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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코리언의 아내 I married korean
게시물ID : humorbest_145581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대양거황
추천 : 34
조회수 : 2682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6/19 03:06:58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6/12 18: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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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대학교 도서관... 서고에서 하도 오래되어 구석에 잠들어있던 책입니다. 


대학교 도서관 서고는 일종의 보물창고입니다. 시중에선 구하기 힘든 책이 많죠. 특히 옛날에 나와서 현재는 구하기 힘든 책들이 있어서 좋더라구요. 아차..사족이 ...^^;;; 


이 책은 1930년대 일제 시대, 가난과 힘든 환경 때문에 주위에서 말리는 것을 뿌리치고 한국인과 결혼한 미국여성이 삶을 돌아보며 쓴 회고록입니다. 


당시는 일제시대가 한창으로 우리나라가 엄청 가난하고 힘들었던 때죠. 


이 여성은 미국으로 유학온 한국남성을 만나고 사랑하게 됩니다. 남자는 기독교 신자로 신학교에 유학왔다가 한국으로 돌아갔고 교계에서 계속 일하려고 마음먹은 사람. 


이 분이 사랑하게 된 한국남성은 부자도 아니었고 시골의 한 농가에서 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장남. 형제들은 분가를 하긴 했지만 가진거라곤 초가삼간. 


게다가 이 여성은 당시 미국에서 좋은 대학을 나와서 교편을 잡고 여유있게 생활하던 사람. 한국으로 가겠다고 하자 주위에선 다 반대합니다. 한국에서 이미 살고 있던 선교사며 교회사람들도 반대합니다. 문화차이보단 그 엄청난 가난과 지독한 거주환경에서 오는 충격을 이여성이 견딜 수 없다는 거죠.


교계도 냉정합니다. 두 사람이 결혼하려 하자 남자도 교계에서 불이익을 받기도 합니다. 서울의 선교사들도 다 말립니다. 한국의 가난에 이 여성이 배겨내지 못하리라며 언제 이혼할까 궁금해하는 주위 사람들..


일본 관헌들도 쉽게 결혼허가를 내주지않고 시간을 질질 끌고. 서울의 선교사중 일부에게서도 인종적 편견이 가득한 충고를 받기도 하지만 이 여성은 굽히지 않습니다.


가기전에 자신의 선택에 대해 생각하는 장면. 다 같은 신의 자녀이고 가난은 자신이 사랑과 확고한 줏대만 있다면 견뎌낼 수 있다고 결단을 내리는 것이 놀라웠지요. 가난을 너무 우습게 보는게 아니야..하고 걱정이 되었지만 막상 가서 꿋꿋히 대처해가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에 진짜 감동먹었슴다.


이리하여 한국농촌 생활이 시작됩니다. 남편은 계몽주의적인 사람이라 주변 농촌생활 환경 개선에도 관심이 있던 사람. 그러나 본인은 그다지 부유하지 못한 사람. 부부가 다 기독교적 청빈사상을 공유했던 점이 그나마 다행..


화장실이며 주변환경 묘사를 보면 놀라울 정도로 사실적입니다. 이런 환경속에서 어떻게 견뎌냈나 싶죠. 일보러 갈때마다 파리가 득실거리고 재래식이라 아래에서 똥물이 튀는 화장실, 이가 득실대는 아이들, 하여튼 어려웠을 때 서민생활이 그대로 생생하게 그려져있습니다. 화장실 갈 때 밑에서 똥물이 튀어 엄청 곤욕을 치르죠. 그런 환경이었지만 그녀는 그런 것도 다 받아들이고 주변과도 잘 지냅니다. 


맛있는 한국음식, 아름다운 풍경과 성격좋은 남편 등 좋았던 일도 펼쳐집니다.


근데 이 시어머니. 이 시어머니는 참 성격이 좋습니다. 시어머니 특유의 심술이 전혀 없습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 같은 여성으로 헌신적이고 희생적이지만 강짜나 욕심, 호령이 전혀없는 따뜻하고 선량한 인물. 


이 여성도 워낙 성격이 좋았는지라 두 사람다 어느새 마음이 통하게 됩니다. 외국인 며느리를 보았을때도 시어머니는 이질감이나 시어머니 위세부리기 대신 그냥 소박하고 친절하게 대합니다. 


친정아버지가 편찮으셔서 잠깐 미국에 다녀와야 할 상황이 되자 시어머니가 그럼 가야지 하면서도 "너 없으면 내가 어떻게 살꼬."란 말까지 나올 사이가 됩니다. 두 사람 다 워낙 진실한 성격이라 금방 통했던 모양입니다.


이 여성은 한국사람들을 보는 눈도 전혀 편견이나 비뚤어지거나 우월감이 없습니다. 아가페적 사랑이 가득한 분같아요. 다 신의 피조물이며 그 앞에선 평등하다고 봅니다. 기독교가 독선과 배타성으로 욕을 많이 먹기도 하지만 이렇게 박애적이고 평등한 면이 있기 때문에 세계종교가 될 수 있죠. (일본의 신도같은 신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경지죠)


한국사람의 기질에 대해서도 공정한 평가를 내립니다. 이분이 시집왔을때 한국은 몹시 가난했지만 그래도 인정이 많았으며 서로 돕고 친절하고 정이 많은 사회분위기였답니다. 


그런데 2차대전말기의 징용이며 공출이 하도 많아지면서, 하도 많이 빼앗기고 각박하게 시달리다 보니 그 때부터 사람들이 거칠어지기 시작하고 도둑이 생겨났다고 합니다. 그전에는 가난해도 되도록이면 사람들이 훔치려들지 않았는데 그 이후론 어딘가 염치가 실종되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미군정이 시작될 무렵엔 사람들 마음이 많이 황폐해져있었답니다. 도둑질하는 사람도 많아졌고 인심도 많이 험해졋답니다. 


그리고 미국이 한국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서도 냉엄한 비판을 가합니다. 미국은 한국에 대해 잘 몰랐고 한국사람들을 함부로 대했으며 원조해준 것도 오히려 쓸모가 없는 고철이나 쓰레기를 지원해줘서 한국사람들이 왜 미국은 이런 걸 보내줬는가 하고 비판할때도 있었다 합니다. 


심지어는 한 미군이 인형파는 사람이 인형을 내밀자 땅에 팽개쳐버리고 지나갔습니다. 묵묵히 인형을 줍는 한국 사람의 눈에서 분노가 이글이글 타는 걸 봤다고 합니다. 


미국인이면서도 미국의 그런면에 대해서 잘 지적하고 있으며 한국에 대해 글쓰는 일본인들이 비치는 은근한 비하나 포장된 위선이 없더이다. 인간 대 인간으로 글 속에서 벌거벗고 솔직하게 마주하는 느낌. 


이런 분이 쓰는 책이라면 아무리 단점을 지적해도 웃으며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말그대로 단점만 지적한거지 그걸 갖고 우월감에 빠지지 않았으니까요. 근데 일본애들은 한국에 관해 책쓰는걸 보면 그걸 모릅니다.


책 뒤편에 보니 이 책이 여원이란 여성잡지에 실렸던것 같은데 독자들이며 당시 명사들의 평이 실려있더군요.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평까지-미국은 완전 레이디 퍼스트인줄로만 알았는데 이렇게 희생하고 잘 견뎌내준 여성이 있어 놀랍고 참 고맙다는...-있더군요. 어떤 여성독자는 가난한 집에 시집와서 그 집을 일으켜세운 며느리를 본것 같다며 언니같이 느껴진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에 공감 100프로. 그 떄가 얼마나 힘든 시절이었는지는 잘 아는데 그 속에 들어와서 온갖 고생을 함께 하면서도 열린 마음을 잃지 않고 부드럽고 꺠끗한 눈으로 가난 속에 살아가는 한국 사람을 삐뚤어짐 없이 바라봐 주었다는 것. 


이 여성분이 아직도 살아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살아계시다면 모쪼록 계속 오래오래 행복하게 사셨으면 합니다. 몰라보게 발전한 한국을 보고 이분이 얼마나 기뻐하실지 웬지 눈앞에 보이는것 같습니다. 월드컵때 우리나라 진짜 멋졌는데 그 모습을 보셨다면 좋겠네요


[출처] 나는 코리언의 아내 I married korean|작성자 arandel

출처 http://blog.naver.com/arandel/40156905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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