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신부여

 

  

그대, 나에게 와서 나의 신부가 되어주오

나 매일 그대를 위해 노래를 부르고

그대의 발을 씻어 주리니

그대, 나에게 와서 나의 아내가 되어주오

 

나 매일 아침이면 맑은 입맞춤으로

그대를 깨워 그대의 머리를 빗어 주리다

그대에게 이슬 맺힌 우유를 가져다주고

떠오르는 태양을 보며 영원한 나의 사랑을

그대에게 약속하리다.

 

하루 종일 그대만을 위해 생활하리다.

그대 나를 자랑스럽게 여길 수 있도록

부끄러운 일은 절대 하지 않고

나의 모든 말과 모든 행동을 그대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하고 실천에 옮기리다.

 

저녁이 오면 어둠이 내리기 전에

그대에게로 돌아오리다.

별과 달이 그대를 감싸 안기 전에

내가 먼저 그대를 안고 사랑한다 말하리다.

그대의 눈빛을 마주하며 행복이 내 곁에 있음을

모두에게 감사하리다.

 

얼굴을 모르는 나의 신부여

나 그대에게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옷을

입혀주지는 못 하리요.

값비싼 보석을 선물하지도 못 하리요.

하지만－

나 죽는 날까지 그대만을 위해 시를 쓰리요.

그대의 이름으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를 지어

그대에게 선물하리요.

얼굴을 모르는 나의 그리움이여

그것만으로도 당신이 행복할 수 있다면

그대, 이제 나에게 와서 나의 신부가 되어주오.

 

 

 

          김시헌의 '장미의 입을 맞추는 이유'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