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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산이 있었지만 없었던 내 친구.
게시물ID : humorbest_160632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딩굴~
추천 : 34
조회수 : 10494회
댓글수 : 9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9/09/19 07:53:55
원본글 작성시간 : 2019/09/18 23:4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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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이 가자. 

열여섯 여름날 네가 건넨 한마디.

그날 비는 갑자기 내렸고, 계속 내렸고, 

그래서 나는 학교 건물 앞에서 나서지 못하고 있었어.

우산도 없고 같이 갈 친구도, 데리러 올 사람도 없고, 

그리고 난 딱히.. 급한 일도 없었거든.

기억하기로 너는..

학교 계단을 두다다다 내려오며 

가방을 뒤적뒤적했던 것 같아, 

멍한 나를 보며 갸웃했던 것 같아, 

분명히 기억나기로 너는

비오는 바깥과 나를 번갈아 보았어.

그리고 너는 픽 웃었어, 

같이 가자. 네 목소리가 들렸어.

머뭇거리다 어물쩡있는 나를 빗속으로 밀어넣고, 

너는 웃었던 것 같아. 

나는,

응..한마디 대답도 못하고. 

비에 젖어가는 네 뒷통수와 간간이 돌아보는 네 눈, 코, 입.

어째서 이렇게 또렷한건지..

비가 오는 날이면 무한재생되곤하는 그 날이, 내 기억이

종종 이해가 되지 않았어. 

만약...너에게 크게 웃어줬다면, 

다음날 어제는 잘 들어갔어 물었다면, 

아니 눈인사라도 건넸다면..그래서

우리가 친구가 됐다면..

그날 네 등에 매달려 들썩거리던 까만 가방에 

삐죽이 보이던 우산 손잡이를 봤던 것도..

나는 아직 이 이야기가 이해되지 않아.

그냥..기억이 아주 오래도록 지금처럼

비오는 날 나를 찾아와주길 바라.
출처 내 열여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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