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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알고있는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게시물ID : humorbest_162056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Bini_K
추천 : 31
조회수 : 8852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20/02/28 14:04:23
원본글 작성시간 : 2020/02/26 10:42:14
[혜영,용철 사건]

사건은 서울특별시 마포구 망원동의 연립주택에서 일어났다.
최초 목격자에 의하면 반지하방에서 연기가 나와 열고 들어가보니 방 안에 사건의 주인공인 5살 권혜영, 4살 권용철(기록에 따라 이름이 '영철'이라고도 한다) 남매가 쓰러져 있었다고 한다. 사건 당시 이들의 부모인 권모씨와 이모씨는 맞벌이를 하고 있었는데, 권 씨(당시 30)는 부천시에서 경비원을 하고 있었고, 이 씨(당시 28)는 합정동에서 파출부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을 하러 나가다 보니 어린 자녀들이 부모가 없는 사이 부엌에만 나가도 연탄불이나 식칼 등 다칠 일이 많고, 밖에라도 나가면 길이라도 잃을까, 유괴나 교통사고라도 당할까 우려하여 밥을 차려놓고 요강을 들여놓고 문을 밖에서 잠그고 일을 나간게 화근이 되었다.

남매는 모친인 이 씨가 파출부 일을 나간 직후 방안에 있는 성냥으로 불장난을 했고, 불은 옷장과 옷가지로 옮겨붙은 다음 곧 꺼졌지만 안타깝게도 이들 남매는 모두 질식사로 피어보지도 못한 나이에 생을 마감했다.

아이들의 부모는 충청도에서 농사를 지으며 살았으나, 가난이 너무도 극심하여 포기하고 서울로 올라온 사람들이었다. 그러나 그곳에서도 형편은 순탄치 못했다. 남편 혼자의 벌이로는 벅차 아내도 생활전선에 뛰어들어야 했지만 아이들이 문제가 되었다. 처음에는 시골에 계신 어머니에게 보냈지만 어린애들을 돌보는 게 매우 체력소모가 큰 일인지라 연로하신 어머니는 얼마 버티지 못해 다시 돌려보냈고, 돈을 쪼개 이웃에게 주며 아이들을 봐 달라고 부탁해 봤지만 오래 못 가 그럴 돈도 바닥났다. 인근에 어린이집이 있었지만, 오후 5시까지만 맡아줘 도움이 안 됐다. 또 아이 한 명당 월 5만원이었고, 부부 수입은 월 65만원이었다. 그렇다고 아내가 돈을 안 벌고 아이들만 돌보고 있자니 집세는 급격히 오르고, 빚더미는 불어가기만 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결국 아이들은 방치될 수밖에 없었다. 하루종일 일을 나가 필사적으로 돈을 벌지 않으면 도저히 살 수가 없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결국 아직 제 앞가림도, 사리분별도 못하는 다섯살짜리에게, 더 어린 세살짜리 유아를 떠맡기고 잘 놀라고 당부하는 것이 부모가 할 수 있는 일의 전부였다. 결국 아이들은 아무도 돌봐주지 않는 집 안에서 자기들끼리만 외롭게 놀다가 화마에 휩싸여 숨졌다. 불은 별로 태운 것도 없이 곧 꺼졌지만, 전술했듯 문이 잠겨 있던 게 문제였다. 방에 갇힌 아이들은 열리지 않는 문을 피가 나도록 필사적으로 손톱으로 긁어대며 죽어갔다. 실제로 방문에서 손톱 자국이 발견됐고, 아이들의 손에 피가 나 있었다고 한다. 아이들이 다칠까 문을 잠가둔 부모의 배려가, 오히려 자녀들을 탈출조차 하지 못하고 속절없이 죽게 만든 것이었다.

이 사건은 당시 사회에 큰 충격을 주면서, 바로 이듬해인 1991년 영유아 보육법을 제정하는 계기가 되었다고 한다. 관련법이 아예 없었다는 데서 짐작이 가겠지만, 당시에는 유아보육에 대한 인프라가 너무나도 미비한 시절이었다. 정말 어려운 집이 아니고서야 맞벌이가 드물었고, “접시와 여자는 내돌리면 깨진다”는, 지금 보면 여성혐오에 가까운 소리가 속담이랍시고 입길에 오르내리던 때였다. 보육 시설이나 제도는 부족하기 그지없었고, 탁아나 보육 시설의 확대를 논하면 너도나도 “애들은 엄마가 길러야지.”, "애를 부모가 책임질 것이지 왜 사회에 떠넘기냐? 지가 낳아놓고, 왜 나라에 뭘 어떻게 하라는 거냐?"며 냉소하기 바빠 힘이 실리지 못했다. 

그리고 사연이 알려지자 안타깝게 여긴 시민들로부터 부모에게 성금이 답지했다고 하지만, 자식들을 하루아침에 잃은 부모에게 그 돈이 무슨 의미가 있었을까?

정태춘의 5집 <아 대한민국>에 실린 곡 중 이 사건을 배경으로 한 <우리들의 죽음>이라는 노래가 있다. 사건 6개월 뒤인 1990년 10월 발매. 심약한 사람은 듣고 나면 펑펑 울 수도 있는 슬픈 노래이다.


우리들의 죽음 - 정태춘
작사: 정태춘 작곡: 정태춘


맞벌이 영세 서민 부부가 방문을 잠그고 일은 나간 사이,
지하 셋방에서 불이나 방안에서 놀던
어린 자녀들이 밖으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질식해 숨졌다.
불이 났을 때 아버지 권씨는 경기도 부천의 직장으로,
어머니 이씨는 합정동으로 파출부 일을 나가 있었으며,
아이들이 방 밖으로 나가지 못하도록 방문을
밖에서 자물쇠로 잠그고, 바깥 현관문도 잠가 둔 상태였다.

연락을 받은 이씨가 달려와 문을 열었을 때,
다섯 살 혜영양은 방 바닥에 엎드린 채,
세 살 영철군은 옷더미 속에 코를 묻은 채 숨져 있었다.
두 어린이가 숨진 방은 3평 크기로 바닥에 흩어진 옷가지와
비키니 옷장 등 가구류가 타다만 성냥과 함께 불에 그을려 있었다.

이들 부부는 충남 계룡면 금대2리에서 논 900평에
농사를 짓다가 가난에 못이겨 지난 88년 서울로 올라 왔으며,
지난해 10월 현재의 지하방을 전세 4백만원에 얻어 살아왔다.
어머니 이씨는 경찰에서'평소 파출부로 나가면서
부엌에는 부엌칼과 연탄불이 있어 위험스럽고,
밖으로 나가면 길을 잃거나 유괴라도 당할 것 같아
방문을 채울 수밖에 없었다.'면서 눈물을 흘렸다.

평소 이씨는 아이들이 먹을 점심상과 요강을
준비해 놓고 나가 일해 왔다고 말했다.
이들이 사는 주택에는 모두 6개의 지하방이 있으며,
각각 독립구조로 돼 있다.

젊은 아버지는 새벽에 일 나가고 
어머니도 돈 벌러 파출부 나가고 
지하실 단칸방엔 어린 우리 둘이서 
아침 햇살 드는 높은 창문 아래 앉아
윗목에는 싸늘한 밥상과 요강이
방문은 밖으로 자물쇠 잠겨있고
배가 고프기도 전에 밥은 다 먹어치우고
엄마, 아빠가 돌아올 밤까지
우린 심심해도 할게 없었네
낮엔 테레비도 안 하고 우린 켤 줄도 몰라
밤에 보는 테레비도 남의 나라 세상
엄마, 아빠는 한 번도 안나와
우린 종일 누워 천장만 바라보다
우리 집도, 우리 동네도 안나와
조그만 창문의 햇볕도 스러지고
잠이 들다 깨다 꿈인지도 모르게
오줌이 안 마려운데도 요강으로
또 성냥불 장난을 했었어

엄마, 아빠가 우리와 함께 거기 있었다면...
우린 그런 것밖엔 또 할 게 없었네
동생은 아직 말을 잘 못하니까
후미진 계단엔 누구 하나 찾아오지 않고,
도둑이라도 강도라도 말야 옆방에는 누가 사는지도 몰라,
내 눈썹, 내 머리카락도 태우고
어쩌면 거긴 낭떠러지인지도 몰라
성냥불은 그만 내 옷에 옮겨 붙고
엄마, 아빠! 우리가 그렇게 놀랐을 때
여기 저기 옮겨 붙고 훨, 훨 타올라
우리 놀란 가슴 두 눈에도 훨, 훨
손톱에서 피가 나게 방 바닥을 긁어대기 전에,
방문은 꼭 꼭 잠겨서 안 열리고
하얀 연기는 방 안에 꽉 차고
우린 서로 부둥켜 안고 눈물만 흘렸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우린 그렇게 죽었어
아니, 엄마만이라도 함께만 있었다면...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 함께 있었다면... 
 아니, 우리가 방 안의 연기와 불길 속에서
엄마, 아빠가 보고 싶어 방문을 세차게 두드리기 전에
부둥켜 안고 떨기 전에
이건 엄마, 아빠의 잘못이 아냐
그러다가 동생이 먼저 숨이 막혀 어푸러지기 전에,
그 때, 엄마, 아빠가 거기에 함께만 있었다면...
아니야, 우리가 어느 날 도망치듯 빠져 나온
우리 네 식구 단란하게 살아 갈 수만 있었다면...
시골의 고향 마을에서도 아니, 
여기가 우리처럼 가난한 사람들에게도
아니, 여기가 엄마, 아빠도 주인인
축복을 내리는 그런 나라였다면... 
 그런 세상이었다면...
엄마, 아빠! 너무 슬퍼하지 마
이제, 안녕... 안녕..."
여기 불에 그을린 옷자락의 작은 몸둥이.
몸둥이를 두고 떠나지만
하늘 나라로 가는 거야
엄마, 아빠! 우린 이제 천사가 되어
다시 내려 올 수가 없어
그런데 그 천사들은 이렇게 슬픈 세상에는
우리가 이 세상에서 배운 가장 예쁜 말로
언젠가 우리 다시 하늘 나라에서 만나겠지 엄마, 아빠!
마지막 인사를 해야겠어
엄마, 아빠... 엄마, 아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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