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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동생이 알려준 산타할배의 정체.
게시물ID : humorbest_13794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철전열함
추천 : 54
조회수 : 6613회
댓글수 : 7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2/09 17:47:19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2/07 23:35:22
예전같으면 서울사는 큰사촌오빠 차소리만 들려도 
오라버니 오셨수??? 꺄르르르륵~하며,
맨발로 뛰어나오던 나와 24살, 28살 차이나는 사촌동생들이
요즘에는 어째 날 봐도 영 시큰둥하다. 

오빠왔어? 자. 이리와서 놀아줘봐. 웃어는 드릴께.

내가 니들 웃길려고 서울에서 이 시골구석까지 장거리운전하고 내려온줄 알아??? 앙???
하고 두 자매를 양팔에 하나씩 끼고 들어서 이리빙글저리빙글하고 돌려주면 그제야 꺄르륵 웃는다.

나도 예전에야 쥐면 꺼질까 불면 날아갈까 애지중지하던 동생들이지만,
이제는 알고 지낸지 수년이 지나 낯이 익어서인지 얘네들을 좀 함부로 굴려주고 있다.

예전에는 목마같은거 태워주거나 비행기 태워주거나 하면
문틀이나 천장에 머리 다칠까봐 조심조심했지만
이제는 야. 니가 알아서 피해. 하며 무덤덤하게 목마며 비행기를 태워주고 있다.
(모름지기 비행기는 천장에 머리 닿기 직전까지 날려주는겁니다. 
외할머니-오마니- 이 아이들의 저작권을 가지신 외숙모 - 이모들 - 다른 성인 여자사촌동생들은 그걸 몰라요.)

이번 구정때도 갔더니 얘들도 영 심드렁해하고
얼마 전 결혼한 사촌동생의 임신소식에
그 사촌동생이 결혼할때 니뇬이 날두고 먼저...라며 눈을 부라리던 
그 아이와 동갑내기 사촌동생도 올해 가을에 결혼할거라고 해서 
우리 큰 손주 큰 아들 큰 조카는 그래. 언제 가실건가???
조카는 큰아빠보면 이제 아장아장 걷는게 아니라 뛰어들던데???
라며 구박하려들어서 
얼른 두 아이들 뭐 맛있는거 사맥이겠노라며 차에 태워 읍내로 나왔다.




"카페라떼 샷추가...아. 투샷추가해주세요. 먹고 뒤져블게. 니들 뭐 먹을래?"
"나는 핫초코."
"나는 오빠랑 같은거."
"너 이거 먹음 석달 열흘 밤에 잠 못자. 까불지말고."
"나도 그거 먹고 싶어!!!"
"이것봐. 딸기쥬스가 있어."
"그럼 그거."
"...너도 이제 점점 언니들 닮아가는구나...사람 피곤케하는 성격은 좀 안 닮았음해. 
순하게  떼 한번 안쓰고 무럭무럭 자라는것 같더니 왜 의무교육받으면서부터 애가 삐딱선을 타구 그래.
그거랑 베이글이랑 치즈케잌 하나씩 주세요."





실수로 어플깔리고 지워지고 여기저기 전화걸어지고 그러는걸 각오하고는
비장한 마음으로 두 자매에게 내 핸드폰을 건네주고
업무폰을 꺼내서 메일도 좀 확인하고 그러고 있는데,
나랑 28살차이나는 사촌동생이 언니가 핸드폰을 독차지하자 심심했는지 내 품에 쏙 안긴다.

"왜? 언니가 안 놀아줘?"
"언니 욕심쟁이야. 혼자만 해. 오빠꺼 줘."
"저게 오빠꺼야. 이건 오빠회사사장님꺼고. 물론 명의는 법인으로 되어있지만."
"나 심심해~"
"옹야옹야. 알았다. 쎄쎄쎄라도 할래?"
"나두 게임하구 싶어~"
"야야. 니 언니도 떼쓰는건 학교 들어가고부터 했어. 
너도 초등학교 입학하고 와서 떼써."

막내의 눈가가 촉촉해지자
아이고...이 주둥아리를 확...이라며 
이런 꼬마여자애 마음조차 이해를 못해주니
니가 연애를 못하고 있는거다. 이놈아. 라고 자책을 했다.

"어디보자...어??? 손목시계 생겼네?"
"응!!! 이쁘지???"




암...이쁘지...그 시계 내가 사서 크리스마스 선물로 보내준거니까...

내 비록 성인여성의 마음을 사로잡는 건 못할지라도
이 미취학아동의 관심사 정도는 알고 있다.

저번에 20대 중반 사촌언니가 
언니시계이쁘지? 자~XX이도 한번 차볼까? 아유~예뻐라~.라며 한번 채워줘봤을때
초롱초롱하던 그 눈빛을 30대초중반 아저씨가 캐치한것이다.




그리고 딸가진 유부녀 여직원한테 부탁해서
애들이 좋아하는거 골라달랬지. 커피사주고.
딸가진 엄마라 잘 찾아주더군...후후후...디자인같은거 절충해가면서 커피 한잔 더 샀지만...




"이거이거~나 착한 어린이라구~산타할아버지가 준거래~"
"ㅇㅇ. XX이 착하지. 오빠차에 우유도 쏟고, 오빠 차키도 숨기고, 오빠 신발도 숨기고, 오빠 지갑에서 카드랑 명함 다 빼서 날려버리고...
그 산타할아버지 평가기준이 궁금하네. 평가기준이 경찰청이신가. 코너링을 잘해서 뽑은거지 절대 윗선눈치보고 뽑은거 아니라고."

내가 무슨 말을 하든, 우리 막둥이는 그 시계가 퍽 마음에 드는 모양이었다. 
잘 사다 보내줬군. 훗. 하고 있노라니
건너편 자리에서 치즈케잌을 얌얌 먹고 찐득찐득하게 치즈뭍은 손으로 내 핸드폰액정을 더럽히던 (아...앙돼...ㅠ.ㅠ) 
막둥이의 언니가 이 가소로운것들. 하며 우리를 보고 있었다.

"뭐? 왜? 학교에서 배운거 이번엔 또 어떻게 잘못 활용하실려고?"
"오빠는 아직도 산타를 믿는거야?"

다행히 아직도 산타가 있다고 믿는 막둥이는 그 타이밍에 유튜브를 보느라 우리의 대화를 못들었다.
산타를 아직도 믿느냐는 말을 나보다 24살이나 어린 초등학교 저학년한테 들은 나는 그냥 어처구니가 없었고.




"너...산타의 정체를 아는거냐?"
"그럼 알지!!!"

전국...아니아니...전 세계의 아버님어머님들.
당신은 엑스맨...아니아니...산타클로스가 아니었습니다.

순박한 시골아재 외삼촌은 특별히 크리스마스같은것을 챙기는 분이 아니었고,
베트남에서 시집온 외숙모도 크리스마스를 딱히 챙기는것 같지는 않았다.
처음 시집와서 크리스마스때 다른 여자사촌동생이 크리스마스카드주니까 이게 뭔데요??? 누구 생일이예요???하던 사람이었거든.
외할머니야말로 말할것도 없는 시골할머니시고,
우리 집은 친가 외가 모두 교회 안 다님.

"정체가 뭔데???"
"어휴 바보."
"까불지말고..."
"산타는 말이지...
택배아저씨야
...택배아저씨가 갖다준 상자 안에 저 시계랑 나한테 온 장화가 있었어.
산타할아버지가 바쁘니까 밤에 못 가져다주니까 택배로 보내준거야."



뿌듯해하며 이 말을 하는 동생을 보고
그 순간에 엄청 고민했다.

큰소리로 왜??? 착불이라고는 안하디??? 라고 비웃자니 쪽팔려서 우는걸 감당못하겠고
그렇구나!!!라고 공감해주자니...감성보다 이성을 중시하려하는 나의 사고방식이 감당하지못할 치욕을 받게 될터였다.




어우~이걸 어떡한다지??라며 고민하고있다보니
시골읍내. 어느 프랜차이즈 커피집에서 
내 카페라떼(투샷추가)는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
(내 기준으로) 날 좀 포근했는데 그냥 아이스시킬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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