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기에 익숙한 신기전이나 화차는 그 아이디어나 과학적인 방법 자체는 좋았을지 몰라도
실제 살상능력은 그렇게 높지 않았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물론 그와 별개로 이 무기의 과학적인 수준 자체는 굉장히 높이 평가할만하다 생각합니다.)
오히려 조선의 가장 현대적이고 살상력부분에서 뛰어난 무기는 신기전보다 비격진천뢰였지요.
선조 때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이 무기는 이장손이란 인물에 의해 발명되었는데,
현대의 수류탄이나 시한폭탄의 개념을 그대로 가지고 있었습니다.
신기전과 다르게 실제 유물도 존재하고요.
비격진천뢰는 대완구에 의해 쏘여집니다.
일단 발사되면 날아가 떨어진 뒤 일정 시간이 지나면 터지는데,
그 안에 있는 쇳조각과 파편들이 날라가 상당한 살상력을 보여주는 무기이지요.
폭발보다는 그 안에 있는 쇳조각에 의해 살상력을 높이는 방법이 현대의 수류탄과 상당히 흡사합니다.
의병장 김해의 향병일기에서도 왜격퇴치에 진천뢰를 능가하는 게 없다. 다만 주조가 어렵다.
라는 식으로 언급되어 있습니다.
선조실록에서 박진이 경주를 수복할 때 진천뢰가 떨어지자 일본군이 뭔지 몰라 몰려들어 구경하다
그 후 터지는 바람에 수십명이 즉사했다라고 나옵니다.
징비록에도 같은 기록이 있는데
"밤중에 또 군사를 성 밑에 잠복시켰다가 비격진천뢰를 쏘게 하여 성안 객사 뜰 가운데 떨어지자, 적병은 그 제작법을 알지 못해 다투어 모여들어 구경하며 서로 굴려보기도 하고 들여다보기도 했다. 조금 있다가 포가 그 속에서 폭발하여 그 소리가 천지를 진동시키고 쇳조각이 별처럼 무수히 부서져 흩어졌다."
이와 비슷한 일본쪽의 기록인 정한위략에서는 "적진에서 괴물체가 날아와 땅에 떨어져 우리 군사들이 빙 둘러서 구경하고 있는데, 이것이 갑자기 폭발, 소리가 천지를 흔들고 철편이 별가루 같이 흩어져 맞은 자는 즉사하고 맞지 않은 자는 넘어졌다" 라고 나와있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