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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문]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사람은 왜 어둠에 홀리는 걸까요?
게시물ID : humorbest_152536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shinejade
추천 : 19
조회수 : 872회
댓글수 : 1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1/23 20:30:57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1/22 22:17:31
   지금은 꾸지 않지만, 어렸을 적에 반복해서 꾸던 악몽이 있었습니다.
   잊을만하면 다시금 꿈 속에서, 잠복해 있던 지병처럼 재발해버리는 그런 꿈이었습니다.
 
   하나는 어머니가 어린 아이였던 절 놔두고 멀리 가버리는 꿈이었습니다. 희한하게도 제 시점은 어린아이의 시점이 아니라, 방문 밖을 나가지 못하고 엄마가 돌아오기를 바라며 어두운 방안에서 울던 어린 시절의 저를 방문 밖에서 바라보는 시점이었습니다. 몇 발자국만 나가면 방문 밖으로 나와 어머니를 찾으러 나갈 수 있는데 그게 두려워 방안에서 울고 있는 저를, 저는 방문 밖에서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또 하나는 벌목장에서 나무가 되어 벌목 되는 꿈이었습니다. 숲 속에서 수 십 명의 나무꾼이 나무를 베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는데, 저는 나무의 시점에서 바라봐야만 했습니다. 나무꾼 하나가 손에 침을 퉤 뱉고 제 목덜미에다가 도끼를 잘 겨냥한 뒤, 있는 힘껏 찍어버립니다. 그 순간 저는 다른 나무가 되어 있고, 다른 나무꾼이 잘 겨냥한 도끼를 다시 제 목에 내려치고, 그 순간 저는 다른 나무가 되어 있고, 또 다른 나무꾼이 다시 제 목덜미에.
 
   공포에 대해서 아리스토텔레스와 서구식 공포, 동양식 공포로 나누어 차가운 문체로 분석 해 보려는 감상문을 쓰고 있다가. 가만히 그걸 바라보다가, 키보드에서 가만히 손을 떼고 가만히 다시 바라봤습니다. 그리고 쓴 걸 다시 지우고 제 스스로에게 물어봤습니다. 나에게 있어서 공포라는 감정은 대체 어떤 것일까? 한 번 생각해 봤습니다. 지병처럼 돋아버리는 그러한 악몽이 나에게 있어 공포일까. 당장 세월호의 유해를 묻어버리려고 했던 해수부 관계자가 나에게 있어 공포일까. 아니면 어제 쓴 내 소설 속 인물이 겪던 백지에 대한 공포일까.
 
   이제 보니 저의 악몽은 비현실적인 것에서 현실적으로 변해버린 것 같습니다. 공포는 먼 곳에 있지 않아 보입니다. 잠시 타이핑을 멈추고 제 손바닥을 펼쳐 봤습니다. 당장 알바를 하는 가게에서 걸레를 빨다가 부르튼 손가락들을 보며, 전 생각했습니다. 이 속에 내 공포가 들어 있구나. 이 부르튼 손에 공포가 자리잡고 있구나. 생각보다 공포란 것은 내 몸에 눌어붙어 있구나. 삶을 같이 하고 있구나.
 
   전 러브크래프트를 좋아합니다. 세계관을 그가 온전히 완성시킨 것이 아니더라도, 그 매혹적인 세계관은 저를 유혹하며 손짓합니다. 사람은 왜 항상 어둠에 홀리는 걸까요. 아, 이게 질문으로 좋을 것 같군요.
 
 
 
 
 
 
   사람은 왜 어둠에 홀리는 걸까요.
출처 세계문학 단편선 07 - 하워드 필립스 러브크래프트 (현대문학,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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