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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를 사랑했었다. 6
게시물ID : humorbest_153562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비부위
추천 : 14
조회수 : 2224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2/17 13:37:00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2/14 21:4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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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꼬맹이가 물어왔다. 

"오빠 알바하는데 꼭 졸업증명서 내야돼?"

"보통 안내지. 가끔 최종학력에 제한을 걸어두는 알바 아니면." 

 "백화점이나 옷가게에서 알바 할 때도 낼까?" 

 "글세 그런 경우면 안내겠지.  왜? "

 "아니 그냥... 이젠 오빠말대로 나가면 잘해보려고..."

 제도권에서 제대로 교육받지 못한 부분을 감추고 싶어했다. 그리고 그런 자기라도 일할 수 있을까를 고민하고 있었다. 갑자기 뿌듯한 생각이 들면서 꼬맹이가 참 대견해보였다. 매일 듣는 잔소리에 귀에 딱지가 앉았을 텐데도 마침내 저런 소리라도 해주는 녀석이 이쁘게만 보였다. 

 불과 보름전 까지 퇴원하면 기획대출을 받아 지방으로가서 숨어지내며 약할거라고 말하던 아이였다. 

 그리고 현실적인 걱정도 들었다. 
성질머리가 보통이 아닌데... 감정노동이라...
편의점은 계산만 하는 일도 아닌데...얘가....
문신 때문에 백화점은 안되겠지....

 하지만 비로소 스스로 돈을 벌어보겠다는 생각과  무엇이 '잘'인지는 모르지만 잘해보겠다는 애가 상처받지 않았으면 했다. 
 
 "아버지 부자잖아. 아버지 00에서 알바하면서 적응 훈련하는게 낫지 않겠니?"

 "별로... 아빠한텐 미안해서..."

  "왜?" 

 "나 이번에 외출했을 때도 실은 폰 4개나 개통해서 대출받았던것들... 아빠가 다 갚아줬거든... 입원하기 전에 다른 것들도..."

 "미안해서?" 

 "응. 더 뭐 해달라고 못하겠어."

 "그래도 니가 앞으로 잘해보겠으니 도와달라고 하면 정말 기뻐하실 거 같은데..."

 "싫어... 아빠한텐..."

 그 때 며칠동안 주욱 생각하던 이야기를 건냈다.

 "나가면 전에 알고지내던 사람들이랑 연락 다 끊어. 니가 해준 얘기들로 판단하면 정상인이 없어. 한 명도. 그리고 여기사람들 하고도 연락하지마. 그냥 다 지워버려.  
 이쁘니까 연애를 해. 마약보다 더 좋을거야. 성실한 사람 만나. 그래서 너에게도 성실한 사람."

 "어떤게 성실한건데?"

 "니 또래라면 보통은 군대 전역해서 알바하면서 복학준비하거나 취업준비중이겠다.  전문대 나왔으면 회사 신입이거나., 너보다 나이가 많으면 중후반들은 회사에서 대리니 주임정도 달고 머리 쥐어 뜯으면서 일하겠지. 나처럼 막일하는 사람이면 이마 보조공이나 준 기공으로 열심히 기술 배우고 있겠다. 아슬아슬하게 이십대 후반까지 노려보면 사회에서 제일 보람없이 제일 열심히 일하고 있겠다." 

 "그럼 사람들이 성실한거야?"

 "ㅇㅇ 그렇게 살기가 어쩌면 제일 어렵거든. 성실한 사람들 이겠지..., 그리고 너 이용만하는 남자들은 만나지마. 이젠 알지? 너 물주였단거. 그렇게 한번 사랑받아봐. 신뢰도 쌓아보고. 가족한테 받지 못한 사랑 니가 가족을 만들어서 그 안에서 받아도 보고.."

 잠시 말없이 병동을 거닐었다. 

 "오빠는 왜 이혼했어?"

 "술 때문에..."

 "그럼 오빠는 성실한 사람이 아닌거?"

 "이혼한 사람이 다 그런건 아니고... 난 성실하지 못한거 맞아. 성실하게 가정을 지키지도 않았고... 성실하게 사랑하지도 않았고..."

 "오빠가 나랑 결혼해주면 안돼?"

 벙찐얼굴로 꼬맹이를 처다보았다. 자기도 쑥스러웠는지 아무말도 안하다 둘 다 어이가 없어 마주보며 웃고 말았다.

 "미친~뭐레 ㅋㅋㅋ"

 "아 뭐 씨발 나 들어갈레...ㅋㅋㅋ"

  병실로 돌아온 뒤, 누가 나한테 프로포즈한건 첨인가. 적어둬야지. 라고 자조적으로 생각하며 혼자 놀란 가슴을 삭혔다.  그리고 많이 늙어버린 내 나이를 떠올리며 이혼한 전 부인을 생각했다. 
 그 날은 잠을 이루지 못했다. 

 병원생활을 하며 특별히 누군가를 경멸해 본 적은 없었다. 나역시 술로인해 가정을 잃은 남자였고 술없이 하루도 살지 못하던 사람이었다. 

 중독병동은 모두가 무언가에 중독된 사람들이었고 남들이 우릴 경멸하지언정 우리끼리는 경멸할 수 없었다. 단 한사람의 약물 중독자를 제외하곤. 

 편의상 B씨라고 부르겠다. 필로폰 중독자였다. 같은 병동의 아저씨가 담배를 숨겨온 이후부터 우리 병실을 하루에서 수십번씩 찾아오며 담배를 요구했고 우리가 자는 사이에 병실에 들어와 딤배를 찾다 보이지 않자 아저씨와 나를 깨원 담배를 구걸하기도 했다. 
 여색을 강하게 탐냈다. 불과 16살의 한 여자아이가 소아병동에 자리가 나지 않아 임시로 우리 병동에 왔을 때도 '오빠는 너랑 친해지고 싶어~!'라고 말하며 들이댔고. 병동에 실습을 오는 학생간호사에게도 추근대기를 일삼았다. 
 하는 짓과는 다르게 얼굴은 반듯했지만 자신이 00구 3대 얼짱이었다며 어림도 없는 소리를 하곤했다. 공용냉장고에 넣어둔 자신의 과자가 없어지자 도벽은 못 끊는다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cctv를 되돌릴 것을 강하게 요구했고 그 결과 자신이 담배를 숨겨피는 모습이 니티나기도 했다. 제일 혐오스러웠던 부분은 같은 약물 중독자들에게 나가면 자신이 싸게 약물을 공급할 수 있다고 같이 하자며 여자만 골라 연락처를 뿌리곤 했다. 
 간혹 담배를 구하지 못하면 포악하게 돌변해 진정실로 끌려가는 일이 다반사였다.  때때로 담배를 피다 걸려 거세게 반항하다 진정실로 끌려가 속칭 코끼리 주사를 맞고 쓰러져 자기도 했다. (나중에 왜 코끼리 주사라고 하는지 묻자  맞으면 코끼리도 잠든다고 해서 코끼리 주사라는 말을 들었다.)

 꼬맹이의 어이없는 프로포즈가 있고난 다음날 지능검사와 심리검사 결과가 나와 병실에 틀어 박혀 몇번씩 읽고 있던 때였다. 

 꼬맹이와 B씨가 함께 걸으며 내 병실앞을 지나깄다. 차라리 작은 소리로 말하지
... 둘다 약물에 대해 말하며 무언가 심도있는 얘기를 했고 내 병실앞을 세 번이나 지나치며 결국엔 어디가면 얼마에 구할 수 있다 등등의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 

 처음엔 둘이 함께 다니는 것이 못마땅하다 끝에는 맥이 풀려버렸다. 바로 어제 나가면 잘해보고 싶다고 내게 말했는데... 나조차도 불신에 잠식되면서도 믿어주고 싶었고 그러기 위해 노력한다고 몇번이나 말했는데...

 도박 다음으로 가장 끊기 어려운게 약물이라 했던가... 아니 모든 중독이 10년을 참아도 단 하루에 무너진다 했던가... 죽은 날이 완치라는 중독자들의 자조적인 말이 가슴에 박혀왔다.

 잠시 허무한 기분을 다스리고 잠을 청했다. 10시 병원이 프로그램실을 제외하고 소등이 되었다. 11시 까지는 홀에 있거나 프로그램실에서 티비시청을 할 수 있지만 병실은 모두 소등해야 했다. 잠을 이루지 못한 나는 혼자 홀에앉아 바둑알을 만지작 거리며 시간을 보냈다. 

 그 때 그애가 찾아왔다.  
 
 "오빠 왜 오늘 병실에만 있언? 나 은단좀 줘"

 나도 모르게 그애를 빤히 바라만 보다. 화가나 아무 말 없이 병실로 들어와 오지 않는 잠을 억지로 청했다. 

 다음날 아침을 먹는데 왠일로 꼬맹이가 아침을 먹으러 나왔다. 그리고 내게 말을 걸려했지만 화가 풀어지지 않은 나는 식판을 서둘러 정리하고 아침산책시간까지 병실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아침 산책시간... 간만에 자판기 커피가 아닌 원두커피를 사다 병원 잔디밭에 앉아 담배를 피며 여러가지 생각을 했다. 

 그래.... 니가 뭐라고... 너도 중독자 아니더냐... 어린애 대리고 이나이에 무슨 유치한 미음이냐. 그리고 무슨 경망스런 맘이었냐.  그애가 다른 약쟁이랑 무슨 작당을 하던 니가 무슨상관이고 자격이냐...  마음을 추스르고 병동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샤워를 했다. 샤워를 마치고 샤워실을 니오는데 그애가 샤워실 옆에 쪼그려 앉아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자신에게 화난거 있냐며 물어왔고 나는 내가 왜 너에게 화날일이 있냐고 퉁명스럽게 말한 뒤 병실로 돌아가 병실문을 닫아버렸다. 정신병동 특성상 문을 잠글수도 없고 유리문이 달려있어 병실앞에서 나를 처다보는 그애의 시선이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하며 그날은 병실 밖으로 나가지 않았다.

 밤이 되었다. 병실이 소등되고 홀이 비었다고 생각이 되자 갈증을 달래기 위해 조용히 홀을 가로질러 탕비실로 갔다. 물을 마시고 나오는데 그애가 혼자 홀 쇼파에 앉아 날 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왠지 너무 서글퍼 보이는 눈빛 때문에 무시할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먼저 다가가기도 어려웠다. 당직을 서는 간호사들은 컴퓨터로 영활 보고 있었고 시선을 끌기 싫었던터라 조용히 다가가 옆에 앉았다. 애도 치료진의 시선을 끌기 싫었는지 내게 프로그램실 중 도박중독자들이 스포츠를 보는 방 말고 다른 방으로 가자고 말을 걸었고 조용히 그 방으로 향했다

 "오빠 어제 내가 B오빠랑 논거 땜에 화난?"

 "어쩌면..."

 "먼데... 자세히 말해봐..."

 "이 병원 사람들은 참... 목소리가 커... 남이 듣길 바라는 건가? 항상 목소리가 커... 누가 듣던 상관없겠지..."

 "..."

 " 그제 니가 나가서 잘해보고 싶다고 했을 때 내가 뭐라고 그렇게 기뻣는지...니가 이뻤는지...
하루도 체 다 지나기전에 그게 뭐냐...나가서 같이 약하자는 말에 어디가 싸니 안싸니..., 이 병원에서 어쩌면 유일하게 널 믿은 댓가로 아프다. 가슴이.그리고 병원을 나서면 여기서 만난 사람들과도 연락 끊으라고 한 이유가... 바로 이런건데... 같은 중독자 끼리는 서로에게 관대해서 이겨내질 못하는거 보고...아니다... 그냥 아프다. 맘이."

 "오빠... 오빠 병실에 갔는데 안나오고 뭔가 심각하게 읽고 있길레... 기다리는데 그 오빠가 말건거..." 아이의 눈에 이슬이 맺혔다.

 "일부러 오빠 병실앞 걸으면서 오빠 나와주길 바랜. 근데 머 막 서류같은거 읽으면서 인나오더라고. 그리고 B오빠 자기 말 씹으면 막 화내. 눈도 무서워지고. 그냥 적당히 장단맞춘거..." 

 조금 목소리가 커졌다. 

 "그리고 그럼 오빠 나 여기서 나가면 안볼꺼? 나 오빠 좋아하는거 알지? 다 알지이? 오빠처럼 진지하게 나 걱정해준 남자 어서. 희0이가 말핸? 나 티라미슈 좋아한다고. 오빠 저번에 알고 나가서 사다준거아니? 그니까... 그니까... "
 자신의 목소리가 커진다는 것을 의식했는지 울음을 억지로 참으며 끅끅거렸고.cctv를 의식해 안아서 달래주진 못했다.

 다만 고백이라는 것이 호감의 표현이 아닌 감정의 재확인이듯 나도 그러면 안되는데 내 나이에 너 때문에 가슴이 주책없이 떨린다는 것을 말해줬다. 

 그렇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체 며칠이 흘렀다.

 아버지와 통화를 마친 그애가 찾아와 기쁜지 아니 기쁜지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찾아왔다.

 "오빠 나 다음주에 퇴원한데..."

 -다음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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