판을 살펴보시었다.
행정반으로 난 문을 닫고 눈치게임을 하던 우리가 행정반에 부대장님이 오셨음을 알턱이 있나.

그렇게 상황판을 보시던 부대장님은 갑자기 환호성이 터져나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시었다.

평소같으면 이렇게 크게 소리를 지르지 않았다. 
얼른 나가서 커피마시고 담배핀다고 우르르 빠져나갔지.
그런데 제대로 이겨본적 없는 세 바보들이 초장에 던진 승부수가 먹혀서 너무 흥에 겨워서 소리소리를 질러대버린거였다.

저런 미친!!!!하고 당직부사관이 뛰어가려는걸, 둬라. 무슨 일이지???라며 부대장님이 직접 발걸음을 옮기시었고...



내무실로 들어오신 부대장님이 보신건 

맨발로 복도에서 껑충껑충뛰는 세 놈들.
부대에서 금지하던 내무실 침상 뛰어건너기를 하고 있던 몇몇 놈들.
나가서 불을 붙일거지만 실내에서 이미 담배를 물고 있던 병장들.
하필 그 와중에 걸린 놈들이 일이등병 세명인가 네명인가...그래서 걔네들만 침구류를 잡으려던 찰나.
(누가봐도 내무부조리로 볼 수 밖에 없는 상황ㅎ...재수가 없을라니까...ㅠ.ㅠ)
그리고 바로 하필 내 다음으로 "5!!!!!!!"를 외치고는 바로 스카이라이프를 켜서 성인영화채널의 광고방송을 시청하려던 비흡연자 김병장...

소대차렷!!!!충성!!!! 경례 후의 침묵을 
이제야 전원이 들어온 그 101번부터 107번 스카이라이프 성인영화채널의 나레이터가 
어느 불륜커플의 스토리를 열심히 설명하며 결제를 종용하며 깨고있었다.




그날 나는 중반야 근무라 얼른 도망칠수는 있었다.

하지만 4시간여의 중반야를 마치고 돌아오니 나머지 소대원들이 그제야 취침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리고 다음 날 우리 소대는 야간근무취침을 하던 중에 전원 중대장에게 불려나가
단독군장하고 앞에 총 한 상태로 하루 죙일 주도로를 뛰어다녔다.
그 한겨울에 이마에 소금이 맺힐 정도로 뛰어야했다ㅠ.ㅠ



그리고 우리 중대에서 눈치게임과 369게임은 영원히 봉인되었고,
한동안 소대 침구류를 병장들이 깔아야했다.
그리고 우리소대 스카이라이프도 한동안 봉인당했다...
출처 수양록과 별도로 적던 내 일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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