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애니메이션은 인생이라
게시물ID : humorbest_153537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GK
추천 : 26
조회수 : 1248회
댓글수 : 8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2/17 00:36:17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2/16 23:45:57
옵션
  • 창작글
기억도 나지 않는 어린시절의 사진을 보면 나는 항상 티비앞에서 만화영화를 보고있었다.
그게 디즈니이던 루니툰이던 이제 어디꺼인지도 알수 없는 온갖 고전 만화영화를.
사진속의 나는 벌거벗은 아기이던지, 잠옷바람의 5살짜리던지, 항상 만화를 보고있었다
초등학교 시절은 놀랍게도 기억나지 않을정도로 친구도 없고 재미도 없었고
불꺼진 집에 오면 엄마가 올때까지 불이 꺼진채로 몇시간이고 항상 만화를 보고는 했다
혹여나 엄마보다 미1친놈이 먼저 집에 들어오면 내가 집에 있는걸 들키기전에
방으로 숨어들어 숨죽인체 만화책을 읽고, 한번더 읽고, 또 읽고, 그렇게 시간을 죽였다
시대가 흘러 비디오대여점이 흥행하고 내 애니메이션 인생 역시 흥행하였는데
당시 만화영화급의 비디오 대여기간은 일주일이였고
비디오를 빌릴 돈이 충분하지 않았던 우리집의 상황을 어린 나는 잘 이해 하고있었기에
하루 1시간이면 다 보는 비디오 하나를 대여기간인 일주일이 끝날때까지
보고 또 보고 다시 되감아 보고 다시 보고, 뭐랄까 마치 스토커가 자신의 사랑을 눈에 새기듯이.
만화라도 보고있지 않으면 어두컴컴하고 좁은 거실에서 벽지 무늬만 바라볼게 없었기 때문에
그게 무서웠는지 아니면 내가 무서운일을 벌일거 같았는지는 모르겟지만
약간 많이 병적으로 만화에서 부터 시선을 잃지 않으려 굉장히 노력하고 거기에 빠져들었다
중학생이 되고 개인pc와 인터넷이 보급되고, 형편은 나아지지 않았지만
나를 위해 무리한 어머니의 선택으로 펜티엄pc와 ADSL을 가지게 되었다
어렵지 않게 인터넷의 사용법을 혼자 터득하게 되어
세상(주로 일본)에는 내가 알던것보다 훨씬 멋진 애니메이션들이 있다는걸 알게되었고
저작권따위 개나줘버린 그 당시 국민성과 나의 개념 덕분에
훨씬더 많고 재미있는 애니메이션들은 만날수 있게 되었지만
일주일에 같은 비디오 30번은 재탕하던 버릇은 최첨단 기기 앞에서도 고치질 못하고
바뀐거라곤 리모컨의 되감기 버튼이 키보드의 새로고침 버튼으로 바뀐것 뿐이었다
그리고 불꺼진 집에 엄마가 없어도, 그 미친새1끼가 집에 있어도 별로 무섭지 않은 나이가 되었지만, 
매일밤 엄마를 향해 내지르는 우리집 개1새끼의 고성에는 역시 내성이 생기지 않아
나는 또 모니터 앞으로 도망치듯 방문을 닫고 현실을 외면하는것으로 애니메이션을 이용햇다

공책과 연필이 목장갑과 안전화로 바뀌고 집안에 여러번의 파국이 일어난 이후에 
불꺼진 거실 모퉁이 구석에서 슬프게 비디오를 되감던 어린아이는
더이상 축축하지 않은 넓은 내 방의 벽지와 40인치 티비와 200만원짜리 노트북과
비싼 폰, 비싼 태블릿, 비싼 소파 등등 내 안의 여러가지를 채울수 있는 아이템을
아무렇지 않게 살수 있는 나이가 되었지만, 세살 버릇 진짜 여든까지 가나보다
시작으로 부터 20여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본거 또 보고 본거 또 본다
봤던걸 한번만 봐서는 이상하게도 마음이 차오르지 않는다
이젠 항상 불켜진 집안에는 엄마가 기다리고 있고 우리집에 더이상 미친개는 짖지 않는다
편한 마음으로 편하디 편한 내 소파에서 보고싶은 애니메이션을 열번 백번이고
보고싶은 만큼 질리도록 볼것이다, 과연 질릴지는 모르겟지만

애니메이션 만큼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았으면 좋겟다
꼬릿말 보기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