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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때마다 아무말 대잔치에 시달리는.ssul
게시물ID : humorbest_154995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냥노동자
추천 : 93
조회수 : 14698회
댓글수 : 1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8/02/19 08:24:51
원본글 작성시간 : 2018/02/19 05:17:44
 
 
 
내 주댕이로 튀어나오는 아무말과 손가락으로 쳐지는 아무글의 출처가 어디인지 항상 궁금했었고,
그 원천을 찾기 위해 나의 지난 되바라진 삶을 돌아보다가 '인풋이 있으면 아웃풋이 있다' 라는 간단한
논리를 생각해냈다.
 
 
그랬다. 아무말의 출처는 아버지였다.
 
어렸을 적 아버지의 모습은 근엄한... 신문을 보는... 우수에 찬 눈으로 담배를 피우는...
 
확고한 정치신념으로 노태우와 전두환을 제일 앞장서서 욕하던...
 
아니 뭐, 그런거 다 필요없고 이제보니까 아무말의 화신이더라... 라는 이야기다.
 
 
요사이의 아버지는 이상하다.
 
내가 나이를 먹는데 비례해 아버지의 나이도 급상승중인데, 반면 정신적인 교류는 좁혀지는 느낌이다.
 
가령 이런식이다. 수요일 저녁 일을 마치고 막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기 전에 아버지에게 카톡이 왔다.
 
 
"야 외노자 어디냐"
 
"제가 왜 외노자에요"
 
"양산사는 외지사람 아니냐"
 
"저 여기 주민인데요..;;;"
 
"어~ 원래 경기도 사람인거 인정? 어 인정~"
 
(동생이 튀어나오며)"아빠 그런말 어디서 배웠어 내가 못살아 진짜;;;"
 
"이게 그 아재개그인가 뭔가 그거 아니냐?"
 
"완전 다르거든요?"
 
 
어디서 이상한 말 배워와서 단톡방에 자랑스럽게 뿌리는건 예삿일이다.
 
 
 
할머니 산소앞에서 막걸리를 따르고 절을 하는데, 아버지가 길게 말씀하시길
 
"야 할머니 산소좀 이거 갈퀴로 낙엽도 좀 치우고 해야겠다"
 
"왜 전날 안하고"
 
"전날 하면 오늘 절할것까지 퉁쳐야 되고, 명절날 안오는줄 알거아냐"
 
"..."
 
"...그리고 실제로 안올걸...아마?"
 
"내가 조상님 덕을 왜 못보는지 알겠네요."
 
 
 
혹은 저녁을 먹는데 떡국이 좀 짰다.
 
 
"짜다"
 
(어머니가)"간을 미리 했는데 니가 소금 더 쳐서 그래"
 
그러자 아버지가 조용히 말하길
 
"니가 준 용돈보다 짤까"
 
(어머니가)"국물좀 더 부어줄까?"
 
"붓긴 뭘부어. 용돈 더 안부으면 저자식 국물도 붓지마"
 
"사람 진짜 못됐다 아버지"
 
"못된건 니 용돈이고"
 
"아니 노동자동생은 용돈 안줘도 뭐라고 안하면서?!"
 
"쟤는 노스페이스 패딩 사줬거든! 엄마는 핑크색! 나는 회색!"
 
 
반박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사흘동안 아무말에 시달리다 돌아오는 길에 아무말+소고기 2.5kg과 맞바꾼 밑반찬과 지난해에 수확한 고구마를 들고 내려오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저양반들 아무말을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까 해서 앞으로는 좀 자주 찾아가야겠다 싶었다.
 
뭐 근데 하는거보니 당장은 괜찮을거같긴 하다 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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