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지만 대략 2008년경 이었던 것 같습니다. 아마 장미란선수가 금메달을 따고 온국민이 기뻐했던 그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주말토요일 저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대학교 앞에 있는 은행현금지급기에서 현금을 좀 뽑을 일이 생겼습니다.(친구들에게 저녁한번 쏘려고요.)
대학교 앞에 있는 은행인데다 지하철입구였고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이라서 젊은 사람들이 특히 많았습니다. 저도 그 사람들 사이에서 줄을 서서 현금을 뽑으려고 차례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제가 줄선 옆줄 맨앞에서 "어? 어어어~~~ 아~~~~ 아~~~"하는 울상짓는 소리가 들리는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줄의 뒷사람들은 물론이고 다른 현금지급기에 줄선 사람들까지 모두 그쪽을 쳐다보게 되었습니다.
거기에는 사지는 멀쩡하고 머리도 단정하지만 많이 꾀죄죄한 인상의 이십대 중반으로 추정되는 남자가 현금지급기 화면을 멍하게 보면서 울먹이는 소리를 내고 있었습니다.
그 남자 뒤에있는 사람들이 "왜요? 무슨 일인데요?"하고 물어봐도 "돈을 뽑아야 되는데, 차비가 있어야 되는데~~~ 돈이 안나와요 돈이 있는데 돈이 안나와요~~~" 라고 반복해서 대답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저와 제 뒤에 있던 남자분이 같이 가서 그 분 현금지급기 상태를 보니 정확히 돈이 만원이 들어있었습니다. 주말이라 출금수수료가 드는 시각이었고 현금 만원을 뽑으려면 당연히 뽑히지 않는게 정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분은 계속해서 주변 사람들을 둘러보면서 불쌍한 표정과 목소리로 차비가 있어야 된다고 하소연을 해대는 것이었습니다.
하도 안되어보여서 제가 "집이 어딘데요? 어디까지 가시는데요?"하고 물어봤는데, 그 순간 꾀죄죄하고 어리숙한 표정의 '장애인'같던 그 분의 표정이 정말 거짓말 하나 안보태고 0.1초 정도 살벌한 표정으로 바뀌는걸 목격했습니다.
잠시의 착각인지 모른다고 생각하고 다시 그 분에게 "집이 어딘지 말씀해주시면 제가 차비보태드릴께요"라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손에 오천원짜리를 쥐어주려고 했는데, 그 분이 제 손에 든 오천원짜리를 보더니 다시 제 얼굴을 보면서 "만원이 있어야 되는데 만원을 뽑아야 되는데...."이러는 겁니다.
제가 글 적는 실력이 좀 딸려서 그 당시 정황을 상세하게 묘사하진 못했지만, 그 당시 현금지급기부스 안에 대략 스무명이 넘는 사람들이 있었고, 저와 그 분이 대화하는걸 다들 그 분을 피하더라구요. 일단 그 분은 제 돈을 받는걸 거부했습니다. 만원짜리가 아니라는 이유로...
나중에 현금지급기에서 돈을 찾아서 나오는 길에 다른 분이 하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분이 전문앵벌이라는 겁니다.
그냥 진짜로 지능이 약간 떨어지는 분이라는 생각을 해봤지만, 저도 그 분과 이야기를 나눈후에 그 분이 지능이 낮은 분이라는 생각은 완전히 사라졌고, 일부러 지능이 떨어지는 사람인척 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두서없이 글을 적어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이런 일도 있다는 것 정도는 알아두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