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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 그리고 남편..
게시물ID : humorbest_15266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린몬스터
추천 : 90
조회수 : 5714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1/26 21:08:58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1/26 17:5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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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주차까지는 먹덧인줄 알고 차라리 잘됐다며 좋아했는데..
6주차부터 먹으면 토하고 먹으면 토하고
설거지도 못하고 냉장고 문만 열어도 웩 하며 올라오는 나때문에
남편은 밥을 자기방에서 꼭꼭 문닫고 먹는다.

새벽에 밥을 먹어도 내가 자고있는 안방문을 꼭꼭 닫고,
부엌에서 간단하게 음식을 데운후 자기방에서 문을 닫고 먹는다.

내가 퇴근하기전 설거지와 해놓은 음식들을 모두 처리하고 (먹고),
쓰레기 정리와 분리수거를 모두 마쳐놓는다.

내가 퇴근하면 내가 먹을수 있게 내앞에 밥상을 차려준다.

지금에야 입덧약을 처방받아 그나마 먹고 토는 안해도
울렁거림이 여전한 나는 밥의 1/3도 못먹고 또다시 헛구역질.

그러면 남편은 내가 먹다 남긴 밥과 반찬을 입안에 대충 우겨놓고는
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한다.

대충 우유에 시리얼을 말아 먹어도 설거지가 생기니 그저 미안한 요즘.
아이를 낳으면 육아에 전념하기 위해 일도 그만둬야 하는데,
프리랜서인 남편은 책임감이라는 것이 어깨에 한짐, 아니 두짐, 아니 산만큼 쌓여있는것 같다.

지금하는 프로젝트가 끝나면 벌이가 없어지는데,
하필 끝나는 시기가 우리 아이가 세상에 태어날 시기다. 
그리고 그때쯤 전세도 만료될 시기이니, 이사를 알아보거나 전세값을 올려서 계속 이곳에 머물러야 하겠지.

벌이가 없어도 나가는 돈은 일정하거나 더 많거나 인데,
들어오는 돈 또한 일정하고, 앞으로 나갈돈을 채울수 없으니 요즘 남편의 안색은 그저 어둡다.

3개월정도 아이를 돌보다가 알바를 나가겠다고 하니
그래도 "너는 아이옆에 있는게 맞아. 우리가 아이를 봐줄사람이 있는것도 아니잖아" 라고 한다.

맞다. 틀린말이 아니다.
시어머니의 간섭을 싫어하는 오빠와 그저 시어머니가 불편한 나.
그리고 친정과는 지역 자체가 달라 편도 4시간 거리인 나.

어머님께 맡기면 간섭이 늘어날고고 나도 불편해 지겠지.
사람을 부르기엔 내가 알바로 버는돈보다 더 많은 돈을 내야하겠지.
그저 내가 아이옆에 있는것이 최선이다.

아직 태어나지는 않았지만, 내년에 아이가 태어나게 되면서
우리는 많은것들이 바꼈다. 남편은 "책임감" 이 더 무거워졌고
나는 그런 남편에게 힘이 되는것이 없는것 같아 생각이 많아진다.

몸이라도 멀쩡했으면 입덧이라도 없었으면.
좀더 힘내라고 남편이 좋아하는 요리도 만들텐데.

정작 남편은 날 탓하지도, 뱃속의 아이를 탓하지도 않는데
알수없는 미안함과 고마움 때문에 죄책감에 사로잡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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