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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밀의 숲에 없어서 좋았던 것.txt
게시물ID : humorbest_14753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메갓(가입:2012-06-25 방문:650)
추천 : 44
조회수 : 5185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7/31 09:34:02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7/31 04:20:11

1. 아이고 검사님


영화나 드라마에 자주 나오는 장면이죠.

매번 '지체 높으신 검사 나으리'에게

허리가 부러져라 인사하는 경찰, 검찰공무원

'아이고 검사님 영감님~'


이런 모습들이

검사(또는 고위공무원)들과 일반 시민과의 관계를

마치 과거 조선시대 사또와 평민의 관계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이게끔 하지 않을까하는(물론 의도한 건 아니겠죠)

생각이 들었는데

비밀의 숲에서는 이런 장면이 없어서 좋더군요.


경찰과 상호존중하는 검사들.

검사를 두려워 않는 경찰.


당연한건데도 꼭 다른 작품들에서는

주인공 혹은 악역의 위엄 있는 모습을 부각시키려고

다른 사람들을 불가촉천민마냥 깎아내리는 모습이 내심 프로불편했었는데

비밀의 숲에는 크게 없었습니다.(계장님은 뭐 사람 자체를보고 존경하는 것 같으니)


2. 난 혹은 넌 특별해


다크나이트(뜻 : 대의를 위해 모든 모욕과 오해를 본인이 감당하는 숨은 히어로) 

이창준은 충분히 멋졌습니다.

이창준 같은 인물이 실제로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또한 이대로 극 중 방송에서 이창준을 영웅으로 만들고 끝냈어도

완성도 높은 수작이죠. 


하지만 그러지 않았습니다. 

황시목은 극 중 방송에서

이창준을 영웅이 아닌 괴물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창준 같은 인물은 현실에 없고,

있다해도 그 특별한 '한 사람'이 '모든 사회의 적폐'를

치워주리라 기대하면 안 됩니다.


평범한 우리 '모두'의 몫이죠.

황시목은 이런 걸 말하려했던 게 아닌가 생각합니다.



3. 감정


황시목에게는 감정이 없죠.

사리사욕이 없어 부패하지 않고,

별 시덥잖은 개똥철학에 빠져 무기력해지거나 방관하는 냉소주의자가 되지도 않습니다.


반대로 위대한 대의에 불타오르는 의인도 정의의 사도도 아닙니다.

그는 그냥 한 명의 검사입니다.


하지만

그냥 한 명의 검사, 한 명의 누군가가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본인에게 주어진 소임을 다할 때

이런 일이 일어날 수도 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인정이라는 이름으로, 어쩔 수 없지 않냐는 핑계로

묵인되는 더러운 것들이 너무나도 많은 사회니까.


4. 큰 해피엔딩을 위해 숨겨지는 작은 헬피엔딩


자꾸 다른 드라마를 얘기하니까

마치 '다른 드라마는 다 하급, 킹갓 비밀의숲만이 세계 최고 명작~'라고

주장하는 것 같아 스스로 부끄럽습니다만,

아닙니다.


다만 여태껏 느껴왔던 아쉬웠던 점들이

비밀의숲에서 보이지 않아 '좋았었다'라고 적는 것입니다.


각설하고..

다른 드라마였다면 서동재는 변했을 확률이 높습니다.


좋은 게 좋은거라고

고등학교 졸업식에서,

군대 전역식 같은 마지막에


'하하! 미안했다! 하지만 나 변할거야.' 한마디면

여태껏 해왔던 쓰레기짓들이

다 미화되고 포장되는 것처럼.


매번 다른 드라마에서는 이렇게 말하는 듯 했습니다.


'이것 좀 들어봐봐,

이 악역이 사실은 이런 사정이 있었고,

그리고 배우 봐봐.

잘생겼지? 이쁘지? 귀엽지?

얘 오늘부터 선역이다, 반전 매력?'


그러면 우리 착하고 인정 많은 시청자분들은

'헐 불쌍해 ㅜㅜ'하며 받아들여주죠.


악연이 쓰레기짓을 할 때는 스릴러, 수사장르를 표방하며 진지했다가

그렇지 않을 때는 어느새 코메디로 바뀌어서


'그래서 어쩌라고? 세상에 사연 없는 무덤이 어디있어.

 그럼 니가 한 잘못들은?'하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저 같은 시청자를 쓸데없이 진지한 놈 만들어버리는

 극 전개가 싫었습니다.


단순히 드라마가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놈들을 생각나게 하니까.

과거에 악질적인 행동들 해놓고서는 이제와 상황 불리해지니까

죗값은 치르지도 않고

'반성 충분히 했다, 용서해달라, 좋은 모습 보여주겠다'하며 입만 나불대는 놈들과

그런 놈들을 받아들여주는 사람들을 상기시키니까.


그래서 서동재가 시목에게 믿어달라고 애원할 때 저도 고민했습니다.

어느 쪽을 선택해도 불편했을 겁니다.


구속한다? ->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지만, 피해자가 없는 상황에 한해서 믿음을 줘보는 건 어떨까.

만약 내가 진짜 변하려고 했을 때, 아무도 나를 믿어주지 않는다면..


믿어준다.. -> 시목의 원칙에 어긋나기도 하고. 또 자기가 마음이 바뀌었다고 지금까지 자기가 했던 개짓들이 없어지나?


이에 시목은 믿어주는 게 아니라 두고 보기로했고,

서동재는 역시 변하지 않았죠.


극에 나오지는 않았지만 시목에 의해 죗값을 치르겠죠.


5. 러브라인


요리에는 다 각자 필요한 재료가 있죠.


뭐 빙수에는 달콤한 연유, 얼큰한 육개장에는 고추기름 등


근데 유독 우리나라 드라마에는 장르 구분 없이 등장하는 게 있죠.

의학 드라마는 병원에서 연애, 수사 드라마는 현장에서 연애,

청춘 드라마하는 학교에서 연애, 오피스 드라마는 회사에서 연애.


마치 케이크 다 완성됐는데 마지막에

'역시 한국사람은 고추장이지~'하면서 뿌려놓는 거 마냥.


물론 적재적소에 잘 어울리게 들어가면 상관없겠지만

때로는 주인공의 성격, 극의 전개에 너무 큰 영향을 미쳐버리고

그것이 너무 부자연스러울 때는

없느니만 못하죠.


어쨋건 비밀의 숲에는 없었습니다.


아 맞다.. 정본이형... 눈치 좀...



6. 아쉬웠던 점


좋은 얘기만 쭉 썼으니.. 아쉬웠던 점이라면.

사실 1~14화는 15,16화를 위한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령 시그널 같은 경우,

큰 사건 하나를 중심축으로 하지만

중간에 몇 개의 사건들을 해결하며 에피소드 형식을 보였죠.


비유하자면 시그널은

목적지로 가는 동안 좋은 휴게소를 들르면서 갔고,


비밀의 숲은 그런 거 없이 무조건 직행이었는데

그 길 자체가 워낙 흥미진진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따지고보면 아쉬운 점이 아쉬운 점이 아니지만,

이렇게 완성도 높고 치밀하게 준비된 수사극을 좀 더 보고싶었던 게

솔직한 바램입니다.


간만에 손발 오글거리며 넘기는 장면 하나 없이

통째로 소화한 드라마네요.


작가가 진짜 우리에게 하고싶었던 말이라고 생각하는 대사를 마지막으로 글을 마칩니다.


'누군가 날 대신해 오물을 치워줄 것이라 기다려선 안 된다.' - 이창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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