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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에겐 일 같지도 않은 헤프닝도 백수에겐 역대급 위기 수준
게시물ID : humorbest_16993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15번지
추천 : 34
조회수 : 2801회
댓글수 : 14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22/06/29 09:55:59
원본글 작성시간 : 2022/06/29 08:1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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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문 1천회 튜토리얼도 넘겼겠다 이제 슬슬 게시판에 글을 써도 되려나 싶어서 한 번 긁적긁적 해봅니다ㅎ








전 흙수저 출신 임에도 불구하고 주제 넘게 


나이 마흔이 넘은 가장의 몸이면서도 


잘 다니던 회사를 때려치우고 백수 생활 2년 차를 달리고 있는 중입니다.




미래? 그런 것보단 그저 이젠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 보단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당분간 쩔어보자- 해서 쩔고 있습니다.




첨단 자본주의 사회, 대한민국의 백수답게 


제 일상은 아침에 눈 떠서 주식 호가창 모니터링 하다가 


맘이 내킬 때 쓰고 싶은 글을 쓰는 겁니다.


(그리고 집에서 쫓겨나지 않기 위해 밥도 하고, 빨래도 하고, 짬짬이 육아도 하고... 흠흠흠;;;)




사실 늦었지만 이제라도 원하는 글을 맘껏 쓰는 인생을 살고파서 회사를 때려치운 건데,


그렇다고 글을 결코 잘 쓰거나 다른 쪽으로 수완이 훌륭한 것도 아닙니다.


그냥 평소 하고팠던 거라서 


대외적으로는 1인출판사 CEO 라지만, 현실은 그냥 백수이옵죠. 


하루 중 가장 익사이팅한 순간이 아침 9시 주식 장 열리는 시간일 정도니까요ㅎ 




여튼 그래서 


사업자마저 내놓고 실제 출판도 했지만, 결코 평소에 부지런하지 않은 관계로 


찍어낸 제 책은 악성 재고라는 이름으로 우리집 베란다에서 절 째려보고 있습니다. 




그런 백수임에도 불구하고, 주변 지인은 또 잘 뒀던 터라서


지인이 책을 낼 필요가 있어 책을 내주게 되었습니다. 


(전 뭐.. 대~추우웅~ 편집만 해주고, 출판을 해준 거죠.)




그래도 어쨌든 지인에겐 인생의 첫 책이고, 사업성도 얼마간 보였던 관계로


보통 영세한 출판사들이 무명의 저자들에게 자비출판을 권하는 것과는 달리


제 돈으로 책을 찍어내고, 기본적인 서평단 모집 이벤트 정도는 제가 비용을 들이고 있는 중입니다. 


사실 타인의 돈이 내 주머니에 꽂힌다는 건 그만큼 책임도 따르는 것이라.. 


이런저런 고민 과정 자체가 달갑지 않아 원래 전 타인의 글은 돈이 되더라도 출판대행을 결코 하지 않는다 주의였습니다.


아, 그래서 백수가 될 수밖에 없는 팔자인 겁니다ㅍㅎㅎㅎㅎ 이번이 매우 특이한 경우인 게 맞죠.


여튼 편집에 들어간 제 인건비와 최소한의 광고비는 뭐 지인과의 관계유지를 위해 포기했고, 


종이값 정도는 지인이 소화 가능한 역량이겠거니 해서 일을 벌린 거죠.




아, 이딴 별개의 이야기들은 각설하고ㅎ


문제의 사건은.. 서평단 모집 과정에서 벌어졌습니다.




서평단 이벤트라는 게 




"우리 출판사에서 신권이 나왔습니다. 무료로 보내드릴 테니 읽어보시고 리뷰 좀 남겨주세요."




정도인 거죠. 




문제는... 말 많은 도서정가제를 시행하니 어쩌니 해도 


결국 뭐 대부분의 도서 정가가 권당 기본 2만원 이상으로 비싸지지 않는 범위에서는 유통과정의 한계로 


사실 책 한 권으로 저자나 출판사나 남길 수 있는 금액은 매우 적습니다.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가 되어 몇 만 단위 규모로 도서가 팔리지 않는 이상에는 사실 월 급여는커녕 유지비도 안나오는 게 사실입니다.


그래서 독서인구는 줄어들고 있음에도 책 같지도 않은 책이 점점 더 세상에 많이 나오는 게, 


어떻게든 물량으로 밀어서 현금 회전부터 시키는 게 지금 출판사들의 생존전략이기 때문이죠.






여튼 그래서 책을 무료로 주는 것 + 배송비 까지 해버리면 


그게 기본 광고 비용이라 생각하더라도 매우 부담스러운 게 사실입니다. 




그러니 서평단 이벤트처럼 제가 직접 한 권, 한 권, 발송을 하는 경우에는 직접 검수를 할 수밖에요.




그런데 -


어제 이벤트 참여자 한 분이 도서를 받았는데, 표지 뒷부분이 찍혀 있다며 사진을 보내주시더라고요.


제가 봤을 땐, 배송과정에서 다른 무게가 있는 택배 물품에 눌려서 생긴 자국처럼 보이더군요.




난감했습니다.


책을 하나 더 새로 보내드려야 하나? 


가장 쉬운 대처 방안이었지만, 그건 또 그거대로 지출이 상당해지는 것 같아 망설여지더군요.


무엇보다 당장 책표지 뒷면의 흠집 정도로 서평이 불가능한 건 아닐 텐데 - 라는 생각이 컸습니다.


그래서 우선은 아래와 같이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저런.. 현재로는 배송 중 어딘가에 눌린 게 아닐까 생각됩니다. 서평 써주시는 분들인데 일부러 파본을 보내드리거나 검수 없이 보내드리지는 않습니다.




관계없이 기분이 상하셨다면 매우 죄송스럽게 생각합니다. 차후에도 신작들은 계속 나올 예정이니 그때 이벤트와 관계없이 발송해 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답장을 받았습니다.




"해당 도서는 폐기처분 하면 되는 거죠?"






제가 여기까지 읽고 뉘앙스로 추정해 봤을 땐, 그분이 도서 한 권을 따로 더 받고 싶다로 해석이 되더군요. 


이때부터 전 좀 제대로 고민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주식이 하락장이라 @$%@!% 인데, 




여기서 또 내 잘못이 아닌 일로 추가 손해를 봐야 하는가?


아니다, 내가 뿌렸으니, 내 책임이 맞지.


그런가? 택배사에 말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아니다, 그러기엔 솔직히 책 표지만 살짝 그런 게 아닌가? 저 정도면 평소 알라딘이나 예스24도 겪을 수준인데? 괜한 분들 피곤하게 할 필요가 있나?


아니, 책표지 뒷면 때문에 책 본문을 못 읽고 폐기할 정도가 맞는가?


아니, 내가 저분의 의도를 곡해한 것은 아닐까? 내가 받은 사진 이미지가 흐릿할 뿐, 그냥 순수하게 보관용으로 둘 정도는 아니라는 말씀이 진실은 아닐까?




뭐- 결국 이 문제는


일단 제가 이번에 나온 지인의 책을 추가로 보내주는 게 아니라, 


이전에 제가 직접 쓰고 출판한 제 책을 추가로 보내주는 것으로 일단 결론이 났습니다.




제 기준에서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 


뭔가 큰일 보고 뒤를 닦다가 만 느낌이 들긴 하지만, 그래도!


일단 제가 뿌린 씨앗으로 생긴 문제고, 일부러 이벤트에 참여해주신 분인데, 설마 다른 뜻이 있겠나 하는 생각에서요.


하지만, 새로 나온 책을 더 보내줄 수 없었던 건 그건 그거대로 책을 낸 지인이 달가워하지 않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들더군요.








그럼,


이쯤에서 제 출판사 이름이 어찌되고, 책 이름이 뭐냐면 ~~


하고 쓰면,


그냥 제가 바이럴이나 하는 양아치가 되는 거고 ㅎㅎㅎㅎㅎ




사실은 정말 오랜만에 주식이 아닌, 본업 때문에 스트레스를 잠시 겪었단 사실이 우습더군요.


원래 1인기업 형태의 온라인 쇼핑몰 회사에서 1인 다역으로 직접 기획, 광고 + 판매 + 클레임 전화까지 다 받았던 몸이라


하루에 기본적인 질의응답 + 클레임 전화까지 3~50 통쯤을 매일 받았었는데,


백수로 2년 정도 쩔다 보니 


이젠 그 시절에 비하면 정말 문제 같지도 않은 문제로 잠시나마 고민했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웃기더란 거죠.


그래서


직장인에겐 일 같지도 않은 헤프닝, 백수에겐 역대급 위기 수준이라고나 할까요?ㅎ








---




요약


1. 본인 백수 2년차, 표면적으론 1인출판사 운영.


2. 나름 신작 나와서 서평단 모집함.


3. 서평 인원 중 한 명이 책에 흠집이 있다고 교체 희망.


4. 서평 이벤트 자체가 무료인데, 그렇게까지 부담해야 하나 잠시 고민함.


5. 결국 그냥 다른 책 새로 하나 보내주는 걸로 결말.


6. 정신차리고 보니 과거 직장인일 때에 비해 일 같지도 않은 헤프닝에 불과함.


7. 그래, 앞으로는 백수답게 내가 쓴 내 글만, 전자책으로 출판하고 말아야겠다 다짐하며 엔딩. 은 본문에 생략하고 적지 않았지만, 여튼 그런 걸로. 땅땅땅.








출처 내 뇌 우동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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