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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맨의 하루#7 대표이사의 자질 또는 품성
게시물ID : humorbest_160486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ahh
추천 : 40
조회수 : 6596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9/09/03 12:06:56
원본글 작성시간 : 2019/09/03 09:16:11
*산업 건 해결하고 며칠인가 지났을 거야. 어쩐 일인지 일찍 출근한 대표님이 자기 방으로 직행하지 않고 사무실로 와서는 휘 둘러보는 거야. 각 팀을 돌며 관심 사안, 주요 오더 진행 상황을 해당 직원이나 팀장에게 묻곤 하였지. 한 번씩 있는 일이긴 했지만 일찍인 경우는 드물었어.
 
그렇게 한 바퀴 돌고, 내 자리까지 와서는 대표이사실로 오라는 거야, 잠깐 보자면서 말이지. 난 그때까지 대표님이 이것저것 물을 거에 대비, 여러 수치(현재까지 실적, 이후 예상 매출, 신규거래처 추진 내역 등)를 챙기고 있었어. 의아했지. 일개 팀장이 사장실에 갈 일은 거의 없었으니까.
 
이 과장 걸마, 간 크네
 
대표님은 내가 앉자마자 담배에 불을 붙이고는 싱긋이 웃으며 말하는 거야.
 
그래, 영업하려면 그 정도 배포는 있어야지. 선금 이천만 원은 들어왔다면서?”
 
 
보증인이 딸이라며?”
 
 
이미 결재라인을 통해 보고를 받았을 터, 다 알고 있는 건을 담당 팀장에게 또 묻는다? 난 그때까지, *산업 건에 미심쩍거나 뭔가 당부하고 싶은 말이 있을 거라고만 여겼어.
 
나중에 문제 생기지는 않을까?”
 
, 이건가? 보증인의 담보 가치를 묻고자 한 건가? 그건 사무실에서 말했어도 될 터, 뭐하러 여기까지 불러 물어본단 말인가. 난 바로 대답했어.
 
보증인은 **자동차 **부에 근무하고 있습니다. 연봉이 꽤 높은 편입니다. 그보다는... *섭이 딸의 앞날까지 망칠 거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대표님은 고개를 끄덕였어.
 
이자는...”
 
 
“10%입니다.”
 
너무 과하지 않나? 이자만 4천 정도 되잖아.”
 
과하지 않습니다. 법정이자는 20%입니다. *섭의 사정을 많이 고려해 책정한 이자율입니다.”
 
대표님은 담배를 한 대 더 꺼내 물고는 잠시 생각을 하더라.
 
박 팀장
 
 
우리 너무 독하게는 가지 말자.”
 
무슨 말인가 싶어 얼굴을 한번 쳐다봤지.
 
우리가 뭐 자선 사업가도 아니니, 이자를 아예 안 받을 순 없고, 지금 시중 대출이자가 5% 정도니 그 정도만 받아라. 대신에 상환 날짜는 꼭 지키라 하고...”
 
이거였구나. 비로소 날 부른 이유를 알 수 있었어. 여린 사람..., 두뇌 회전이 빠르고 나설 때와 물러설 때를 아는, 한번 결정된 일이면 좌고우면하지 않고 밀어부치는 사람이었지만, 한가지 흠이 있다면 마음이 여렸다는 거지.
 
오랜 기간 거래한 업체가 어음을 막지 못해 부도를 낸 적이 있었어. 피해액은 3억 정도, 업체 대표가 직접 회사를 찾아 왔었어, 현금 3천만원 들고 말이야. 재산 다 정리하고 남은 돈인 거 같았어. 모시고 사장실로 갔지. 두 분, 평소 면이 있었거든. 업체 대표님은 난망한 표정으로 재기하겠다. 언제인지 지금 확답할 수 없으나 나머진 차후 꼭 갚겠다고 했어. 묵묵히 듣고만 있던 사장님이 그러는 거야.
 
그 돈 다 우리 주면 사장님은 뭐 먹고 삽니까? 재기하시려면 종잣돈 조금이라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잠시 뭔가를 생각하더니 인터폰을 눌러 경리부장에게 백지 당좌수표 한 장과 법인인감도장 가져오라 시켰어. 뭔 일인가 싶어 허급지급 달려 온 경리부장은 수표를 건네고는 멀뚱히 서 있었지. 아 글쎄 이, 대표란 사람이 말이야, 백지 당좌에 한 달 만기로 1억을 적더니 도장을 꾹 찍고서는 부도낸 업체 사장님께 주는 거야.
 
사장님, 제가 사업 첫 시작 할 때 도움을 준 게 삼*이었습니다. 우리 회사가 이리 성장하는데 누구보다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우리도 힘들 때 많았습니다. 그때마다 삼*이 있어 견딜 수 있었습니다. 이걸로 다른 빚 갚는 데 쓰지 말고, 종잣돈이라 생각하시고...”
 
순간, 업체 대표님의 눈물보가 터졌었지.
 
황당했던 건, 업체 사장님이야 여러 가지 회한으로 또 생각지 않았던 배려에 눈물샘이 터졌겠지만 그걸 보는 대표란 사람은 왜 또 눈가가 그렁그렁해지느냐 말이야. 이 모든 상황을 지켜보는 나는 또 왜...
 
뭐 그런 사람이었어. 어딜 가서 귀하고 맛있는 거 먹으면 다음 날 구내식당 점심 메뉴에 해당 음식이 오르고, 수요일은 삼겹살데이, 금요일은 중식 먹는 날... 현장 사람들은 밥심으로 산다며 어떻게 해서든 잘 먹이려 애쓰는 바람에 구내식당 아주머니들 원성(?)이 자자했었지. 그냥 불고기 만들어 척척 담아주면 되는데 이건 뭐 상추, 꺂잎 씻고 마늘, 고추 다듬어야 하고 쌈장에, 기름장에... 그기다 돼지고기 못 먹는 사람들을 위해 따로 국이며 반찬을 준비해야 했으니까. 불판에 낀 기름기는 어떻고, 식기세척기에 돌려도 빠지질 않으니 수요일 오후만 되면 구내식당 아주머니들은 둘러앉아 씨바씨바~하며 쇠솔로 무쇠불판을 빡빡 문질렀었지. IMF 외환위기 덕에 회사를 더 키웠지만, 그걸 자신과 경영진, 회사가 잘 나서가 아니라 운으로 돌렸던 사람, 회사의 성장 뒤편에 수많은 장삼이사들의 피눈물이 있었다는 걸 아는, 그런 사람이었어.
 
그리고, 이 과장 너무 기죽이지 마라, 험한 산에 가서 호랑이 잡으려면 다치기도 하는 거지 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어. 무슨 의민지 알았으니까. 영업하는 사람이 물건 파는 걸 겁내면 그길로 끝이야. 행여 이 과장이 미*산업 건으로 기죽을까 그리 말한 거겠지. 하지만 말이야, 여차하면 1억 쌩돈을 날렸을 터, 그것도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담당자의 명백한 판단 미쓰, 당사자나 팀장이 징계위 회부 되어 불이익받아도 뭐랄 수 없는 상황이었지. 근데 그걸 호랑이 잡으려다 생치기 좀 난 걸로 여기니...
 
그리고는 봉투 하나 주길래 넙죽 받았어. 나도 모르게 손이 쑥~ 나가더라.
 
팀원들과 회식이나 해라, 경리부도 모르는 돈이니 소문내지는 말고...”
 
감사하단 인사를 하고 사장실을 막 나서려는데 한 마디 덧붙이더라.
 
박 팀장, 다 좋은데 말이야, 토끼 잡으러 갔다 다리 부러지는 일은 없어야겠지?”
 
의미심장한 말이었어. 자리로 돌아와 대표님이 준 봉투를 열어봤어, 그기엔 100만원 짜리 수표 3장이 들어있었지. 팀원 회식비로는 과한 액수, 평소 같았으면 마냥 좋았을 터인데, 대표님의 마지막 말이 계속 떠오르는 거라. 간단한 메시지가 아니었으니까.
 
그럼 미*산업 건은 어떤 경우일까? 호랑이 잡다 다친 걸까? 아니면 토끼는 고사하고 다리까지 부러져 산에서 내려온 걸까채무자와 보증인이 약속한 대로 종결되면 전자일 것이고 만에 하나 일이 틀어지면 후자로 기록되겠지. 전자이면 유능, 후자면 팀원 관리 잘못해 회사에 불이익을 끼친 무능한 팀장이 되는 거겠지.
 
이자를 감액해줘라, 부하 직원 기죽이지 마라, 문책은 고사하고 오히려 회식하라 봉투 두둑히 챙겨주면서, 마지막 당부는 아마추어 짓 하지 말란 거였어.
 
그런 대표님을 난 정말 좋아했어. 마음 여린 것까지도... 사람 냄새가 났으니까. 단순한 장사꾼이 아니었으니까. 당연한 거겠지만 이익이 날 때마다 연말에 별도 상여금을 나눴어. 특이했다면 임원은 조금 많이, 말단은 아주  조금 작게. 급이 높다고 해서 특별히 많거나 하지는 않았단 거야.
 
퇴사한 지 6년이 되어가지만, 대표님을 난 여전히 존경해. 닮고 싶은 인물이었으니까. 나에게도 직원이란 이름의 가족이 100여 명이 된다면 아니, 그 반에 반만이라도 된다면 대표님처럼 하고 싶었으니까.
 
승진이 보장된 자리를 마다하고 퇴사할 때, 독립할 때, 제일 마음에 남은 분이 대표님이셨지. 끝까지 충성하겠노라, 회사에 뼈 묻겠다 속으로 다짐을 했었건만 결국 대표님 동생이자 상관이었던 임원과의 갈등으로 회사를 떠날 수밖에 없었지. 인척이랍시고 은근히 으스대고 자신의 실수를 아래로 돌리는 것까지는 참았어, 하지만 회사에 누 끼치는 건 용납할 수 없었지. 계속 부딪히고 싸우고...
 
타인과 가족, 남과 핏줄의 차이가 뭔지 알어? 아홉 번 망나니짓 하는 원수 같은 놈, 한 번의 이쁜 짓에 마음이 움직이면 그건 가족이고 핏줄이야. 아홉 번 내게 잘하다 한번 잘못하면 섭섭하고 미운 감정이 들면 남인 게고... 올 해는 저놈 반드시 내보내고 만다. 한직으로 돌리겠다. 동생이 실수하고 구설수에 오를 때마다 대표님은 말했지. 하지만 그게 어디 쉬운 일이야? 제사 때 명절 때 한솥밥 먹는 핏줄, 친척 길흉사 때마다 얼굴 보는 사이인데.
 
직원들 등골까지 빼 먹는 악질 대표도 많지, 하지만 돌아보면 직원을 진정 가족처럼 생각하고 대우하는 유능한 사장님들도 많아. 한 번 사는 인생, 영원할 수 없는 사업, 직원이 퇴사한 지 수년이 지났음에도 이전에 함께 했던 대표이사를 그리워하고 존경의 마음을 가진다면, 닮고자한다면, 누구나 그리 생각하지 않을까. '이 사람 믿고 끝까지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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