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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제 이름이 뭐게요?
게시물ID : humorbest_127156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추천 : 38
조회수 : 2141회
댓글수 : 13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6/28 18:22:47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6/28 13:2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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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우체국입니다. 최준길 씨 계신가요?]

[.]

택배 같은 건 시킨 기억이 없는데 우체국에서 나왔다고 한다.

[지갑 분실하신 적 있으신가봐요. 여기 서명해주세요.]

잃어 버린지 벌써 2-3개월은 된거 같은데 이제야 오다니

신용카드고 신분증이고 죄다 새로 만들었는데

조용히 글이나 쓰고 싶은 마음이었는데 햇볕을 보니 나가고 싶어졌다. 대충 챙겨들고 자주 가는 동네 카페로 향했다.



[안녕하세요?]

이 시간에 왠 여고생이 카페에 있나 싶었는데 어느새 내 앞에 서있다. 생글생글 웃으면서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나를 내려다본다.

[안녕하세요. 우리 언제 본 적 있나요? 강연 때 봤었나?]

지난달에 갔던 고등학교 강연에서 본걸까? 왠지 낯이 익다.

[제 이름이 뭔지 아세요?]

대뜸 본인의 이름을 물어본다.

[- 이지영? 명찰에 써있네요.]

[! 틀렸어요. 이건 엄마 이름이라구요.]

[엄마 교복이에요. 그럼?]

한 번 씩 웃고는 여학생은 말을 한다.

[다시, 다시. 내 이름이 뭐게요? 맞추시면 아저씨한테 내가 선물 줄 거 에요.]

이게 무슨 일이지? 종교 권유나 다단계 권유라고 하기엔 너무 이상하다.

점심시간이 막 지나 한적한 카페에 여고생이라니. 귀여운 맘에 장난질에 조금 장단을 맞춰주기로 했다.


[.. 수현?]

[!]

[지연?]

[! 오늘은 여기까지.. 내일 또 뵈요.]

싱글싱글 웃으면서 그녀는 가버렸다.



다음 날, 여학생의 모습이 보고 싶음 맘에 또 다시 카페를 찾았다. 같은 시간이 되자 이번에도 여고생이 내 앞으로 왔다.

[내 이름이 뭐게~?]

[.. 혜미?]

[!]


슬기, 미연, 지혜, 지민, 아영, 수민 벌써 5일 째, 그 여학생은 자기의 이름을 물어왔고 난 대답했지만 틀렸다

다른 말을 해볼까 했지만 하루 3번의 기회에 못 맞추면 그녀는 돌아가버렸다.


주말 동안 이런 저런 일로 못가고 월요일이 되어 난 다시 카페로 향했다. 어김없이 같은 자리엔 그 여고생이 있었다.

[주말엔 바빠서 못나왔었어. .. 괜찮아? 몸이 안 좋아 보이는데?]

혈색이 안 좋아보이는 모습을 하고 여고생은 나에게 물었다.

[...제 이름이 뭐게요?]

[..서현?]

갑자기 테이블을 쾅하고 치고는 퀭한 눈으로 날 바라본다.


[그래.. 그래. 서현 서현이였어..]

[? 무슨 소리야?]

대답도 하지 않고 여고생은 카페를 빠져나갔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다.



그 후로 여고생이 보고 싶은 맘에 같은 시간 그 카페를 찾았지만 그 학생은 한 번도 나타나지 않았다.



 

6개월 뒤.

 

[우체국입니다. 최준길 씨 계신가요?]

뭐지? 택배 같은 건 시킨 적이 없는데.

[여기 서명해주시면 되요.]

보낸 사람 , 최서현

박스를 열자 밀폐용기 하나와 편지가 들어있었다.

[당신이 정해주신 소중한 이름으로 태어난 아기입니다.]

떨리는 손으로 밀폐용기를 열었다.

밀폐용기 안엔 탯줄도 끊어지지 않은 핏덩이가 썩는 냄새를 풍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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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는 사람이 없어도 돌아가는 텔레비전에선 자극적인 뉴스거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안타까운 소식입니다. 오늘 오전 학교 옥상에서 투신한 여고생이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끝내 사망했습니다. 부검 결과 여고생 L양이 얼마 전 출산을 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요. L양의 사물함에서 발견 된 유서에서는 강간을 당했었다라는 사실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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