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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의 죽음이라는 것
게시물ID : humorbest_151403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미노와긴
추천 : 19
조회수 : 1053회
댓글수 : 2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0/30 13:58:11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0/29 22:49:19
 소재로서의 '캐릭터의 죽음'은 굉장히 매력적인 요소임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 마x다 준 씨 같은 경우에는 죽여서 감동주는 게 매너리즘이 되기도 했죠.

 제 입장에서 죽음이라는 소재는 흥미 요소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함부로 적을 말은 아니지만, 전 지금까지 아는 사람이 사망한 적도 없고, 사망했어도 그렇게 슬펐을지는 모르겠습니다. 누가 장례식 간다는 이야기를 들어도 아, 그렇구나 이상의 감상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누군가를 좋아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겠죠. 그래서 죽음이라는 소재에 대해 다소 둔감한 부분이 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죽는다는 의미를 처음 받아들인 것은 약 3년 쯤 전의 겨울, 블랙 불릿 6권에서 모 캐릭터가 죽은 지점을 읽었을 때의 일입니다. 사망 플래그를 뿌리면서도 마치 안 죽을 것 같이 몇 차례에 걸쳐 낚시하면서, 어쩔 수 없는 것도 아닌 우연이 겹친 결과로, 주인공을 살리고 대신 죽은 겁니다. 당시로선 최애캐라고 해도 좋을 캐릭터가 죽은 저는 충격이 컸고, 후유증도 길었습니다. 그 부분만 반복해서 읽어보기도 했고, 장면을 끊임없이 되새겼습니다.

하지만, 적었듯이 후유증은 분명 길었습니다만, 영원히 가지는 않았습니다. 유감스럽게도 캐릭터의 죽음을 슬퍼한 것은 (얼마 전까지) 그때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습니다. 자랑삼아 적기는 좀 그렇지만, 전 치명적 유해물로 정의해도 좋을 작품을 나름 많이 본 편이고, 당연히 캐릭터의 죽음도 숨쉬듯이 봤습니다. 가슴아픈 순간도, 안타까운 순간도 있습니다. 슬픈 순간도 있었죠.

 하지만 후유증..이라고 해도 좋을지 모를 증세는 하루 이상 가지 않았습니다. 사이코패스 11화의 그 장면은 지금 생각해도 충격과 공포였지만 죽음 그 자체 때문이라기보다는 특유의 철학적 담론과 문제 의식에 대한 충격과 공포였죠. 매번 돌을 삼키는 것 같았던 무한의 리바이어스 후반부의 감정은 하루 지나자 말끔히 사라졌습니다. 우울함이 극에 달해 밥이 넘어가지 않던 엘펜리트도, 집단주의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며 온갖 감정을 경험했던 유리쿠마 아라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역내청을 비롯해 후유증이 오래 지속되었던 경우는 분명 있었지만, 하나같이 '캐릭터의 죽음'과는 거리가 멀었습니다.

 여기까지의 서론을 뒤로 하고 저는 이번에 하나의 신선한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지극히 좋아하는 캐릭터, 라고 할까. 어떠한 캐릭터가 사망한 것이죠. 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유형과 지극히도 거리가 멀다못해 정반대라고 해도 좋겠지만. 왜인지 모르게 끌렸습니다. 화가 지날수록 호감도는 max를 향해 솟구쳤습니다. 그 캐릭터가 죽는다는 것은 알고 있었습니다. 그랬기에 시선이 끌리고 호감이 축적되다보니 좋아하게 되었던 것일지도.

 어찌되었든 예정대로 그 캐릭터는 죽었습니다. 저는 충격을 너무 크게 받았다고 할까, 받지 않았다고 할까. 그 순간 자체는 담담했습니다. 연출이 드라이한 탓일지도 모르고, 그냥 제 성격 자체가 좀 초연해서 그런 걸지도 모르고. 그런데 곱씹어볼수록 눈물이 나왔던 것입니다. 아, 물론 정말로 눈물이 나오지는 않았지만요. 그렇지만 눈물이 나와야할 상황에 눈물이 나오지 않는다면 마음의 비참함은 강화되기 마련이겠죠.

 그래도 냉정할 수 있었던 것은 아마 평소대로 후유증이 길지 않다는 것을 알았기 때문이겠죠. 그런데 이번에는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항상 그 캐릭터에게 눈이 가버립니다. 항상 그 캐릭터를 생각하게 되어버립니다. 일상생활에 지장이 있다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겠죠.

 저는 진심으로 누군가의 죽음을 슬퍼하고 있었습니다. 슬퍼하고 있습니다. 장례식을 치루는 이유를 깨달았습니다. 장례식은 단순한 형식이자 절차가 아닌, 죽은 사람을 떠나보내고 마음을 추스리기 위한 의식이었던 것이죠. 뭐라고 적어도 슬픔이 사라지지 않고, 무슨 생각을 해도. 우울함이 사라지지 않습니다. 아마 이것도 지나가겠죠. 하지만 그걸로 끝나는 점이 아닙니다. 그것을 깨달았습니다.

 캐릭터의 죽음. 그것은 제가 생각했던 어떤 것보다도 비극적인 요소였던 것 같습니다. 전 지금 그 캐릭터가 살아날 수만 있다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정말로 슬퍼요. 각막은 말랐지만 가슴은 찢어집니다.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거기서 죽는 것이 너무나 필연적이었던 것을 알기에.

 생명의 귀중함을 깨달았다고 할까. 애캐가 죽는 것에 대해 이렇게까지 민감하게 반응하게 될 줄은 몰랐습니다.
출처 순간적인 감정에 의거해 마구 적어나가다보니 끝이 이상해지는 감이 없잖아 있습니다만 아무튼 적다보니 미쳐버릴 것 같네요. 정말로 좋은 애였는데 말이죠. 정말로 거기서 죽을 애가 아니었는데.. 조금만 더 웃어줬으면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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