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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딧] 1967년에 실종된 일본 여성의 일기를 찾았다
게시물ID : humorbest_170271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minirobot
추천 : 33
조회수 : 3554회
댓글수 : 1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22/07/31 15:42:34
원본글 작성시간 : 2022/07/25 17: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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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허락을 받고 번역한 글입니다.

 

1967년에 실종된 일본 여성의 일기를 찾았다


나는 소동네 공중 목욕탕에서 잡무와 계산 업무 따위를 맡고 있다. 목욕탕은 해마다 몇 가지 사건사고를 제외하면 주로 은퇴한 단골 손님만 찾아 조용한 편이다. 사건사고라고 해봤자 너무 소소한 것뿐이라 이곳에서의 시간은 꽤 조용하게 흘러간다. 스트레스 받을 일도 없어 마음 편하고 익숙한 것에 길들여진 내겐 최고의 직장이다. 근데 일주일 전인가, 평소와 다른 일이 일어났다. 탈의실을 청소하던 중 의자 밑에서 다이어리 하나를 발견한 거다. 10대 여자애 일기장으로 보였는데, 보통 여기 청소년들은 학교에 딸린 목욕탕으로 다니기 때문에 여기서 발견한 것부터 이상했다. 하지만 정말 이상한 건 다이어리의 내용이었다. 아래 내용은 다이어리 내용 중에서도 정상의 범주에서 훨씬 벗어난 것, 그리고 차라리 죽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 잔혹한 운명이 기록된 부분이다.

 


 

1967년 1월 24일

아침 일찍부터 깼는데 몸이 너무 피곤했다. 일어나서 부엌에 갔더니 엄마가 있었다. 거의 눈이 마주치자마자 말싸움이 시작됐다. 엄마는 날 이해하지 못하고, 난 그런 엄마 밑에서 사는 게 미칠 것 같다. 마지막엔 서로 거의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화가 나서 집을 뛰쳐나와 기무라에게 갔다. 엄마랑 싸운 이야기를 했더니 내일 같이 목욕탕이나 가잔다. 고민없이 알겠다고 했다. 딱 내게 필요한 거였으니까. 더 신나게 놀게 다른 친구들도 초대해야겠다.


1967년 1월 25일

친구들이랑 목욕탕에서 온종일 놀고 탈의실에서 옷을 입던 중이었다. 갑자기 탈의실이 소름 끼치게 조용해지더니 아무도 안 보였다. 탈의실을 나가면서 보니까 주변이 바뀌어 있었다. 파란색이었던 목욕탕 타일이 빨간색이로 바뀌어 중간중간에 검은색이 끼어있었다. 아무도 없이 고요한 와중에 바닥 타일에 물이 찰박대는 소리만 들려왔다. 몇 시간 전에 들어왔던 목욕탕이 아니었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인지 의아해하며 거기에 얼마나 더 서 있었나 모르겠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건물로 옮겨진 걸까? 아니면 꿈일까? 혹시 꿈이면 깨보려는 생각에 살을 꼬집어봤지만 아무 소용 없었다. 슬슬 무서워졌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알아보려면 주변을 좀 둘러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긴 내가 처음 생각했던 그 목욕탕보다 한참 더 크고 탕도 엄청나게 많았다. 누구라도 도와달라고 외쳐봤지만 돌아오는 건 내 목소리의 울림이 전부였다.


거기에 얼마나 오래 있었는지, 이게 어떻게 된 일인지 전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렇게 있다간 집에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들어오는 빛이라곤 천장에 달린 커다란 등이 전부였다. 심지어 창문도 없었다. 어떤 복도는 그 끝이 어둠에 가려 보이지도 않았다. 거긴 감히 가볼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알 수 없는 끔찍한 두려움이 밀려왔으니까.


희망이 사라지는 기분이다. 내가 미쳐가는 걸까? 아니면 사실 난 목욕탕에서 죽고 지금 이건 사후세계인 거지. 아니면 그냥 꿈일지도 몰라. 나도 이젠 모르겠다. 그저 하나 아는 것이라곤 난 이 이상한 곳에 홀로 갇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상황이라는 거다. 하도 소리를 질러대서 목이 다 쉬고 아프다. 너무 피곤하다. 잠깐 쉬어야겠다. 어쩌면 꿈에 뭐가 나타날지도 몰라.


1967년 1월 26일

아직도 여기다. 아직도 나갈 방법을 못 찾았다. 너무 절망스럽다.


주변을 더 돌아다녔다. 정말 장난 아니게 크다! 탕만 수천 개가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살아있는 존재라곤 눈곱만큼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나 혼자, 홀로 있다.


미쳐가는 것 같다. 어젠 탕 안에서 누굴 본 것 같아서 다가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너무 피곤해. 언제까지 이럴 순 없다. 빨리 나갈 길을 찾아야 한다.


1967년 1월 27일

탕을 채운 물은 고요하고 탁하다. 이 공간 자체는 어두운데 수면은 기름이 한겹 깔린 것처럼 번들댄다. 악몽에서나 볼 법한 광경이다. 손을 대볼 용기도 안 나니 감히 마셔볼 엄두도 나지 않는다.


벌써 몇 시간째 돌아다니는 중인데 아직도 나갈 길을 못 찾았다. 여기 완전 미로 수준이다. 목이 타는데 탕에 있는 물은 죽어도 못 마시겠다. 그게 무슨 물일 줄 알고.


힘이 점점 빠진다. 뭐라도 먹거나 마시지 않으면 여기서 죽을 것 같다.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어.


1967년 1월 28일

오늘 수도꼭지를 찾았다. 우연히 들어갔던 수많은 비어있는 탈의실 중에서 흐르는 물이 나오는 수도꼭지를 찾아낸 거다. 너무 목말라서 깨끗한 물인지 아닌지 확인할 겨를도 없었다. 그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배가 아플 때까지 열심히 마셔댔다.


녹물에 맛도 이상했지만 상관없었다. 이젠 정말 물을 마셔야 했고, 이게 내가 유일하게 찾아낸 거였으니까.


배가 터질 정도로 물을 마시고 잠시 앉아서 쉬다가 다시 탐험에 나섰다. 여전히 나갈 길이 보이지 않았지만 적어도 갈증은 해소했다.


1967년 1월 30일

이젠 정말 힘이 다 빠져서 뭐라도 먹지 않으면 곧 죽을 것 같다. 이젠 정말 끝이란 생각이 들던 찰나에 우연히 아치형 구조물과 계단이 들어선 빨갛고 까만 타일로 이뤄진 거대한 방을 발견했다.


그 공간은 대성당 같은 구조를 이뤘지만, 성당과는 전혀 다른 사악한 분위기를 품었다. 뭔지 몰라도 그곳을 보고 있자니 소름이 돋았다.


다시 나가려는 순간 시선에 들어온 것을 보고 심장이 멎을 뻔했다. 바닥엔 그림자에 반쯤 가려진 사람이 누워있었다.


한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던 나는 조심스럽게 그 사람에게 다가갔다. 그것은 남자로, 이미 목숨을 잃은 시신이었다. 싸움의 흔적은 없었으나 남자의 눈은 놀란 토끼눈처럼 크게 떠져 있었고 얼굴은 공포로 잔뜩 일그러져 있었다.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으나 굳이 여기 남아서 알고 싶지도 않다. 당장 여기서 나가야 해.


1967년 1월 31일

몸이 아프다. 며칠 전에 마신 물이 이상했던 모양이다. 계속 토하고 두통에 시달린다. 빨리 도움을 받지 않으면 정말 죽을 거다.


힘을 짜내서 조금 더 돌아다녔지만 아무것도 찾지 못했다. 너무 목마르지만 이제 뭘 더 마시기 무섭다. 어떤 물인지 어떻게 알아.


이제 헛것이 보인다. 탕 속에 사람들이 있는 것 같은데, 가까이 다가가면 없다. 목소리가 들리지만 소리가 난 곳으로 가면 더는 들리지 않는다. 미쳐간다.


1967년 2월 1일

이제 얼마나 더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목이 바짝 타고 자꾸 헛것이 보인다. 곁눈에 자꾸 뭐가 움직이는 게 보인다. 자꾸 이상한 걸 본다... 아니, 사실 진짜 있는 건가?


너무 피곤해. 잠깐 누워서 쉬어야겠다. 한숨 자고 일어나면 그래도 상황이 좀 이해될 것 같다.


1967년 2월 11일

흐릿한 불빛 아래에서 겨우 몸을 세우고 움직였다. 몇 시간이나 걸었을까, 이젠 같은 곳을 빙빙 도는 기분이다. 목이 너무 마르고 머리가 핑핑 돈다.


앞에 탕이 하나 보여서 거기로 갔다. 거긴 다른 탕보다 더 어두운 게 지하까지 있는 것 같았다.


탕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안쪽으로 몸을 숙였다. 바닥을 보고 싶었지만 너무 깊었다.


힘이 안 들어가서 그냥 그대로 누워있었다. 그대로 잠이 들었던 것 같다. 다시 눈을 떴을 때 물속에서 뭐가 움직이는 게 보였다. 깊은 탕 속에서 거대하고 어두운 물체가 원을 그리며 움직였다.


너무 무서웠다. 그것이 표면으로 가까이 다가오는 걸 보고 놀라서 후다닥 물러났다.


뭔진 몰라도 다신 보고 싶지 않아.


1967년 2월 14일

빨간색 타일 때문에 머리가 아프고 토할 것 같다. 자꾸 피가 떠올라. 더는 못 견디겠다. 여기서 나가야만 한다.


어딜 가도 탕과 복도가 이어진다. 전부 똑같이 생겼고, 전부 침체되어 마실 수 없는 물로 가득하다.


1967년 2월 16일

목말라. 아무리 위험하다고 해도 이젠 견딜 수 없어서 마셔야겠다.


손을 그러모아 탕에서 더러운 물을 떠서 마셨다. 역겨웠지만 목이 타는 것 같아서 상관하지 않았다.


거의 마시자마자 속이 뒤집어졌다. 그 후로도 몇 시간 동안 속이 아팠다.


힘이 나지 않아 바닥에 누웠다. 이제 끝인가 봐. 여기서 죽는 건가 보다.


1967년 2월 18일

며칠 전에 봤던 시신 생각이 많이 난다.


그 사람은 누구고 왜 죽었을까. 나처럼 상한 물을 먹고 죽은 걸까? 아니면 다른 게 그 사람을 죽였나?


피곤해. 눈도 못 뜨겠다. 좀 쉬어야겠어.


1967년 2월 20일

처음 여기 온 이후로 벌써 한 달이나 지났다니 믿을 수 없다. 평생을 갇혀있었던 것 같은 기분인데.


이젠 힘이 다 빠져서 아예 못 움직이겠다. 이제 내 생도 얼마 안 남은 것 같다. 왜 아직도 안 죽고 버티는 걸까. 이게 끝이란 걸 믿고 싶지 않아서일까. 아직도 누군가가 날 찾아내지 않을까 하는 헛된 희망을 붙잡고 있지만 사실 그럴 일 없다는 걸 알고 있다.


1967년 2월 25일

오늘 내 생일이다. 17살이 됐다. 친구들이랑 나가서 놀아야 하는데. 현실은 이 목욕탕이라는 악몽에 홀로 갇혀있네. 엄마도 보고 싶다. 엄마가 케이크 만들어주고 생일 축하 노래 불러줬을 텐데. 여기 혹시 지옥인가. 말 지지리도 안 처듣는 반항적인 10대였던 내가 벌을 받는 거지. 만약 그런 거라면 난 당해도 싸다. 엄마한테 더 잘해줄걸.


1967년 3월 3일

몸이 더 약해진다. 못 움직이겠다. 벌써 며칠 째 같은 자리에 누워만 있다. 이제 얼마나 더 버틸지 모르겠다.


1967년 3월 5일

움직일 수 없어서 창백한 불빛 아래 그저 누워있었다. 거기서 죽으리라고 믿었다. 그때 멀리서 어떤 소리가 들리더니 그게 점점 가까워졌다. 크고 무거운 무언가가 바닥에 끌리는 소리였다.


너무 무서워서 일어나려고 했다. 겨우 일어난 나는 최대한 빨리 달렸다.


그게 뭔진 몰라도 마주치고 싶지 않다.


1967년 3월 10일

또 몇 시간째 걷지만 나갈 길이 안 보인다. 모든 게 익숙한데 동시에 낯설게 느껴진다. 위로 올라갔다가, 내려갔다가, 통로를 지났다가, 복도를 따라 이동하기도 한다.


모든 게 똑같이 생겼다. 이젠 빨간색과 검은색이 뒤섞여 흐릿하게 보인다. 바닥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깊은 탕에 뛰어들 용기를 끌어모아본다. 어쩌면 그게 나가는 길일 수도 있잖아. 하지만 저번처럼 안에 뭐가 있으면 어쩌지?


1967년 3월 12일

날 쫓아오던 정체불명의 존재를 잊을 수 없다. 아직도 어딘가에서 날 찾고 있으리란 생각을 떨칠 수 없다. 난 도대체 왜 아직도 살아있지? 벌써 한달 넘게 굶었는데. 이건 말도 안 된다. 이 공간이 날 가지고 노는 거다. 몸이 계속 허약해져 뭐라도 날 잡으러 오면 끝이다. 물이 바닥 타일에 찰박이는 소리, 천장에 맺힌 물방울이 떨어지는 소리가 전부 날 잡으러 오는 존재의 발소리처럼 느껴진다.


1967년 3월 17일

어제 바닥에 떨어진 신문을 발견했다. 일부가 탄 채였다. 어느 나라 말인지 모르겠지만 발행된 날짜는 알아볼 수 있었다. 2005년 9월 5일. 사진이 기묘하게 형형색색으로 박혀 내가 여태껏 봐온 신문과는 전혀 다른 생생한 사진을 뽐냈다. 사진 속 사람들은 생전 본 적 없는 이상한 옷을 입고 행복해하며 웃고 있었다.


오랜 시간 신문을 들여다보며 대체 내가 뭘 보고 있는 건지 고민했다. 미래에서 온 신문인가 봐. 하지만 이게 대체 어떻게 여기에 있지? 난 대체 어떻게 온 거지?


1967년 3월 20일

목이 너무 말라. 며칠 째 걷고만 있다. 더는 견디지 못할 것 같다.


내가 들었던 걸 떠올린다. 그게 아직도 어딘가에서 날 찾고 있을 것 같다.


1967년 3월 21일

이제 뭐가 현실인지 모르겠다. 자꾸 없는 걸 본다. 어젠 엄마를 봤다. 엄마가 내 앞에 서서 웃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에게 다가가자 그대로 사라져버렸다.


그래, 나 미쳐가고 있는 게 확실하다.


1967년 3월 23일

오늘도 엄마를 봤다. 엄마는 내 앞에 서서 웃으며 팔을 뻗었다. 엄마 손을 잡으려고 했지만 이번에도 사라져버렸다.


엄마가 너무 보고 싶어. 집에 가고 싶어.


1967년 3월 25일

그 무시무시한 게 근처에서 나를 향해 다가오는 소리가 들린다. 이번엔 울부짖기까지 한다.


너무 피곤해. 더는 못 뛰겠다.


깊은 탕 하나 골라서 그 어둠 속에 뛰어들어야겠다. 그게 나가는 길일지도 몰라.


어쩌면 사실 그게 내가 원해왔던 길일 수도 있다.


일기장은 여기에 두고 가야겠다. 어차피 물에 젖으면 망가질 텐데.


부디 누가 이 일기장을 찾아서 내게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아줬으면 좋겠다.


너무 무서워. 그리고 너무 피곤해. 그냥 다 끝나버렸으면 좋겠다. 저 탕 안에 뭐가 있는지 모르지만, 날 쫓아오는 것보다 끔찍하진 않을 것 같다.


엄마, 미안해요. 작별인사라도 할 수 있으면 좋으련만.

 



이 다이어리가 진짜 소름 돋는 건 1967년 초에 한가롭던 우리 동네에서 실제로 여학생 하나가 실종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바로 지금 내가 일하는 이곳이었다. 부디 그 여학생이 과거나 미래에 그곳을 빠져나왔기를. 그날 여학생이 뛰어든 탕 속에 끝없는 어둠만 있었던 게 아니기를 바란다.


<작가의 요청으로 덧붙입니다>

이 글은 Tobias Malm의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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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com.tobias2.malm&hl=ko&gl=KR

출처 https://www.reddit.com/r/nosleep/comments/uyevlk/a_girl_disappeared_in_japan_1967_recently_i_fou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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