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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커플의 사랑 이야기
게시물ID : humorbest_6227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혼자뜨는달
추천 : 65
조회수 : 3623회
댓글수 : 6개
베스트 등록시간 : 2013/02/04 03:03:51
원본글 작성시간 : 2013/02/04 00:39:36

남자랑 여자랑 대학교 신입생 때부터 연애를 했데요.

남자가 군대 다녀올 동안에도 꾸준히 빈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기다려줬던 여자였데요.

복학을 하고 1년인가 학교를 다녔는데, 별안간 남자가 휴학을 해버렸어요.

남자 집이 어려워졌데요. 부모님이 신용불량자가 되셨데요. 보증을 서준 친척이 잠수를 탔데요.

 

부모님 두 분이 모두 신용불량자가 되고 빚 독촉이 들어오기 시작하니까 남자가 공부를 포기하고 공장엘 다니기 시작한거죠.

여자도 졸업을 하고, 회사에 다니기 시작했구요.

빚은 어떻게 해보겠으니 공부를 계속 하라고 그랬는데 남자가 거절했데요. 여자한테 부담을 주기 싫었던 거에요.

두 사람이 취업전선에 나갔고, 생활패턴도 바뀌면서 점점 남자가 여자를 신경써주기가 버거워졌고, 나중에는 의처증 비슷한 것까지 생겨서 너무 힘들더래요.

 

여자는 여자대로 자기 말대로 빚을 자기가 조금 도와주고, 공부를 계속해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길 바랐는데 남자가 피곤해하고, 이러면서 상처를 많이 받았대요.

함께 이겨나가길 바랬던 여자랑, 어떻게든 스스로 이겨내고 싶었던 남자는 결국, 헤어졌대요. 여자가 어떻게 이럴 수가 있냐고 붙잡았지만,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남자가 포기해버렸대요.

 

몇 달인가 지나고, 여자가 우연히 당시 유행했던 남자의 미니홈피에 들어갔는데, 프로필 사진에 난파선 한 척과 그 밑에 황지우 시인의 시가 하나 써있고, 모든 게시판이 다 닫힌 상태로 폐허가 되어 있더래요.

 

슬프다//내가 사랑했던 자리마다//모두 폐허다

 

여자가 엉엉 울면서, 남자한테 짧은 편지를 보냈답니다.

 

사랑방 내어달라던 손께 열쇠를 주고, 님으로 모셨더니 이제 훌쩍 떠나 버렸는데, 님 손때가 너무 묻어 도무지 세를 줄 수가 없겠더라.

그래서 새 손을 못 받고 차일피일 미뤄놨더니 벽에 금도 가고 거미줄도 쳤다.

고쳐야 세라도 주겠거니 싶어서 시멘트도 개어두고 빗자루도 사다 놨는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혼자서는 엄두가 안 나고, 도와줄 사람은 원래 살던 님 밖에 기억이 나질 않아 주저앉아 울고만 있다.

 

두 사람은 결혼을 했고, 빚도 갚았고, 남자랑 여자를 꼭 닮은 3살짜리 딸도 있습니다. 몇 달 뒤면 한 녀석 더 나온다더군요.

힘들다고 헤어져 놓고, 왜 다시 여자를 만났냐고 물었더니 남자가 그 편지를 내어 보여주면서,

 

폐허가 됐다고 생각했는데, 고치면 아직 살만하다 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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