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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취향 급소름주의) 발자국을 남기지 마라3
게시물ID : humorbest_128718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빅킹오징어
추천 : 18
조회수 : 2647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7/30 17:15:57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7/30 11:01:32

...


머리를 둔탁하게 내려치는 그놈의 한 마디에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이명이 온 것인지


삐~ 소리 외에 아무런 소리도 안 들리더군요


그러고 보니 어제 새벽 갑자기 이곳을 벗어나기까지 영진이의 행동이 폴라로이드 사진처럼 지나쳐가더군요

경계심을 가지고 최 후방에 서 있던 것도 다름 아닌 그 녀석이었고..


사실 최 전방에서 걷던 남성 두분 보다 이단아 커플을 선두로 보내자는 의견 또한 영진이가 주도했거든요



이 외에도 여러 가지 퍼즐이 조각이 모여 하나에 그림이 완성되는 듯 눈앞에 여인이 피 칠갑을 한 귀신처럼 보였습니다.


저도 모르게 전화를 받으며 그녀를 쳐다봤습니다.


하늘을 바라보는 듯 고개를 쳐들고 흰자위를 내놓고 웃는듯한 표정으로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미친 듯이 빠르게 중얼거리더라고요





때마침 영진이가 육두문자를 섞어 소리치지 않았다면 저는 그 상태로 정신줄을 놨을지도 모릅니다.


정신 차려 이 새끼야! 지금 그 여자 어딨어? 전화기 들고 자리 좀 피한다고 말하고 거리 좀 떨어지면 이야기해줘

나도 지금 그쪽으로 가고 있으니까

병신처럼! 어버 거리지 말고 새끼야!




어... 어...


조심스레 그녀를 피해 자리를 옮기려던




수화기 너머로 대화 내용을 들은 건지 그 순간 여자가 제 손을 잡는 겁니다

여자 혼자 두고 어딜 가시냐고 매너가 있네 없네 운운하면서 자신과 떨어지는 걸 허락하지 않더군요

평소에 여성분이 이런 으스스 한 곳에서 이렇게 말했다면 몰라도

이미 저는 그녀를 사람이 아니라 단정 지었기에 그녀의 모든 말에 겁부터 집어먹었던 거 같습니다.



전화를 끊지 않은 상태였기에 영진이 녀석이 상황을 파악한 건지 다급하게 그녀를 바꿔 달라 하더군요



2~3분여 간 그녀와 영진이가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는데

통화가 끝난 것인지 그녀가 저에게 휴대폰을 주더군요

아직 통화가 가고 있는 걸 봐선 영진이 녀석이 저에게도 할 말이 있나 보다 하고 서둘러 받으려던 와중

그녀가 갑자기 통화를 끊더니
웃는겁니다.

관자놀이부터 시작해서 온몸에 소름이 끼치더군요

다리에 힘이 빠져 흉한 모습으로 자리에 털퍼덕 주자 앉아 버렸습니다.


그녀가 그런 저를 보며 쪼그리고 앉아 양팔로 본인 무릎을 감싸앉으며 말하더군요



친구분이 이리로 오신대요 조금만 기다리면 오신다니까 그 안에 후딱 돌아보고 나오죠




떨어지지 않는 입술로 싫다고 말하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전부였습니다.


이럴 시간 없다고! 씨발!



덥석 제 손목을 낚아챈 그녀가 가녀린 몸으로 저를 질질 끌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려는 겁니다


사자 앞 생쥐처럼 온몸이 굳어 저항할 수 없었다 치더라도

90킬로에 육박하는 성인 남성을 손목만 잡아 끄는 게 가능한 건지..
 
 
끌려가는 와중에 그녀는 쉬지 않고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하는데 테이프를 빨리 감는 것처럼 빠른 속도로 중얼중얼 거리더군요

그중에 욕설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섞었는데 한국말 같진 않았습니다.


공포에 사로잡혀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있는 저는 이대로 죽는구나 싶더라고요

갑자기 전화가 끊어졌는데 영진이 녀석이 다시 연락하지 않는 걸 보면 아마도 이곳에 급하게 오려고 하는가 보다 생각했지만

지금 당장 이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면 녀석을 만나 보기도 전에 끝나겠다 싶었습니다.


온몸에 힘을 줘서 버텨보았지만 시간만 지연시킬 뿐 건물과 가까워지는 것은 어쩔 수 없었습니다.

이런 상태라면 얼마 못가 건물 안으로 끌려갈 텐데 뭔가 제 마음속 한 곳에서 현관 안으로 절대 들어가면 안 돼! 외치는 거 같았죠

진짜 살면서 그렇게 힘을 써본 적이 없었던 거 같습니다
 

뭐라도 하지 않으면 죽는다 싶은 지경에 이르러 저는 주머니를 막 뒤져보기 시작했습니다

여자친구와 재미 삼아 봤던 점집에서 산 싸구려 부적이라던가 절실한 크리스천인 여자친구가 선물해준 커플용 묵주라던가

개중 하나만 있더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어 주머니에 있던 쓰레기들까지 모두 꺼내어 던졌습니다.

뭐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나오는 족족 던지니 그녀가 걸음을 멈추고 뒤돌아 보더군요


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키킼


저는 바닥에 누워 그녀를 올려다보는 상태였는데

내려보고 있던 그녀가 허리를 숙이고 막 웃는 겁니다

살면서 사람이 웃는 모습을 보며 소름이 돋긴 처음이었습니다
저도 모르게 으어어! 소리치게 되더군요

이리 내놔!!


뭔지는 모르지만 미쳐 던지지 못하고 꽉 쥐고 있던 종이를 갑자기 뺏더니 미친 듯이 찢으면서 좋아하더군요


이때다! 지금 도망치지 않으면 죽는다! 싶어 벌떡 일어나 미친 듯이 뛰었습니다


젖 먹던 힘까지라는 말이 무엇인가를 느낄 만큼 말 그대로 진짜 젖 먹던 힘까지 쥐어짜 차가 서 있는 곳까지 뛰었습니다


뒤를 돌아볼 여유도 없었습니다


미친 듯이 달리면서 주머니를 뒤져봤는데 아무것도 잡히는 게 없는 겁니다.


이런 미친! 씨발!! 차 창문으로 달려오는 그녀가 보이니 마음이 조급해져 더 못 찾겠는 겁니다.


그 순간 아차 했습니다. 조금 전 정신없이 그녀에게 물건을 던질 때 그 안에 차 키 또한 포함되어 있었던 거죠


이 나이에 글이라도 말하기 창피하게 .. 아니 그 상황을 겪는다면 누구나 그럴 것이라 생각합니다

제 자신을 원망해봤자 건물 앞에 떨어진 차 키가 다시 주머니 속으로 들어오는 것도 아닌데 하염없이 울었습니다




영진아!! 영진아!!!!!!!!!! 이 개X끼야! 빨리와!!!!!!!!!!!!!!!!!!!!!!!!!!!
 
출처 빅킹오징어 먹물 속 박테리아 손톱 안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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