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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나를 사랑한다...(반말 주의...긴글 주의...)
게시물ID : humorbest_147614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좋은사람될게
추천 : 31
조회수 : 2118회
댓글수 : 5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08/02 09:28:03
원본글 작성시간 : 2017/08/02 00:21:27

약물치료 때문이었지만,
어쨌든 1년만에 10키로, 2년만에 15키로를 찐 내 몸뚱아리를 지독하게 원망했었다. 
평생을 체중미달로 살아서 사람시선을 느낀다는 일을 잘 몰랐었다. 
헌혈 같은 건 남의 일이었고 옷 사면서 안맞을까 덜덜 거리는 심정도 사실 깊은 이해를 하지는 못하고 살았다.
게다가 숨만 쉬어도 시간이 모자라다는 고시생이었다.


독거투병과 독거고시생이었던 나에게 
남겨진 15키로는 
임신했는 줄 ㅋ 
어휴
너 생각보다 많이 나가는 구나?
너 많이 먹어?
너 살쪄서 매력없어졌어 헤어져
아이고 허벅지가 아주 튼실하네요 먹어주겠네(직장내 성희롱)
 ㅉㅉ 고객님 66 사이즈 가져다 드릴게요 내지는 아예 본체만체 무응대
등등 숱한 손가락질로 더 무겁게만 느껴졌다.

약물치료하고 당장 모든 일을 관두고 생존하느라 지났던 시간들을 뒤로 하고 나니
우와 생존보다 손가락질을 견디는 게 더 힘든 일이구나 알게 되었다.
사실 수치상 그렇게 비만도 아니었지만 ... 요즘엔 다들 어쩜 그렇게 이쁘고 날씬한지..

과거 나는 내가 기억하는 어린시절부터 꽤 오랜시간 운동선수로 살았지만 은퇴하고 운동회말고 관절을 써본 기억이 그다지 없다.
늘 잦은 부상을 달고 살았기 때문에 젊은 나이에도 이미 관절이 다 삭았다. 
그나마도 중학교때까지는 교내대회에 반대표로 자주 나갔던거 같은데
고교시절에는 늘 아파서 운동장 스탠드는 내 차지였고 학교도 잘 못나간날이 많았다.
그래도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았다.
하지만 지병은 약간의 환경(날씨 식이 수면 주기)만 달라져도 금세 달려나와 내 팔다리를 잡아 저 밑 땅 속으로 꺼지게 했다.

나도 남들이 견디는 만큼은 하고 살고 싶었다.
아직 하고 싶은 일들이 너무 많았고 나에게는 너무 긴 시간들이 남아있었다.
긴 고시가 끝이 났고 나에게는 견뎌야할 생업이 생겼다.
그리고 취업을 시작으로 도전해야할 수많은 인생의 산들이 생겼다.

가장 먼저 든 생각.
내가 체력적으로 이겨낼 수 있을까?
내가 사랑하는 이 직업을 지켜낼 수 있을까?

취업이 결정되자마자 운동부터 등록했다.
첫날 나는 스트레칭을 하다가 쥐가 나서 드러누웠었더랬다.
내가 지금의 운동센터와 트레이너들을 만난건 하늘이 도왔다고 정말 그렇게 생각한다.
너무 컨디션이 나빠 기절할 것 같을 때에도 
평소의 기쁠때에도 처질때에도 한결같이 응원해주었고 
관절 부상 부위를 강화시키기 위해 차근차근 몇달을 투자했다. 
어떤날은 스트레칭만 한시간씩 한 날도 있었다.
거지같은 퍼포먼스는 운동선수였다고 말하기가 민망할 정도였다.

고시를 할때보다, 운동선수로 살았을 때 보다 더 이악물고 운동했다. 
센터의 트레이너들이 독하다고 혀를 내둘렀다. 다른 아줌마/할머니/할아버지 회원들도 한마디씩 했다.
직장에서는 여러마디... 오지랖을 들었다.
지난 3월부터 센터가 문닫지 않는 날은 다 나갔다.
요즘 트레이닝 복은 남녀 할 것 없이 다 딱붙는다, 하지만 돼지같은 몸... 신경쓸 겨를이 없었다.
말랐을때는 몇키로를 뛰어도 땀도 안흘렸었는데 
이제는 정말 온몸에서 땀이 흘러서 너무 당황스러웠지만 흘린 땀을 운동 결과의 척도로 여기기로 했다.

한달만에 십년넘게 괴롭히던 어깨 부상부위와 허리 가 좋아졌다. 
자다가 아파서 깨서 진통제를 먹을 정도로 아팠었는데 이제 어디가 아픈 지점인지 못찾을 정도로 좋아졌다.
두달이 지나니 인스턴트를 완전 끊을 수 있게 되었고 휘었던 발목도 근육이 붙으며 좋아졌다. 
세달이 지나니 누가봐도 몸의 형체가 달라졌고, 어딜가도 응대가 달라졌다.

7월이 되어 되돌아보니
나는 하루 15시간씩 근무해도 적어도 직장에서 펑크 한번 나지 않고 지내고 있고  
정신도 또렷해졌으며 순간적으로 근력이 필요한 일들도 예전보다 손쉽게 잘 해내고 있었다. 
운동도 하루도 스킵하지 않았다는 성취감이 들어 너무나 나에게 만족감을 준다.
야근이나 연장근무도 척척 잘 견디고 있었다, 나는 내가 못할거라 걱정했었다.


이제는 오히려 남는 시간에 더 먼 미래를 준비하며 공부도 하고 운동도 한다.
이젠 책상에 오래 앉아있어도 전혀 허리가 아프지 않다. 
자다가 허리나 어깨가 아파 깨지 않으니 짧게 자도 깊게 잘 수 있다.

삶이 달라졌다.
내가 원하던 "남들 만큼의 체력"을 15년만에 느낀다.
내가 자랑스럽다.
살이 빠져서 예뻐진 나도 정말 뿌듯하지만 
노력해서 어떤 것을 얻어냈다는 그 쾌감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나에게는 내 미래를 얻은 느낌...
난 이제 뭐든지 할 수 있다.

 
나는 이제 뭔가 시도할때 늘 걸림돌이던 내 체력적 한계를 걱정하지 않아도 되서 너무 행복하고
무엇이든 운동처럼 하면 얻을 수 있다고 자신감이 충만해졌다.

아직도 옆구리 허벅지 등등 빼야할 살들이 주구장창 남았고
내 목표인 등근육과 복근은 아주아주 머나먼 이야기 이지만, 
잘 따라와주고 버텨준 내 몸이 자랑스럽다.

어디 인증할만큼도 안되는 몸이지만
운동할때 거울에 비치는 나는 아름답다.
그렇게 밉고 원망스럽던 내 몸뚱아리,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며 손가락질 받던 약체였던 나.
이제 44가 아니어도 내 몸을 사랑할 줄 알게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더 예뻐지기 위해 운동을 한다. 
그리고 자신을 자꾸 낮춰보고 비교한다. 그리고 조급해한다.
하지만 살기위해 운동하는 사람도 있다.
나처럼.



이 글을 쓴 이유는
언제나 나에게 영감을 주고 함께 채찍질하고 고민하던 다게 유저분들께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을 언젠가 진지하게 꼭 드리고 싶었어요.
외롭고 힘들때마다 함께해주셨던 유저분들도 트레이너님들 만큼 제게 큰 은인입니다.

그리고 매일같이 힘들어하고, 주눅들어있기도 하고, 조급한 유저들에게 
제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어요. 특히... 가끔 우울증 심하다는 글 볼때마다 안타까워요. 

성공글들 올라올때마다 위축되는 마음, 
착게에 올라오는 부러운 예쁜 사람들, 
흘러가는 시간, 
주변의 시선, 
나의 연애...
맞아요 와 동경하고 부럽지만 위축되고 힘들어요.

그럴때일수록 생각해봐요.
나는 왜? 운동을 하나요...?
그리고 몸무게 말고 운동을 통해 다른 뭘 얻었나요? 내가 모르는 어떤 것이 있을거에요.
내일부터 운동하러갈때마다 
나의 끈기와 뭔가 내가 해내고 있다는 성취감을 느껴보세요. 
내가 이토록 오랜시간 꾸준히 무언가를 했다는 것 그것이 몸무게 숫자보다 중요하지 않을까요?

다게 요정들 모두 그 집념으로 일상 목표도 꼭 얻어내시리라 전 믿어요.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앞으로도 열심히 운동할거에요.

모두 안전운동, 득근하세요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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