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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 아마4단 문재인
게시물ID : humorbest_12871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얼굴평가단
추천 : 72
조회수 : 5921회
댓글수 : 1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07/30 17:45:22
원본글 작성시간 : 2016/07/30 16:35:49
29일 한국기원 2층 대회장에서 열린 국가대표 명사초청 특강에서 문재인 전 대표는 ‘나의 삶, 그리고 바둑’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가졌다.

문재인 전 대표는 바둑과, 등산, 알파고, 제4차 산업혁명 등에 관해 얘기하면서 “인공지능이 발전해도 바둑의 가치는 줄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100여 명이 참석한 이날 특강은 국가대표 목진석ㆍ홍민표 코치와 국가대표 김지석 9단, 상비군 이어덕둥 초단이 문 전 대표에게 질문에 나서는 등 1시간 동안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특강 후 국가대표 최명훈 코치는 문 전 대표에게 국가대표 선수들의 휘호가 들어간 바둑판을 선물로 증정하며 고마움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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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보니 법조인 시절 작은 대회에서 우승한 이력도 있네요 
역시 문무를 겸비한 사람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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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예전 인터뷰


― 바둑은 언제 배우셨는지?

▲ 우리 세대는 어릴 적 동네에서 어르신들이 둘러 앉아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었다. 아이들은 어르신들이 두는 것을 어깨 너머로 보고 배우는 것이 보통이었다. 성년이 된 뒤에는 <월간바둑>을 정기구독하면서 거기에 실린 기보를 복기하면서 연습했다. 조훈현 9단과 서봉수 9단의 대국을 많이 복기했던 것 같다. 2차 술자리는 잘 안 가는 스타일이고, 별다른 약속이 없으면 집으로 돌아와 기보를 보면서 명국을 복기해보곤 했는데, 그게 실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 기력은?

▲ 아마4단인데, 바둑을 자주 못 두어 실력이 줄었을 것이다. 

― 바둑 스타일(기풍)은?

▲ 나는 법률을 전공해서인지 매사를 논리적으로 검토하고 결론을 내리는 편이다. 이런 스타일이 바둑에도 반영되는 것 같다. 행마를 할 때, 상대방의 대응을 ‘플랜 1, 2, 3…’ 식으로 따져보고, 거기에 대한 대책이 마련되면 최종 착점한다. 직관적으로 두기보다는 논리적으로 따지는 장고형 바둑에 가깝다. 

― 요즘 바둑 둘 시간이 있으신지…^^?

▲ 바둑판 앞에 앉아 본 것이 10년쯤 된 것 같다. 10년 전, 청와대에 들어간 뒤부터 한 번도 두지 못했다. 과거 변호사 시절, 바둑 친구와 어울렸던 시간이 많이 생각난다. 한참 열심히 둘 때는 변호사 사무실 사람들과 자주 어울렸다. 또 예전에 부산일보사가 명사초대전에 초청해 주어 나간 적이 있다. 당시 기보가 부산일보에 실렸다.

― 재미있는 추억이 있다면?

▲ 10여 년 전쯤, 지인 4~5명과 추자도 근처 무인도로 여행을 간 적이 있다. 낮에는 낚시를 하고, 밤에는 야영을 했다. 그때 텐트 안에서 바둑을 두었다. 주변은 불빛이 없어 칠흑같이 어두웠다. 각자 머리에 등산용 헤드랜턴을 쓴 채 휴대용 바둑판으로 대국을 벌였다. 밤바다는 연신 파도가 철썩거리고, 밤하늘에는 별이 총총 빛났다. 칠흑 같은 어둠 속에서 두 줄기 헤드랜턴 불빛만이 맹렬히 움직였다. 지금껏 그때처럼 우주적이고, 낭만적인 바둑을 두어본 적은 없었다. 재미있는 것이…… 헤드랜턴을 쓰고 있었기 때문에 바둑판 위에 불빛이 비추는 곳을 보면, 상대방이 어디에 수를 보고 있는지 알 수가 있었다. 워낙 피곤해서 꾸벅꾸벅 졸면서 두다가 1승1패하고 곯아떨어진 기억이 난다.” 

― 좋아하는 프로기사나 기억하고 있는 명국이 있다면?

▲ 조훈현 9단은 ‘제비’라는 별명처럼 행마가 빠르고 현란해서 감탄한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서봉수 9단은 ‘잡초류’라는 별명처럼 밟아도 밟아도 되살아나는 질긴 생명력이 인상적이다. 특히 순수 토종기사라는 점 때문에 내심 열렬히 응원했다. 1993년 5월에 있었던 잉창치배 결승에서 서봉수 9단이 일본의 오다케 히데오 9단을 3 대 2로 누르고 우승했을 때는 정말 짜릿했다. 이미 1회 잉창치배에서 조훈현 9단이 우승해 한국 바둑이 세계 최정상임을 증명했지만, 서봉수 9단의 우승은 이른바 순국산 기사의 우승이라는 점에서 더욱 뜻 깊었다고 생각한다.”

― 바둑의 좋은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 

▲ 복기를 통해 자신의 잘못을 되짚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복기를 하다보면 자신이 왜 그런 착점을 했는지, 더 나은 대안은 없었는지 반성할 수 있고, 이런 반성이 쌓이다 보면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수 있다. 또 복기가 가능할 정도로 자신의 대국을 다 기억하려면 매순간 최고의 집중력을 발휘해야 한다. 최고의 집중력으로 한 수를 찾는 식으로 행마의 자기근거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이후 복기가 불가능하다.

― 정치권에는 바둑용어도 적지 않고 정치인 중에 바둑을 좋아하시는 분도 많은데, 바둑과 정치의 닮은 점이 있다면?

▲ 바둑 속언인 ‘아생연후살타(我生然後殺他)’ 같은 말은 정치현실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남의 대마 잡을 궁리만 하면 결국 자기 대마가 잡히고 마는 것처럼, 정치를 할 때도 항상 자신의 스탠스를 탄탄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기가 할 수 없는 것에 대해 공치사하거나, 상대방의 약점만 물고 늘어지기보다는 우선 자신의 내실을 다진 뒤에 기회를 노려야 한다. 자기관리를 철저히 하고, 항상심(恒常心)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생각한다. 또 ‘소탐대실(小貪大失)’이라는 말은 바둑판과 정치판에서 불변의 진리다. 작은 이익을 탐하다가 대사를 그르치는 법이다. 정치를 할 때도 항상 소탐대실의 교훈을 명심하면서 자신을 비운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바둑팬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 가로세로 19줄의 반상 위에서 펼쳐지는 바둑의 묘수는 무궁무진하고, 변화무쌍하기 때문에 최후의 순간까지 승패를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바둑을 지배하는 원리는 매우 단순하다고 생각한다.

첫째, 바둑의 세계는 평등하다. 연장자에게 백돌을 건네는 최소한의 예의만 지킨다면, 어느 누구도 한꺼번에 두 개의 바둑알을 놓을 수 없다. 기력이 낮은 사람도 몇 점 접바둑을 두는 방식으로 고수와 평등하게 겨룰 수 있다.

둘째, 바둑은 공정하다. 꼼수나 상대방의 실수로 가끔 이득을 볼 수는 있지만, 최종 승패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대국자의 실력이다. 실력 외에 어떤 것도 통하지 않는다.

셋째, 이처럼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으로 결정되는 최종 승패의 결과는 매우 정의롭다. 또한 대국에서 패했더라도, 언제든 재도전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바둑의 세계가 보여주는 이런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내가 주장하는 ‘사람이 먼저인 나라'의 모습이기도 하다. 여러분과 함께 바둑의 세계처럼 정의로운 나라, 패자부활이 가능한 나라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추자도 근처 무인도에서의 야영과 심야대국의 정경이 스르르 그려진다. 해발 제로, 가장 낮은 곳에서, 칠흑의 밤바다와 파도소리와 바람소리 속에서, 총총한 별빛 아래에서 두었던 바둑. 우주적인 바둑이었다고 이름을 붙일 만하다. 그렇잖아도 추자도는, 4개의 유인도와 38개의 무인도로 이루어진 추자군도인데,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42개의 그 모양이 바둑판에 포석을 해 놓은 것 같다고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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