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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GM] 와락, 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쓸쓸
게시물ID : humorbest_13924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통통볼
추천 : 19
조회수 : 1391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3/07 14:19:57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3/03 23:37:10

사진 출처 : https://albanal8.tumblr.com/

BGM 출처 : https://youtu.be/BBFhfxRLb6U





1.png

윤동주호주머니

 

 

 

넣을 것 없어

걱정이던

호주머니는


겨울이 되면

주먹 두 개

갑북갑북






2.jpg

유영모마음과 허공

 

 

 

마음이 속에 있다고 좇아 들어 못 봤거늘

허공이 밖에 있대서 찾아 나가 만날 손가

제 안팎 모르는 임자 아릿다운 주인인가

 

온갖 일에 별별 짓을 다 봐주는 맘이요

모든 것의 가진 꼴을 받아주는 허공인데

아마도 이 두 가지가 하나인 법 싶구먼

 

제 맘이건 쉽게 알고 못되게 안 쓸 것이

없이 보고 빈탕이라 망발을랑 마를 것이

님께서 나드시는 길 가까움직 하구먼






3.jpg

조오현적멸을 위하여

 

 

 

삶의 즐거움을 모르는 놈이

죽음의 즐거움을 알겠느냐

 

어차피 한 마리

기는 벌레가 아니더냐

 

이 다음 숲에서 사는

새의 먹이로 가야겠다







4.jpg

고은낯선 곳

 

 

 

떠나라

낯선 곳으로

 

아메리카가 아니라

인도네시아가 아니라

그대 하루하루의 반복으로부터

단 한번도 용서할 수 없는 습관으로부터

그대 떠나라

 

아기가 만들어낸 말의 새로움으로

할머니를 알루빠라고 하는 새로움으로

그리하여

할머니조차

새로움이 되는 곳

그 낯선 곳으로

 

떠나라

그대 온갖 추억과 사전을 버리고

빈주먹조차 버리고

 

떠나라

떠나는 것이야말로

그대의 재생을 뛰어넘어

최초의 탄생이다떠나라







5.jpg

문정희쓸쓸

 

 

 

요즘 내가 즐겨 입는 옷은 쓸쓸이네

아침에 일어나 이 옷을 입으면

소름처럼 전신을 에워싸는 삭풍의 감촉

더 깊어질 수 없을 만큼 처연한 겨울 빗소리

사방을 크게 둘러보아도 내 허리를 감싸주는 것은

오직 이것뿐이네

우적우적 혼자 밥을 먹을 때에도

식어버린 커피를 괜히 홀짝거릴 때에도

목구멍으로 오롯이 넘어가는 쓸쓸

손 글씨로 써보네산이 두 개나 위로 겹쳐 있고

그 아래 구불구불 강물이 흐르는

단아한 적막강산의 구도

길을 걸으면 마른 가지 흔들리듯 다가드는

수많은 쓸쓸을 만나네

사람들의 옷깃에 검불처럼 얹혀 있는 쓸쓸을

손으로 살며시 떼어주기도 하네

지상에 밤이 오면 그에게 술 한 잔을 권할 때도 있네

이윽고 옷을 벗고 무념(無念)의 이불 속에

알몸을 넣으면

거기 기다렸다는 듯이

와락나를 끌어안는 뜨거운 쓸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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