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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약중독자를 사랑했었다. 4
게시물ID : humorbest_153563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달비부위
추천 : 16
조회수 : 2500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2/17 13:47:59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2/14 19:20:45
내가 화를 내자 드세보이는 얼굴과는 다르게 많이 당황한 기색을 보였다. 그리고 병실앞 네임테그를 확인하더니 무언가 혼란스러운 얼굴을하고 얼굴을 붉히며 돌아갔다. 나중에 알게된건데 같은날 입원한 19의 게임중독자와 나를 혼동했다. 
 병동이 패쇄된 곳이다보니 새 환자가 오면 기존 환자들끼리 모여 입원이유를 유추했고 나이같은 정보는 병동 간호사를 꼬셔 물어보고 서로 수근거리는 것이 일상이었다. 그리고 새 환자가 19이다 라는 정보만 지니고 있던 그애는 꺼리낌 없이 반말을 해온 것이다. 

 이후 담배를 구하는 환자들이 병실 입구를 자꾸 드나들었고 같은 방을 쓰는 환자니 호의를 얻으면 몇개피 얻을 수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말을 많이 걸어왔다. 그렇게 사람들과 말을 트면서 거리를 많이 줄여나갔다. 

 그날밤 병동 가운데 쇼파가 밀집한 곳에서 또래의 환자들과 말을 주고받고 있었다. 그리고 외출이 허용될 때 까지 담배를 필 생각이 없었던 나는 같이 이야기를 하던 환자 셋에게 담배를 주었다. 그리고 한 개피가 남았다. 

 병원안에는 상담실을 제외한 프로그램실이 두 개가 있었고 환자들이 자기전 티비를 시청하는 곳도 그 두 곳 이었다. 그중 한 곳은 도박중독자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는데 이유는 토토인가 프로토인가 혹은 사설 토토인기로 병원안에서 친구나 지인에게 전화를걸어 배팅을 하고 각종 스포츠 경기를 10초에 한번 씩 채널을 돌리며 보곤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방에 도서보관대가 있었고 종종 책을 읽기 위해 책을 고르러 그 방을 드나들곤 했었다. 

 그날 한가치의 담배만 두고 모두 나눠준 뒤, 자기전 읽을 책을 고르기 위해 도박중독자들이 티비를 보는 방을 들어가자 그애도 티비를 보고 있었다. 서먹한기분이 들었고 괜히 뒷통수가 따가워 책을 고르고 뒤를 돌아보니 그애는 자리를 뜬 뒤였다. 프로그램실을 나와 내 병실로 가던 중 그애가 나를 불렀다. 

 "오빠!"

 뒤를 돌아보자 그애였다. 그러더니 내게 

"아까 딴애랑 햇갈렸어. 미안~"명랑하게 말하며 내게 아까 들고왔던 과자를 건냈다. 

 과자를 받고 어색하게 고맙다고 말하고 말을 흐리며 돌아섰다. 그리고 뒤를 돌아봤더니 그애가 나를 처다보고 있었다.  그냥 나도 모르게 여기서 기다려봐 라고 말하고 마지막으로 숨겨둔 마지막 담배 한 개피를 찾아 그애에게 건냈다.

"나 이것밖에 없어.  다음엔아저씨에게 달라고해봐." 라고 말한 뒤 헤어졌다.  

 환자들과 어색함울 조금 푼 뒤로 나는 치료프로그램울 하루에 하나 정도는 참여하게 되었다. 그중 다음날 받은 교육은 참석율이 가장 저조한 금연치료였고 금연에 관한 짧은 글을 읽고 환자들 끼리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교육이 끝나자 수간호사님이 나를 불러 우리 병실에서 담배냄새가 많이 난다. 나는 피지 않는다는 것을 안다. 이미 스테이션에서 다 파악중이니 자중해달라고 아저씨께 넘지시 말해달라며 은단 한 통을 주었다. 

  담배 하나 때문에 술을 끊으러 와서 이게 무슨 짓인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그 날 밤  또다른 마약즁독자 남성이 몰레 우리ㅜ병실에 들어와 자는 우리를 흔들어 깨우며 담배 한 개피만 달라고 요구할 때 절대로 병실에서 담배는 피지 말아야겠다 라고 다짐했다. 

 이후 꼬맹이(그애)와는 병동에서 잠시 스쳐가는 정도지 접점이 없었다. 입원 8일차가 되었고 나는 의사의 허가아래 아침 산책과 점심산책 그리고 한 번의 외출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외출시간이 주어지기에 나처럼 자의로 입원한 경우는 옷을 병실에 따로 챙길 수 있었던 것이다. 
병동을 나가 가장 먼저 한 것은 담배를 피는 일이었다. 한 번 나갈 때마다 두개피를 연속해서 피웠고 그것 만으로도 병동안에서 담배를 참을 수 있었다.  담배는 지하주차장에 숨겨두고 외출시 꺼내서 흡연장에서 피웠다. 

 그날 외출을 끝내고 돌아오자 병실앞에 그애가 있었다. 베시시 웃으며 "오빠아아~"라고 말을 걸었다. "담배 없어."라고 말을 했지만 집요하게 정말 없냐고 따져 물었다. 
 개인적으로 마약 중독자의 특징은 정말 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며칠간 꼬맹이가 이쁜 외모 때문에 귀염을 많이 받을 뿐 유명한 꼴통이란걸 알게됐고 나도 편하게 대하게 되었다. 
 "없다 정말... 아 이거나 좀 먹어라. 손 펴봐"라고 말하며 꼬맹이의 손에 은단 몇 알을 털어줬다. 

 그 때 갑자기 간호사가 뛰어와 그애의 손을 펴보았다. 갑작스러워서 무척이나 놀란 눈으로 간호사와 그녀를 번갈아 보았다. 그애는 이미 익숙하다는 얼굴로 손을 펴 은단을 보여줬고 간호사는 은단을 확인하자 머쓱한 얼굴로 돌아갔다.     

 병원에서 참 쓰래기 같은 사람들도 많이 보았다. 주로 나이든 환자들이 젊은 여성환자에게 치근거리거나 성희롱 혹은 환심을사기 위해 건내선 안될 것들을 건내는 것들을 종종 보았다. 

 아마 내가 그녀에게 건내선 알될 물건을 건내는 것으로 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얼마전 내가 담배를 건낼 때는 감시되고 있지 않을 때 였으리라. 

 아직 아저씨의 담배가 떨어지지 않았을 때라 집요함이 남달랐던 두 마약 중독자들은 우리 병실 앞을 자주 찾았다. 병실에 접는 책상을 펴 책을읽거나 공부를 하노라면 꼬맹이가 여지없이 말을 걸어오고 아저씨가 샤워장에 있거나 홀에서 탁구를 칠 때면 아저씨가 올 때 까지 병실문의 레일을 사이에 두고 대화를 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리고 아저씨가 늦어질 때면 은단이나 좀 달라면서 손을 내밀었다. 

 서로의 간단한 신상에서 점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누게 되었다. 나는 상관없지만 혹시라도 누군가 그녀을 특정하기를 바라지 않으면서 가능하면 그녀의 신상을 말하지 않겠다.

 원레 노가다를 하던 나로선 병동안 생활이 많이 답답했다. 그래서 하루 40바퀴정도 병동을 걸었다. 병동을 한 바퀴동면 약 90미터였는데 바닥의 타일갯수를 새보고 계산한 것이다. 그리고 자기전 혼자 병동을 걷노라면 어느새 꼬맹이가 옆에서서 같이 걸어주곤했다.  

 그리고 자신이 왜 병원에 오게 됐는지를 털어놓기 시작했다.  몇가지 키워드만 말하면 재혼-조기유학-버려짐-실패-중독...이후 몇가지 형사사건...

 털털한 애였다. 애써 감정을 잡지도 않았고, 아무일도 아닌척 연기도 안했다. 아주 조금씩 서서히 자기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 마다 그 표정이 참 솔직하다고 느꼈다.  그리고 어느날 환자들과 그아이의 이야기를 하다 내가 그애에게 들은 이야기를 하자 아무도 듣지 못한 이야기 인 것을 알고 다시는 입을 열지 않았다. 

 내가 묻는 이야기에도 소탈하게 대답하곤 했다.
마약이니 약물류에 대해 전혀 모르던 나는 어쩌면 무례한 호기심이 많이 일었고 이것저것 묻다보니
결국 이 아이는 물주였구나... 본인은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구나 하고 느끼게 되었고 연민이 일었다. 

 그러던 어느날 좀 더 가까워 지는 계기가 생겼다.
졸피뎀을 수년간 먹어온 나는 처음 며칠을 제외하곤 도무지 잠을 이룰 수 없는 날이 많았고
이후 며칠에 걸쳐 담당의와 간호사 분들의 노력으로 수면제가 아닌 유도제 혹은 사이드 이팩트로 짐을 유도하는 약을 칵테일요법으로 찾아내 잠을 자게 되었다. 

 잠을 이루지 못하던 어느날 병실을 나와 홀을 지나 프로그램실로 향했다.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을 스테이션에서도 알고 있었고 모범적인 생활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11시가 넘은 시간에도 제지를 받지 않았다. 그리고 프로그램실에 들어가자 그애가 있었다. 혼자 티비도 틀지 않고 어두운 조명아래 앉아 창밖을 보고 있었다. 

 "깜짝이야...; 안자고 머해?"

 "어? 오빠 또 못잤구나... 난 책에서 뭐 좀 찾아볼라다가 여긴 소설 밖에 없어서...."

 "뭐가 궁금해서? "

 "오빠 재판 받아봤어?"

 " 가족중에 많이 받는 사람은 있지..., 왜 나 앞으로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ㅇㅇ 오빠 나 재범이거든? 저번엔 기소유예 받고, 이번엔 아빠 말로는 집행유예 나올거 같다는데..."

 "그 때는 미성년자였고.... , 재범이라 잘 모르겠다.  신변에 위협을 느껴서 자수아닌 자수한 케이스니... 여기와서 읹아봐. 형사소송 절차라도 대충 쉽게 말해줄께"

 사실 대화를 하다보면 때로는 상식이 지나치게 부족하고, 대화에 은유나 싱징이 들어가면 절대로 이해를 못했기에 좋은 대화상대는 아니었다. 

 하지만 어린나이에 외국에 혼자보내져 교육을 실패하고 한국의 정규교육을 제대로 이수 받지 못한 사정은 항상 그 애를 연민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그날 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내가

"어쩌면 넌 외모에 걸맞지 않는 지성때문에 삘리 꺽인 꽃이고... 피해자일지도 모르겠다..."

라고 말했고, 그애는 한참 동안 나를 응시하다 

"아빠랑 똑같은 말하네...." 라고 말한뒤 쓸쓸한 눈으로 창밖을 보다  병실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날 그녀는 아버지가 방문해 보호자동반 외출을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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