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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집회에서 동창을 만난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13362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성성2
추천 : 72
조회수 : 4159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6/11/16 14:00:00
원본글 작성시간 : 2016/11/16 11:5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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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11월 5일 촛불 집회는 직접 참여하지 못하고 집에서 뉴스로 보고 있을 때 옆에 있던 삼삼이가 폴짝폴짝 뛰며 외쳤다.
 
"와!! 생일 파티한다!! 생일 파티한다!!"
 
"삼삼아 생일 파티 아니야 저건 촛불 집회야.."
 
"아니야.. 생일 파티야!!"
 
3살 아이를 앉혀 놓고 대통령이라 부르기도 부끄러운 그 사람의 하야를 촉구하는 집회라고 설명하고 있을 때 와이프는 그 모습을
흐뭇하게 바라보며
 
"아이가 이해할 수 있게 쉽게 설명해야지.." 그리고 내가 "그럼 네가 3살 아이가 이해할 수 있는 수준으로 친절하고 알기 쉽게 설명해봐.."
라 했을 때 와이프는 아! 밥할 시간이다. 그리고 우리 집에서 지식 전달은 아빠의 몫이다.. 라며 조용히 자리를 비웠다.
 
11월 12일 아직도 촛불 집회를 생일 파티라 굳게 믿고 있는 삼삼이를 데리고 종로로 향했다. 마음속으로는 이번 주는 촛불 집회이지만
다음 주에는 제발 하야 파티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삼삼이는 뭐가 그리 신났는지 혀 짧은 목소리로 생일 쭉하합니다~ 라는 노래를 계속
부르고 있었다. 종각에 도착했을 때 이미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 많은 사람이 "생일 축하합니다!" 를 외칠 거로 생각했던
삼삼이는 다른 모습에 충격을 받았는지 아니면 태어나서 처음으로 본 인파의 물결에 충격을 받았는지 겁을 먹고 엄마에게 안겨 계속
"집에 가자.. 집에 가자.." 라며 울고 있었다. (나중에 와이프에게 들었는데 삼삼이는 사람이 너무 많이 모여 있어 겁을 먹었다고 했다.)
 
와이프는 내게 "오빠라도 꼭 참여해. 오늘 늦더라도 이해해줄게.." 라며 혼자 나를 남겨두고 어쩔 수 없이 집으로 향했다.
결국 나 혼자 사람들을 따라 광화문 쪽으로 향했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 이후로 처음 참여하는 집회였지만 그때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광화문 교보 근처에 잠시 멈춰 앉아 있는데, 내 근처에 앉아 있던 어떤 아저씨가 내게 말을 걸었다.
 
"혹시 성성씨 아니세요?"
 
"어.. 맞는데.."
 
이 아저씨 누구지. 초면인 거 같은데 어떻게 내 이름을 정확하게 알았을까.. 라고 생각했을 때 그 아저씨는 자신의 정체를 고등학교 동창이라
밝혔다.
 
"이야.. 맞구나 긴가민가 싶어서 아까부터 말을 걸어볼까 했는데 어떻게 너는 고등학교 때랑 하나도 안 변했냐!!"
 
"미치ㄴ놈아 박근혜 지지율처럼 5%밖에 남지 않은 내 이마의 머리숱을 보고도 그딴 말이 나오냐.." 이렇게 하고 싶었지만, 문제는 난 이 아저씨
아니 이 녀석의 이름이 전혀 기억나지 않았다.
 
"아.. 그런가.. 고마워.. 너도 오늘 집회에 나왔나 보구나..."
 
"그럼.. 우리 가족 다 같이 나왔지. 애하고 애엄마는 잠깐 서점에 갔어.."
 
"아.. 우리 애는 아직 어려서 사람이 많이 모여 있는 걸 처음봐서 무서웠나 봐. 자꾸 집에 가자고 해서 어쩔 수 없이 집에 갔어.."
 
"이야.. 이게 몇 년 만이냐..."
 
고등학교 졸업하고 처음 보는 나를 보고 반가워하는 녀석에게 "실례지만 너 님의 이름은 뭐예요? 풀네임 공개가 어려우면 초성이라도.." 라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녀석과 지금 사는 이야기, 그리고 길라임 욕을 찰지게 할 때도 내 머릿속에는 "이 녀석의 이름이 뭐였더라..." 라며
지난 고등학생 시절 친구들의 이름을 떠올리며 두뇌 풀가동을 하고 있었다. 여러 이름이 내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곽만근? 아니야.. 그건 점심에 들렀던 갈비탕집 이름이야.. 김** ? 이건 우리 사장님 이름이고.." 도무지 녀석의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때 녀석이 이제 서점에 있는 가족에게 가봐야겠다며 다음에 기회가 되면 술이나 한잔 하자고 하자며 내 연락처를 물었다.
내 전화번호와 이름을 자연스럽게 저장하는 녀석을 보며 내가 녀석의 이름을 입력하는 순간이 왔을 때 어떻게 하지.. 라고 고민할 때
순간 번득이는 생각이 났다.
 
"내가 지금 네 말이 잘 안 들려서 그런데 네가 직접 내 전화기에 입력해줄래?" 나의 연기는 상당히 자연스러웠다.
 
녀석은 흔쾌히 내 전화기로 자신의 번호와 이름을 입력했다. 한 글자씩 입력되는 녀석의 이름을 보면서 "아.... 이 녀석이었구나.."
라며 녀석의 이름을 부르며 다음에 꼭 술 한잔하자고 약속했다.
 
다음에 녀석과 술자리가 생기면 잊지 않고 녀석의 이름을 불러줘야겠다. 그럼 녀석이 나에게로 다가와서 꽃이 되는 건가.. 덜더덜..
 
출처 석규야..
만나서 반가웠다.
내 대가리가 잠시 근라임 같았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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