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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조카의 순수함을 지켜주기로 했다.
게시물ID : humorbest_131545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74
조회수 : 6976회
댓글수 : 1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10/01 21:43:12
원본글 작성시간 : 2016/10/01 13: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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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바로 위 사촌누나와도 나이차가 꽤 나는지라,
사촌조카들 중 막내는 벌써 중1이다. 

애기때는 서울과 지방에 살아 본적없고,
내가 서울로 상경하고나서,
혼자사는 사촌동생이라고 누나들이 들락날락하며 (귀찮게) 챙겨들줄때
같이 따라오다보니 애들이랑도 다 친해졌다.

나는 이 아이들에게 "당숙"이라고 불려야하지만,
당시에는 제일 큰 애도 초딩이던 시절이라,

"당슉??? 우리 탕슉먹고싶어~"

라며, 내 지갑만 축내어대서 
포기하고 그냥 "삼춘"해주기로 했다.

당시에는 최신기종 플스2가 내 자취방에 있어서 애들은 종종 학원빼먹고 
비밀번호따고들어와서 철권이며 니드포며 귀무자며 진삼국무쌍이며 위닝을 하고...
방청소 안하고 가곤했다-_-...

이것들이 학원빼먹고 내 자취방에 놀러온다는걸 알게된 누나들 덕분에,
남들은 열쇠자물쇠에서 오토도어락으로 바꿀때,
나는 오토도어락에서 열쇠자물쇠로 바꿔야했다.
당시 집주인할머니가 엄청 까탈스러운 양반이었는데, 큰누나가 어찌어찌 구워삶아놓았는지 암말도 안하더라.




지금은 학업에 사춘기에 뭐에 해서 예전같이 살갑진않은데,
위에서 말한 중1짜리 막내는 여전히 꼬마때처럼 살갑게 대한다.

큰집에서 막내손녀에
작은 누나집에서도 막내포지션에
작은 누나집 큰애가 공부를 엄청 잘하고 똑부러지는 애여서
막내는 자기하고싶은거하고 착하게만 커다오.하며 키우는 애라 상큼발랄하기 그지없는 애다.
우리 막내를 본 팀장님 말에 의하면,
"만화에서나 그려져나오는 막내딸 이미지."란다.

다른 조카들은
"어. 삼춘. 안녕."
"ㅇㅇ."
"문상줘."
"꺼져."
가 사내놈이고 계집아이고 이게 인사인데,

우리 막내는 나보면 삼추우우우우우우우우운~~~~~!!!!!!!!하고 달려와서 벌처럼날아 벌처럼 안겨들어 내 허리를 활처럼 휘게 만드는 애다.
전에 길거리에서 한번 준비안하고 받았다가 진짜 허리 한번 나갈뻔한 이후로는 준비해!!!라고 경고는 해주는데...
아직도 지가 6~7살때 꼬마인줄 알고있어 퍽 곤란하다.

그래도 그 나이되도 삼촌삼촌~하고 문상달란 소리도 안하고 앵겨붙으니 
달라고 말안해도 야. 책값은 엄마한테 달라하고 이걸로 뭐 사먹어.라고 세종대왕이 한번씩 절로 나오게하는 애다.





그러다 저번에 큰집가서 밥을 먹게 되었다.

사촌누나들이랑 나이차가 많이나서 큰집에서 나의 포지션은 여전히 꼬꼬마인데,
지금도 큰엄마는 어릴때 매운거 못먹어서 고생하던 나의 기억이 있으셔서,
김치 손으로 죽죽 찢어 물에 행궈서 내 밥숟가락에 얹어주신다-_-...내 나이 30대건만...
소세지도 구워주심...삼겹살에 비계 못먹었다고 지금도 주로 목살구워주심...이제 그런거 안가려요...
남들은 커피타주고...나는 지금도 아이스크림 나옴...사과갈아줄까?는 그냥 레퍼토리임.

어째 애들은 없고 매형들이랑 누나들만 있어서 얌전히 밥먹고 앉아있자니,
"처남~우리 막내딸 안와서 심심해서 어째~"
하고 작은 매형이 그런다.
ㅋㅋㅋㅋㅋ 웃어버리고, 아직도 허리에 붙이고 다니는 파스를 보여주자 다들 빵터져버렸다.

"우리 막내가 다른 친척들한테는...장모님말고는 막 그렇게 안 앵기는데 처남한테는 살갑게 대해."
"이상형이 나같은거면 그것도 큰일인데..."
"바르고 고운것만 보다가 못난거 보니까 신기한가보지."

바로 우리 엄마한테 이를뻔했다.
엄마!!! 누나가 엄마아들 못생겼대!!!
(우리 오마니 : ㅇㅇ. 너 못생김.)

"아. 그거, 우리 막내가 그러는데 삼촌은 막 장난치고 물건망가뜨려도 화안내서 그러는거랬어. 삼촌은 그런면이 좋대."
"에에? 예전에 우리 애가 컴퓨터 망가뜨렸을땐 엄청 화내던데???"
"그건...3일밤새가며 만든 기획안. 지 게임깔고 뭐하다가 날려먹어서 그런거아뇨...
수리비만 30들었어. 줘. 이런말까지 들으면서 내가 내줄 이유가 없지...
...아닌데...나 막내한테 혼낼거는 혼내고 그러는데????"






플스2가 질려서 플스3로 갈아탔을때였다. (용과 같이3 가 나와서 어머!!! 이건 사야해!!!하고 질렀음.)
조금만 더 기다리면 가격도 떨어지고 패키지도 있고 그럴건데, 성질급하게 내질러버렸다.
게임하느라 밥먹을 시간없을테니, 식비로 충당하면 된다는 미련한 생각으로 질러버렸다.

삼촌 또 게임기질렀다.고 소문이 퍼져서 주말에 내가 해야하는데 이것들이 아침부터 건너왔다.

"니들 밥은?"
"안먹었어!!!"
"....식비아껴서 산건디;;; 하고들 있어...밥할라니까...쿵쾅거리지마. 아랫집에 무서운 아저씨 산다.(회사후배 아래층에 이사옴.)"

아침에 지 오빠나올때 엉겁결에 따라나온 막내는 보니까 눈곱도 안떼어져있었다.
"아이구야...쌀씻는것보다 너 세수 먼저 시켜야겠다...
이러고 다니면 사람들이 흉봐. 너는 얼굴예쁘니까 세수만 잘하고 다니면 돼.
둘째야. 막내 세수 좀 시키고 머리 좀 묶어줘라."
"잠깐만. 내 차례야."
"못된 언니일세-_-...가자."

막내세수시키고 코 킁!!! 옳지. 잘한다. 가서 언니오빠들이랑 놀아라.하고 풀어줬는데...
짬딸리는 막내라 턴이 언제 돌아올지몰라 쌀씻고 찌게끓이는 내 옆에 달랑달랑 붙어다닌다.

"야. 걸리적거려. 저리가서 놀라니까?"
"안놀아주는걸?"
"그렇다고 내가 부엌칼들고 칼춤추며 너랑 놀아줄수없는 노릇아니냐...그래...이거 계란찜하게 계란 좀 깨줘. 저번에 갈켜줬잖아."
"네!!!!"

야. 막내는 삼촌도와준다고 이러고 있는데 니들은 어후...하고 다 포기하고 식사준비 하다보니 
아랫층 후배한테 "거 좀 조용히 좀 합시다ㅋㅋㅋㅋㅋ"하고 문자도 오고 떠들썩한 주말 아침이었다.




"야. 밥 다됐다. 게임꺼. 밥상펴."
"응!!!"
"우와!!! 맛있는 냄새!!!"
"삼춘밥은 냄새만 좋아. 맛은 없어."
"야. 넌 먹지마."
"농담이야. 삐치긴."
"뜨거우니까 조심히 날라. 계란찜 큰거는 막내꺼야. 막내가 계란깨줬는게."

막 그러다가 남은 누룽지밥...결국 내 밥...긁어다가 밥상으로 가니 
내 플스3가 아직도 방바닥에 굴러다닌다.

"야. 저거 치워야지. 방도 좁은데 앉을데없잖아."
"내가 치울께!!! 내가 치울께!!!"

언제나 삼촌편이자, 게임은 하는건 좋아하는데 잘하지는못해서 턴 돌아와도 3분 이상 못하고 언니오빠들한테 턴이 넘어가버리고, 
너 만지면 너가 다치거나 고장날것같으니까 오빠언니보고 해달래자래서 듀얼쇼크말고는 만지지도 못하는,
하필 그때 제일 가까운데 앉아있던 막내가 이때다 싶어 
듀얼쇼크 막 꽂혀있어 선이 엉클어져있던 플스3를 번쩍 안아들고는, 3발자국도 못가서 전원케이블에 걸려 넘어져버렸다.




플스3가 부서질때 무슨 소리나냐면 진짜 "우지끈 와장창"소리나더라.
우지끈은 실제로 부서지는 소리.
와장창은 내 멘탈이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여지없이 따라들리는 우와와아아아아앙!!!!하는 막내의 울음이 터져버렸다.

내가 우려했던 광경.
너가 그거 만지면 너가 다치거나 고장날것 같다.던 그 광경이,
진짜로 눈앞에 펼쳐졌다.




아랫층에 있던 후배가 놀라 뛰어올라올정도로 제대로 부서져버렸다. 내 멘탈도.

그래도 이성보다 본능이 더 먼저인 사람이라, 얼른 막내 안아들고 어디봐 어디 안다쳤어?하고 챙겨야했다. 
누가 나도 좀 챙겨줬으면...

후배는 자기 방에서 조카들 밥을 먹이겠다며 밥상 그대로들고 애들보고 따라오라고 했다.
삼촌괜찮으니까 울지말고, 여기 삼촌따라가서 밥먹고있어. 이것만 치우고 내려갈께. 야. 막내데리고 내려가.




산지 10일...바빠서 개봉도 못하다가 개봉한지 3일...키류와의 만남...채 1장도 못깻건만...



어. 누나. 애들 우리집에. 응응. 밥먹이고 있어. 괜찮아. 혼자먹는것보다 떼로 먹으니 즐겁네. 
이따가 데리러올거지? 아. 지금? 응응. 반찬 저번에 준거 아직도 많이 남았어. 안줘도...장조림??? 가져와. 
어. 1시간 뒤에? 미장원이시구만? 여기 큰누나네랑 형네 애들도 있으니까 한방에 데려가. 

마침 우리 애들 거깄니???라고 전화온 누나한테
차마 플스값내놓으라고 말도 못하고 묵묵히 치우고 밖에 나가 담배 한대 태우고 올라갔다.
내 누룽지밥...후배가 배고파서 다 먹어버렸다...아니...이 쉐키가????





아~막내 그래서 나한테 그렇게 살갑게 대하는거야?

아니다. 오해다.
나는 조카가 소중한 게임기를 박살내도 애가 그럴수도 있지.하고 넘어가는 부유하고 너그러운 삼촌이 아니라,
이거 수리비 얼마나 나올까. 견적뽑느라 멍때려서, 애한테 화 낼 타이밍을 놓쳐버린 멍청이에 불과했다.

ㅇㅇ. 혼이 나가 어버버한거였는데, 
애는 그거보고 삼촌이 어른스럽게 용서한건줄 알고 있음.

아니야...지금도 그때 생각하면 자다가도 벌떡 깨...

그 말을 들은 큰엄마는 또 그거 얼마냐. 큰엄마가 돈줄께 새로 하나사거라!!!라시는데,
아니예요. 플스4 진작에 샀어요. 그 돈으로 고기구워주세요.라고 넘어갔다. 으흐흐. 고기다 고기. 니쿠다 니쿠.





수리비는 차라리 새로 하나 사는게 나을정도로 더럽게 비싸게 나와서 포기하고,(렌즈부터...안에 그냥 다 나감.)
아랫집가서 회사후배꺼 들고와서, 내 플스돌려주라고!!!!라며 문을 쾅쾅 두드리는 후배의 외침과 카톡 전화 다 무시하며,
키류의 사나이인생을 처음부터 다시 시작했다.




우리 막내가 크면 언젠가 "하루카"처럼 저렇게 중학생이 되겠지.라고 생각하며 눈물을 흘리며 용과같이3를 했었는데,
문득 생각해보니 막내가 벌써 중학생이다. 헐.




누나한테 사연을 들으니...

막내커서 취직하면 (진짜로)받으려고했던 
플스3기계값과 그때 안에 들어있던 위닝일레븐값 + 멘탈위자료...의 청구권을 포기하고,
사촌조카의 순수함을 지켜주기로 했다.

눈물을 머금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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