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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이 힘들다고 울면서 전화한 날
게시물ID : humorbest_127126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익명22342
추천 : 200
조회수 : 7934회
댓글수 : 4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6/28 00:53:59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6/27 23:55:58

가끔 전화해서 목소리듣고 싶어서 전화했다~ 하거나 혹은 오늘 좀 지치네 하고 툭 던지고 끊더니 이번에는 내가 여보세요- 가 끝나기전에 남편이 엉엉 울기 시작했다.

최근들어 일때문에 몸도 정신도 힘들어하던 남편이 터진거 같았다. 그냥 일 때려치고 오라니까 그래도 되냐고 되묻는게 짠했다.
태우면 한줌의 재가 될 돈뭉치보단 내옆에 남편이 백배만배 더 중요하니까 지금 당장 때려치고 오라고 했다.

사람이 맡은 일은 마무리 저야 한다며 하던 일을 끝까지 마무리 짓고 사장한테도 확실히 이야기 하고 저녁에 퇴근을 했다.
남편이랑 손잡고 나가서 외식도 하고 둘이 에스플라나드에 산책도 하고 커피도 한잔하고 집에 왔다.

뜬금없이 미안하다고 툭 내벹는 남편한테 뭐가 잘못한게 있어서 사과하냐고 물었더니 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 맺힐라 한다.
가장이라는 혹은 남자가 돈을 벌어와야한다는 프레임을 누가 내 남편한테 씌었는지는 모르지만 본인은 자기가 가장이 되어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것이 나한테 미안한 일인가 보다. 집안일도 더 많이 하면서 말이다.
 
늘 새벽4시에 일어나 늦잠 잘 만도 한데 일찍 인나서 아침밥차리기에 열중하고 있는 남편한테 모하냐고~ 나 오늘 오후 출근이니까 더 자자~ 하곤 늦게까지 늦잠도 잤다.

난 남편이 일그만두고 같이 있는 시간이 늘어나서 무척이나 좋은데 우리 남편도 그렇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남편이 일 안한다고 당장 길거리에 내몰리는 상황도 아니고 나도 일을 하고 있으니 좀 쉬라 했더니 귀신같이 어디서 인터뷰를 봤는지 수요일날 출근한다고 한다.

오늘도 남편 좋아하는 주전부리 사러 한인마트에 들렸더니 강냉이와 롱다리를 두고 심각하게 고민하길래 두개 다 사고 추가로 마카로니도 안겨주니 폴짝폴짝 뛴다.
이럴때보면 나이를 똥꾸멍으로 먹었나 싶기도 한데 남들앞에선 빈틈없이 치밀한 성격이 내앞에서만 유해지는거라 그 갭차이에 또 반하고 만다.


남편도 나도 이글을 읽은 모든 분들 그리고 모두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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