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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내 삶의 바닥은 여기인가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게시물ID : humorbest_153959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아밀리에(가입:2012-03-10 방문:573)
추천 : 30
조회수 : 708회
댓글수 : 0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7/12/19 12:05:21
원본글 작성시간 : 2017/12/19 11:13:01



살면서 내 삶의 바닥은 여기인가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우울의 홍수에 떠밀리고 떠밀려 눈 뜨면 하루하루를 그저 버티기만 하던 그런 시기가 있었다.
나에겐 고 3 시절이 그랬다.
내 어두운 모습을 보이면 떠날까, 혹은 욕할까 두려워 언제나 남들 앞에서는 가면을 쓰고 웃고 또 웃으면서도 모두들 잠든 밤이 되면 베갯잇이 다 젖을 정도로 숨 죽여 울던 그런 시절이었다.


내가 그랬던 시절에 샤이니라는 가수는 당차게 데뷔를 했다.
그 그룹에는 종현이라는 멤버가 있었다.
그리고 나는 그 멤버의 노래를 듣고 목소리를 들으며 조금씩 위로받기 시작했다.
그 즈음 나는 내 친구들에게 “샤이니 빠순이”로 통했다.


새벽마다 종현이의 노래를 들으며 울고 또 울었었다.
하지만 그렇게 울고나면 언제나 개운했다.
내 시커먼 동굴에 누군가 촛불 하나 켜 준 기분이랄까, 여튼 그랬다.
누군가에겐 겉 멋 든 딴따라였을것이고, 누군가에겐 숭배하고 싶은 우상이었겠지만 나에게 종현이는 그냥 어깨 툭툭 털어주는 친구 같았다.
그건 유사연애의 감정도 아니었고, 극성스러운 빠순이의 마음도 아니었고, 얼굴 한 번 본 적도 없지만 마음 통하는 소울메이트를 찾은 것 같은 그런 고마운 마음이었다.


동굴 속에만 들어가던 시기를 극복하고 나니 조금은 종현이에 대한 관심이 식었었지.
내가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을 즈음엔 매일매일 스케쥴을 줄줄 꿰던 과거의 나는 없었지만 그래도 종현이는 언제나 티비에서 보면 반가운 사람, 라디오에서 목소리를 들으면 그 시절이 생각나 왠지 그냥 찡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이었다.


팬과 스타의 관계라는게 그렇다.
내가 그 스타를 알기 전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 사이지만 내가 그 스타의 팬이 되는 순간부터는 그 스타가 나를 알지 못하더라도 우리는 애틋한 팬과 스타의 관계가 되는 것이다.
일방적이면서도 일방적이지 않은 요상한 관계이다.
그래서 그 스타를 보내 줄 때에도 팬은 그 끈을 쉽게 놓지 못한다.
지금 내가 그렇다.


너의 유서를 보니 네가 얼마나 힘들었을지 절절하게 느껴져 왜 그랬냐는 탓도 하지 못했다.
나에게 너는 그렇게 큰 위로가 되었고 힘이 되었는데, 나는 너에게 그럴 수 없었음에 가슴이 아프다.


부디 하늘에서는 행복하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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